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는 사이 내 안에서 튀어나오는 거친 언사에 놀라는 때가 있습니다. 내 안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내가 잠시 방심하는 사이 밖으로 튀어나오는 그런 말을 때문에 이따금 집에 가서도 내내 마음이 괴롭습니다. 단속하지 못한 내 자신을 탓해 보지만 이미 튀어나온 말은 주워 담을 길이 없어 난감하기만 합니다.
말은 스스로 단속하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여러 감정들이 들끓고 있는 사람의 내면에 어떤 말들이 숨어있지 않을까 마는, 자칫 방심하다가는 그 말이 내 전부를 잠식해버리고 나아가 나를 대변하는 것이 될 수도 있을 테니 결코 가벼운 문제는 아닙니다.
조선시대 천민이 운영하던 푸줏간에 두 양반이 고기를 사러 온 일이 있었답니다. 먼저 들어온 양반은 거만한 말투로 “이놈아! 고기 한 근만 다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어 들어온 양반은 “이보게 주인장, 나도 고기 한 근만 주게나”라고 청했답니다. 두 사람 모두 고기 한 근을 달라고 요구했는데 막상 받고 보니 먼저 들어온 양반의 고기가 형편없이 적었던 모양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먼저 들어온 양반이 화를 내며 “왜 내 고기가 저 사람의 고기보다 적으냐”고 따져 물었겠지요. 그러자 푸줏간 주인은 웃으며 “고명하신 양반님의 고기는 천박한 놈이 자른 고기라 그렇고요, 이 어르신의 고기는 이곳 주인이 정성들여 자른 것이라 그렇습니다” 하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한 사람은 자신의 권위를 내세워 상대방을 무시하는 말을 했고, 한 사람은 상대방을 존중하며 말을 한 것인데 결과는 사뭇 다릅니다. 쉽게 이해하도록 만든 이야기에 불과하지만 이 말은 큰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아 말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기억이 나곤 합니다. ‘세치 혀가 사람을 죽인다’는 말처럼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무기가 될 수도 있는 말은 항상 단속해야 하는 대상입니다. 단단한 치아가 앞에서, 그리고 두 개의 입술이 뒤에서 혀를 꽉 막고 있는 것도 어쩌면 혀를 잘 단속해야 한다는 조물주의 뜻일지 모릅니다.
법구경의 첫머리에는 “모든 것은 마음이 근본이고 마음에서 나와 마음으로 이루어진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 마음을 담아내는 것이 바로 말입니다. “나쁜 마음을 가지고 말을 하거나 행동하면 괴로움이 그를 따르고, 맑고 순수한 마음으로 말하거나 행동하면 즐거움이 그를 따른다”는 법구경의 말도 말의 중요함을 생각할 때 되새길 수 있는 문장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좋은 마음과 나쁜 마음을 모두 갖고 살아갑니다. 다만 그것을 말로 표현해 내는 것은 자기 자신을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평소에 점잖고 좋은 말을 하는 사람도 그 안에는 모든 인간과 마찬가지로 나쁜 마음이 함께 담겨 있을 것입니다. 다만 그것을 스스로 가다듬고, 거르고, 정화한 후 점잖고 좋은 말을 선택해내는 것이지요. 그러니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이 될 수 있습니다.
표리부동表裏不同하지 않은 말, 상대를 존중하는 말, 따뜻한 말로 말의 품격을 지키는 일은 결국 남이 아닌 나 자신을 성숙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