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 장애’라는 신조어는 국어사전에도 등재돼 있는 단어입니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어느 한 쪽을 결정하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심리상태를 말하는 ‘결정 장애’는 1980년대에 태어나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젊은 층에서 주로 보게 되는데 이 세대를 일명 ‘메이비 세대(Generation Maybe)’라고도 부릅니다.
요즘은 음식점에 가서도 메뉴판을 보며 무엇을 먹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거나 옷을 사러 가서도 어떤 것을 사야할지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물론 선택하지 못한다고 해서 모두가 결정 장애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실제로 결정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잘 모르거나 어떤 것을 선택하고 행해야 하는지에 대해 막막함을 넘어 두려움을 느낀다고 합니다.
결정 장애는 어린 시절부터 받아온 부모의 과도한 간섭과 통제가 가장 큰 원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모든 것을 부모가 결정해주니 자신이 스스로 결정할 기회를 놓치게 되고 그것이 어른이 돼서도 이어지는 것이지요.
성인임에도 초등학생처럼 부모의 간섭을 받는 대학생, 수강신청을 할 때나 학점에 대한 이의를 제기할 때도 학생이 아닌 부모가 나서서 교수들과 통화하는 것은 이미 우리 사회의 공공연한 비밀이 되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결혼을 해서도 자신의 일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지요. 그들에게 실패란 두려움의 대상일 뿐 결코 극복의 대상은 아닌 듯 보입니다. 넘어져 무릎이 깨지고 아파하는 과정을 거치지 못했기에 뛴다는 것에 대해서도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는 어린아이처럼 말이지요.
자녀가 실패를 경험하지 않고 남들보다 빨리 성공에 가 닿기를 바라는 것은 모든 부모들의 공통된 마음입니다. 내 경험이 늘어날수록 부모들은 자녀에게 잘못된 길을 가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은 마음도 간절해집니다. 그러나 실패에서 배우는 것이 성공에서 배우는 것 못지않게 많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실패한 모습을 보았을 때 조금은 모르는 척 하는 것도 지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내 미래의 모습에 대해 만족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내 선택에 의한 것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많은 실패의 경험에서부터 비롯됩니다.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부모의 지대한 관심을 받지 못한 사람들일수록 자신의 인생을 잘 가꿔나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실패를 스스로 이겨내는 과정들이 그 사람의 현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었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실패했다고 생각했을 때 마냥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있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실패라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은 우리의 미래를 만드는 단초가 되고 그것은 우리에게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고 미래와 만날 수 있는 큰 힘을 안겨줍니다.
실패를 마주하고 스스로 온전히 감당하는 일, 부단한 시행착오를 통해 내가 찾고자 하는 것을 찾아가는 일은 내 자신이 내 삶의 주인이 되어가는 가장 중요한 과정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