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을 기다리며

귀찮음 반, 기대 반

by roads

아주 오랜만에 내 집으로 누군가 온단다. 잠시 있는 것도 아니고 일박을 한단다. 그것도 세 명이. 외로워서 폭발 직전이었는데, 막상 누가 온다니 부담이 된다. 이 감정은 무엇일까? 그저 내가 앓고 있는 외로움을 상쇄하는 시간은, 잠시 몇 시간 사람을 만나는 정도면 충분했던가? 아니면 내 집으로 타인들이 들어온다는 것이 부담이 되었나?오랜만에 얼굴을 보니 좋기도 하자만, 살짝 귀찮음이 마음 한편에 생겼다.


우선 세 사람이 오니 이부자리가 걱정이다. 몇 년 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여름 이불을 꺼냈다. 눅눅한 냄새가 진동했다. 아마도 엄마가 쓴 이후로 꺼내지 않은 듯하다. 얇은 이불이니 다행이다. 세탁기에 세 번 나누어 세탁을 했다. 세탁 후 햇빛에 말릴 시간을 감안하여 3시간 정도 간격을 두고 세탁을 했다. 다행히 햇빛이 강해서 잘 말랐다. 요는 두꺼워 빨기가 힘들어서, 내가 사용하는 매트를 주기로 했다. 매트의 커버만 빨았다. 쓰지 않던 배게도 내놓아서 햇빛에 말렸다. 화장실 청소도 했다. 화장실 냄새를 없애기 위해 락스를 풀어서 뿌렸다. 이삼일 만에 하던 거실과 건너방 청소를 며칠 동안 매일 했다. 그리고 주방 찬장을 보았다. 식기는 4개 정도이니 충분하다.


청소를 하면서 생각하니, 내 집에 여러 명이 와서 자고 간 적이 없는 것 같다. 참으로 정없이 살았다.


인디언 차를 끓여서 냉장고에 넣고, 정수기에서 큰 병에 물을 담아 냉동고에 넣었다. 그리고 슈퍼마켓에 가서 수박 한통을 사왔다. 수박을 깍둑썰기를 하여 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했다. 가벼운 아침식사가 필요할 듯하여 누룽지를 준비했다. 라면처럼 끓기는 누룽지라고 한다. 며칠 전 해놓은 김치가 너무 시었고 간이 쎈 듯하다. 그래서 작은 배추 한 통을 소금에 절었다. 소금에 절인 배추를 누룽지와 같이 내놓을 예정이다. 마음만 부담스럽고 준비한 것이 별로 없다. 어차피 식사는 맛집에 가서 해야겠지. 여행 즐거움의 하나는 지역 맛집 순례가 된 시대이니.


이렇게 준비하다보니 귀찮았던 마음은 날라가고, 만남이 기대된다. 마치 여행을 준비하는 일 같다. 여행지와 여행에서 필요한 물품 등을 여러번 점검하는 일, 이것이 여행의 시작이라 하지 않았던가. 손님을 맞을 준비하면서 손님들이 무엇을 좋아할 지 등을 상상해본다. 그 자체로 얼추 손님을 만난 것과 같다. 물론 이 만남은 과거의 기억으로 만든 것이다. 다시 만들어질 우리의 기억을 기대해본다.


먼 곳으로 나를 찾아주는 손님들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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