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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스미다 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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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봄 Feb 10. 2022

139. 부분과 전체

이 말을 들으면 이 말이 옳은 것 같고, 저 말을 들으면 저 말이 옳은 것처럼 느껴진다면 그건 내가 그것을 잘 모르고 있다고 생각해도 됩니다.     

주로 텔레비전에서 토론을 하거나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정치권에서 서로 다른 말을 하는 경우가 해당되는데 우리는 종종 그 속에서 무엇이 진실인지를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토론은 그저 서로 싸우는 것처럼 느껴지고 정치권의 이야기를 들을 때도 그냥 외면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주의 깊게 들여다본다면 그 속에 숨겨진 트릭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어느 한 부분을 통해 전체를 왜곡하는 수법, 자신이 부각시키고 싶은 부분만을 내세워 전체를 오히려 왜곡하고 있다는 것 말입니다.     

예를 들어 볼펜에 대해 몇 사람이 얘기한다고 했을 때 그것은 보는 사람의 눈이 머무는 곳이 어디인가에 따라 모두 다르게 묘사될 수 있습니다. 가로로 놓고 보면 긴 막대기 같고, 위에서 내려다보면 작은 원기둥이고, 밑에서 올려다보면 뾰족한 심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또 어떤 사람은 그것이 종이 위에 쓸 수 있는 물건이라는 것에 눈길이 갑니다.     

그 사람들 모두 볼펜을 보고 묘사한 것이니 틀린 것은 아닙니다. 다만 각자 보는 시각이 다를 뿐이지요. 그렇다면 그 말의 진위를 판가름 하는 것은 듣는 사람의 몫입니다. 만일 볼펜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이 각각의 말을 듣는다면 이 말도 옳고 저 말도 옳은 말로 들리게 마련입니다. 그러니 어느 한 부분을 찍어 “이것이 볼펜이야”라고 말해 볼펜 자체를 왜곡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볼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것이 어느 한 부분을 지칭하는 것임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황희 정승처럼 “네 말도 옳고 네 말도 옳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그것은 보는 시각이 다른 것일 뿐 틀린 것은 아니니까요. 그렇다고 해도 부분은 결코 전체가 될 수는 없습니다. 각각의 부분이 모여 이룬 전체의 형상에다 활용범위까지를 넣어야 비로소 볼펜의 참다움을 말했다고 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코끼리를 만져본 장님들은 모두 자신이 만진 부분이 코끼리라고 말합니다. 극히 일부만을 보고 그것이 마치 전체인 것처럼 말하지만 부분으로 들어가면 틀린 말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가 코끼리에 대해 정확히 알고 싶다면 그들의 말은 참고로 삼아 전체를 보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우리가 제대로 알지 못하면 그것은 전체를 왜곡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우리에게 전해지는 말이란 대부분 전체가 아닌 어느 한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군가에 대한 험담을 할 때도 그 사람의 전체가 아닌 한 부분만을 얘기하게 마련이지요. 만일 그 사람을 잘 모른다면 우리는 그 험담 내용이 사실이라고 여기는 우를 범할 수도 있습니다.     

어느 한 대상에 대해 전체를 아는 것, 성인들은 이러한 것을 일러 “밝음에 눈을 뜬다”고 했습니다. 말이 넘쳐나는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조금 더 넓은 것을 보려는 노력, 부분을 통해 전체를 파악하려는 노력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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