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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스미다 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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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봄 Feb 10. 2022

125. 마음으로 떠나는 여행

무중력의 세계를 통과해야만 미지의 세계와 만날 수 있듯이 여행도 그런 무중력의 세계인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중심을 잃고 흔들리지만 그곳을 통과한 후에는 또 다른 세계와 만날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것은 어쩌면 선물 같은 것, 그 선물을 얻기 위해 우리는 과감하게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의 길로 들어섭니다.     

여행을 할 때는 시간을 생각하지 않아야 합니다. 시간을 생각하다보면 마음이 조급해지고 그러다보면 정말 만나야 할 것들을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정말 만나야 할 것들이 있다면 시간을 생각하지 말고 우선 떠날 채비를 해야 합니다.     

어디를 갈 것인지, 어떻게 갈 것인지, 무엇을 가져 갈 것인지를 생각하는 순간부터 여행은 시작됩니다. 낯선 풍경, 낯선 사람들, 낯선 경험,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한 호기심 등은 여행에서 돌아온 후 긴 여운과 함께 느낌표로 바뀌어 가슴 깊이 저장되겠지요.     

만일 비행기를 타고 간다면 하늘의 아름다운 풍경에 탄성을 지르기도 하겠지만 사람이 죽어야만 올라가게 된다는 하늘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게 된 후에는 그곳 역시 신들의 놀이터가 아닌 구름으로 이뤄진 바다와 태양이 공존하는 곳이라는 사실에 대해 조금은 실망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처음 비행기를 타기 전 느끼는 설렘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가 없지요.     

여행은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 수화물이 아니니 절대로 빨리 출발하거나 빨리 도착할 필요가 없습니다. 설령 목적지까지 가지 못하고 중간에 돌아와야 한다고 해도 그 여행은 실패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이 여행과 이동의 다른 점이지요. 여행의 본질은 계획을 세우는 단계부터 짐을 꾸리는 일, 떠나는 일, 중간에서 만나는 풍경들, 사람들, 벌어지는 에피소드까지 모두 합쳐질 때 완성되는 것이니까요.     

친구와 함께 가지 못했다 해도 그리 억울해 할 필요는 없습니다. 낯선 거리와 여행 내내 함께 할 자연이 모두 나의 친구가 되어 줄 테고 내가 먼저 친근함으로 다가간다면 그 낯섦은 충분히 살가움으로 다가올 테니 말입니다.     

개발로 인해 고향을 잃었거나 처음부터 고향을 모르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어쩌면 매 순간이 여행의 연속일지도 모릅니다. 안주해야 할 곳을 모른 채 떠도는 노마디스트, 언제 다시 떠나야 할지 모르는 유목민처럼 사람이나 장소에도 깊은 정을 주지 못하는 현대인들은 유전자 안쪽에 불안을 하나의 습성처럼 간직한 채 살아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무엇보다 가장 힘든 여행은 내 마음에서 당신의 마음에 이르는 여행인 것 같습니다. 애초부터 길이 없는 여행이니까요. 길을 만들며 가야하고 조금만 어긋나도 상처를 입게 되니 이 여행은 부디 세심하게 준비하고 잘 살펴야 합니다. 모든 여행이 정복이 목적이 아니듯, 천천히 알아가는 과정을 소중히 하며 여행한다면 언젠가는 당신의 마음 한 가운데 닿아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겠지요. 그러나 설령 그 마음에 가 닿지 못하고 돌아와야 한다고 해도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스스로 길을 내며 떠나는 동안 행복한 설렘이나 기대, 여운이 주는 느낌표와는 충분히 조우할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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