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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emeetskun Jan 25. 2021

세서미 스트리트는 어떻게 비정형 학습의 상징이 되었나

경영진에게 직접 듣는 비정형 학습 비즈니스 모델 

'아이들을 위한 비정형 학습 (Informal Learning for Children)' 두 번째 수업은 세서미 스트리트의 회장인 제프 던 (Jeff Dunn)의 환영인사로 시작되었다. 제프는 "살면서 절대로 변하지 않는 것이 딱 한 가지 있다면, 그것은 모든 것이 변한다는 사실입니다" 라며 강의를 시작했다. 


비정형 교육은 기본적으로 기술기반산업인데, 그 기술이라는 것이 늘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기술의 발전은 소비자들의 행동 변화로 이어지기 마련이므로 비정형 학습을 생각할 때는 늘 '변화'라는 개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했다. 다시 말해 효과적인 비정형 학습 경험을 구현하고자 한다면 지금 학습자들이 가장 애용하거나, 필요로 하는 기술과 콘텐츠가 무엇인지를 알아내기 위해 늘 안테나를 쫑긋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포스팅은 1) 세서미 스트리트가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비정형 학습 도구로 자리매김한 과정과, 2) 치열한 시장에서 50년 넘게 살아남을 수 있었던 전략 정리 타임


1) 세서미 스트리트가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비정형 학습 도구로 자리매김한 과정

1963년, 세계적인 요리사 줄리아 차일드는 The French Chef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들이 텔레비전을 보면서 요리를 배울 수 있도록 했다. 평소 줄리아 차일드 쇼를 즐겨보던 카네기 재단의 로이드 모리셋 (Lyod Morrisett)이 맨해튼에서 열린 한 디너파티에서 주최자인 Joan Ganz Cooney에게 '텔레비전이 아이들에게도 교육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던졌고, 그 질문은 세서미 스트리트의 시발점이 되었다고 한다.


카네기는 아이들이 처음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기본적인 읽기와 수리 능력을 익혀두는 것이 아이들의 성공적인 학교생활에 중장기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기초 학습 능력 없이 입학하는 아이들의 상당수는 가난하거나 유색인종이었고, 카네기는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보다 많은 아이들이, 보다 이른 시기에, 좋은 가성비로 기초 학습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던 중이었다. 비용이 많이 드는 정규 교육의 기회는 모든 아이들에게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서미 스트리트와 관련한 천 여편이 넘는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아기에 세서미 스트리트를 꾸준히 시청한 아이들의 수리 및 언어능력이 세서미 스트리트를 시청하지 않은 아이들보다 높았으며, 그 아이들이 청소년기에 접어들었을 때, 시청하지 않은 아이들 대비 학교 성적이 평균 16% 높고, 독서량도 월등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더하여 세서미 스트리트 시청이 아이들의 사회성 향상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태도를 길러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니 정말? 엄마가 종종 틀어주시던 세서미 스트리트를 넋 놓고 보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그저 빨갛고, 노랗고, 파란 인형들을 보면서 재밌어했던 것 같은데, 그 프로그램이 아이들의 학습 능력과 정서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보면서 내 성장 과정에도 스며들었으려나 싶어 신기했다. 


