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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스미다 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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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봄 Feb 10. 2022

162. 사람이 희망이다

단체나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다 보면 “사람 때문에 시작했던 일인데 사람 때문에 힘들어서 못 하겠다”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앞에 쓰인 ‘사람’과 뒤에 쓰인 ‘사람’은 분명 같은 단어인데 그 뜻은 전혀 다르게 쓰이고 있는 것이지요.     

이 말을 풀어서 생각해보면 앞에서 쓰인 ‘사람’은 ‘인간 人間’이라는 뜻으로 바꿀 수 있고 뒤에 쓰인 ‘사람’은 개인을 뜻하는 ‘사람 人’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인간과 사람은 모두 생각할 수 있고, 도구를 사용할 수 있고, 집단으로 모여서 살아가는 현생인류의 시조인 ‘호모사피엔스’를 뜻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 뜻은 조금 다릅니다.     

‘인간 人間’은 ‘사람+사이’를 뜻하는 것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를 말하지만 반면 ‘사람 人’은 개개의 존재를 말하는 것이니까요. 그러니 이 의미에 견주어 위의 말을 다시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는 사회의 보다 높은 가치를 위해 일을 시작했지만 결국은 개인의 존재가 나를 힘들게 하기 때문에 더 이상은 못 하겠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는 것이지요.     

우리는 모두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으로 성장합니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가치를 생각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게 되면서 우리는 ‘인간’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이기적일 수 있고 타인을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함께 살아가기 위해 다양한 제도나 전통 등을 몸에 익히고 살아가야 하는 ‘인간’은 그래서는 안 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양보도 필요하고, 타협도 필요하고, 때로는 손해 보는 것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인간과 인간 사이에 형성된 사회가 부드럽게 굴러갈 수 있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조금 더 높은 가치를 지향하며 유한한 생을 조금 더 보람 있게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우리는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사회적 규범에 어긋나는 사람을 보게 되면 그에게 ‘먼저 인간이 되라’고 충고합니다. 사람은 분명한데 어울려 살아가는 인간이 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뜻이 담겨있는 말이지요. 살아가다 보면 때로 사람과 인간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결국은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우리는 ‘법’과 ‘제도’의 힘을 빌려 사회로부터 ‘격리’라는 극단의 조치를 취하기도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될 수 있지만 인간은 누구나 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은 태어나면서 자연적으로 얻게 되는 것이지만 인간은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의미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여 내가 사는 지역이나 국가를 넘어 세계 내 모든 ‘인류 人類’를 생각할 때 인간의 가치는 조금 높아지고 넓어질 수 있는 것이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말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사람이 희망’이라는 말입니다. 인간들로 구성된 이 사회는 ‘사람’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만큼 ‘사람’이 없으면 인간도 인류도 결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개개인의 사람만이 인간과 인류의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만큼 단 한 사람이라도 포기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미래를 위해 해야 할 우리의 의무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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