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읽었던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책 <향수>는 내용이 섬뜩하지만 막상 다 읽고 난 후에는 생각거리가 참 많았습니다. 소설 <향수> 속 주인공은 자신의 체취를 갖지 못한 인물이지만 다른 사람의 체취는 천재적으로 잘 맡는 기이한 인물입니다. 가장 좋은 체취를 얻기 위해 스물다섯 번에 걸친 살인을 저지르다 교수대에 서게 된 사람, 그가 만든 향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게 되면서 교수형을 면하게 되지만 결국 그 향수로 인해 죽음에 이르고 마는 사람, 이 책에서는 향수로 인한 끝없는 역설의 미학이 펼쳐집니다.
현대인들에게 있어 향수는 더 좋은 자신만의 향기를 갖기 위한 도구입니다. 그러나 실제 향수가 만들어진 것은 1700년대 프랑스 파리의 악취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요즘도 프랑스는 고급 향수의 본거지로 알려져 있지요.
아름다운 향기를 갖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은 지금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백화점 화장품 매장에 가면 다양한 향수들이 즐비하고 많은 여성들은 그들만의 독특한 매력을 더해 줄 향수를 찾느라 분주합니다. 요즘은 여성들뿐 아니라 남성들도 향수를 즐겨 쓰니 향수시장에서는 남성들을 위한 다양한 향수도 출시하고 있습니다.
향수가 내뿜는 아름다운 향기는 처음에는 코로 맡게 되고 그 향이 마음에 들 때 우리는 그 사람에게 호감을 느낍니다. 그러나 향기로 상대방을 현혹하는 것은 그리 오래가지 않습니다. 결국 우리는 향수가 내뿜는 향기가 아닌 그 사람 본연의 모습과 마주하게 될 테니까요.
언젠가부터 사람에게서 향기가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은은한 꽃 향이 나기도 하고, 어떤 사람에게서는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가 맡아지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에게서는 나뭇결에서나 맡을 수 있는 아늑한 향기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어떤 지인에게서는 난향이 느껴지곤 했습니다. 무색무취한 것 같은데도 함께 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 향에 취하곤 했습니다. 표정에서, 손짓에서, 말에서 느껴지는 그 난향은 평생을 맡아도 질리지 않을 만큼 참 좋았습니다. 진하지 않고 오래 맡아도 싫증나지 않고, 잔잔한데도 어느새 취하게 만드는 것이 그분이 지닌 향의 매력이었습니다.
얼굴 전체에 퍼진 편안한 주름, 웃을 때 짓는 호감 가는 표정, 늘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배려하는 행동, 상대방을 존중하는 말투 등에서 풍기는 은은한 난향은 그 사람을 단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어느새 내 온몸에 까지 전해지곤 했습니다.
향기는 단순히 냄새로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눈으로도, 머리로도, 가슴으로도 느낄 수 있는 것이지요. 특히 나이 들어가면서 우리 내면에 차곡차곡 쌓아가는 향은 그 어떤 향수와도 비할 수 없을 만큼 깊고 풍부합니다.
아름다운 사람보다는 향기 있는 사람이 좋습니다. 명품 향수가 전하는 향이 아니라 그저 바라만 보아도, 눈을 감고 생각만 해도 느껴지는 사람의 깊은 내면에서 풍기는 향기가 좋습니다. 당신은 살아가면서 어떤 향기를 지닌 사람이 되고 싶은가요. 오늘 한번쯤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