2) 치열한 시장에서 50년 넘게 살아남을 수 있었던 생존전략

세서미 스트리트는 30년 이상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으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2014년에는 100개가 넘는 어린이 대상 텔레비전 쇼가 방영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뿐만 아니라 비디오 구독 서비스 (SVOD) 플랫폼 역시 어린이 대상 콘텐츠의 시장 가치를 알게 되었고, 어린이들을 공략하기 시작하면서 어린이의 태블릿 기기 사용률은 2012년 대비 세 배로 늘어났다. 태블릿은 아이들이 VOD를 시청할 때 가장 많이 쓰는 기기가 되었고, 텔레비전 방송을 시청하는 아이들의 수는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세서미 스트리트는 그렇게 수십 년 간의 성공궤도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기술의 발전은 아이들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을 크게 바꿔놓았고,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세서미 스트리트의 캐릭터 특허 및 콘텐츠 수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어린이 대상 미디어 시장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졌고, 분열되었다. 넷플릭스와 같은 SVOD 플랫폼은 텔레비전 시청자들을 순식간에 휩쓸어갔고, 이에 따라 전통적으로 수익성이 좋기로 유명했던 홈 비디오 라이선싱은 경쟁력을 잃어갔다. 세서미 스트리트 역시 많은 손실을 입었으며, 이대로는 사업을 지속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세서미 스트리트를 오랜 기간 지탱해준 금전적 원천은 캐릭터 특허였다. 캐릭터 특허를 통한 수입이 세서미 전체의 수익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할 때도 있었다고 한다. 자연히 사업 비용의 상당 부분을 캐릭터 특허 수입이 메꾸는 수익구조가 오랫동안 유지되어 왔다. 그러나 시장 상황이 급변하면서, 세서미 스트리트는 새로운 수입원을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였다. 


2015년, 세서미 스트리트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감행했다. 조직을 지역별로 구분하였고 (북미, 남미, 유럽, 동남아시아 및 태평양, 중국, 중동), 임원진을 대거 교체하였다. 조직의 비전을 "모든 아이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발휘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교육 미디어의 힘을 활용한다"에서 "아이들이 더 똑똑하고, 강인하고, 친절하게 자라도록 돕는다 (To help kids grow smarter, stronger, and kinder)"라는 보다 명료하고 직관적인 언어로 재구성하였다. 그리고 이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1) 콘텐츠 제작, 2) 아이들과 부모의 행동 연구, 3) 세서미의 비전과 가치를 공유하는 이들을 이끄는 역할을 하는 데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세서미 스트리트는 학교 진학을 준비하고 있는 미취학 아이들에게 더 깊이 가 닿고자 노력했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60분짜리 에피소드를 30분짜리 에피소드로 나누어 제공하였다. 또한 다수의 캐릭터 대신 4개의 주요 캐릭터들에 집중하여 에피소드들을 제작하였다. 주요 캐릭터들을 반복적으로 등장시키면서 시청자와의 교감을 형성하고, 프로그램이 전달하고자 하는 교육적 메시지를 반복적이고 효과적으로 인지할 수 있게 하려는 의도였다. 콘텐츠 제작 과정 중에 진행하는 형성적 연구(formative research)에도 다시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 시청률이 크게 증가했고, 곧 PBS 방송사에서 방영하는 대부분의 쇼들을 능가하게 되었다. 


세서미 스트리트의 존재를 위협했던 SVOD 플랫폼 간의 경쟁 역시 새로운 수익 창출의 기회로 바꾸어놓았다. 2015년에는 첫 번째 창구 유통 파트너로 당시 넷플릭스의 가장 큰 경쟁사였던 HBO와 파트너십을 맺음으로써 TV 유통 모델을 SVOD 모델로 바꾸어나갔다. 이후 Univision과도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유통 플랫폼을 확장함으로써 기존의 재정적인 과제를 해결하고, 세서미 스트리트의 이미지를 활성화시키며, 미래 성장의 토대를 구축했다. 대규모의 파트너십을 통해 즉각적인 재정적 안정을 되찾았다. 


어릴 적 그저 캐릭터들이 떠들고 노래하는 것을 따라 하며 재밌게 보았던 세서미 스트리트를 성인이 되어 비즈니스의 측면에서 살펴보니 새로웠다. 제프가 강의를 마치며 강조한 메시지들은 굉장히 현실적이고 실용적이었다. 

비정형 교육 및 관련 기술은 오늘날 경제가 필요로 하는 이들을 육성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교육은 사업이다. 비영리사업이지만 사업은 여전히 사업이다. 즉, 수익은 지속적으로 비용보다 커야 한다.

조직 구조가 정말 중요하다. 누가 어떤 결정을 하는지 말이다.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고객이 이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과 기회를 이해해야 한다.

손익계산서와 대차대조표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고객에게 최고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사업전략과 치열한 실행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그 상품이 그저 아이들을 웃게 하고, 위로하는 순수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쇼 프로그램이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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