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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emeetskun Feb 09. 2021

강아지는 어디에서 데려오는 게 좋을까

우리가 개를 키우게 될까 #2

강아지는 어디에서 데려오지?


찾아보니 유기견센터, 전문 브리더, 펫 샵 등이 있는 것 같다. 어릴 적엔 물론이거니와 직장을 다니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펫 샵 유리창 너머의 작고 가냘픈 강아지들만 보면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이렇게 귀여운 생명체들이 있을까, 싶다가도 문득 서글퍼진다. '지금의 나는 너희를 유리창 밖으로 꺼내어줄 수 없지만, 마음의 준비를 마친 좋은 사람들의 품에 안기게 되기를' 빌며 돌아설 때면 마음 한편이 쓰라렸다. 2초 만에 사랑에 빠질 수 있다니, 괜히 눈을 마주쳤나 봐.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은 많은 펫 샵들이 강아지들을 번식장에서 데리고 온다는 것이다. 그 번식장이라는 곳은 상상도 하고 싶지 않은 방법으로 개들을 강제로 교배시켜 쉴 새 없이 새끼를 빼내는 공장 같은 곳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몇 년 전에도 친구가 그런 이야기를 전해주었는데, 너무 끔찍해서 기억 속에서 지워버렸던 것이 떠올랐다. 번식장 운영 시스템 자체도 충격적이지만, 그런 환경에서 태어난 새끼들은 부모견과 함께 지내는 시간조차 충분히 갖지 못한 채로 펫 샵으로 떨어져 나온다는 것을 알고 나니 인간의 잔인함에 대해서 새삼 생각해보게 되었다. 인간 아기와 마찬가지로 강아지들도 태어나서 부모견과 함께 지내면서 젖을 먹고, 영양을 보충하고, 면역력을 키우며, 해도 되는 행동과 그렇지 않은 행동을 구분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 눈도 제대로 못 뜬 상태로 펫 샵으로 옮겨진 강아지들은 면역력도 약하고, 사회성도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것도 모르고 그저 작고 예쁘다는 이유로 펫 샵 유리창 밖에서 온갖 미사여구를 다 붙여가며 열광했던 나 자신이 문득 낯설었다. 모를 때는 무식해서 속 편했으나, 이미 알게 된 이상 펫샵에서 강아지를 데려오는 건 어려울 것 같다. '이렇게 아무도 펫샵에서 강아지를 찾지 않게 되면 그 강아지들은 어떻게 되는 거지'라는 생각과 '펫샵 분양을 지양하는 문화가 천천히라도 만들어진다면 결국 번식장 시스템 자체를 멈출 수 있게 되지 않을까'라는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의 꿈같은 생각이 교차한다. 이미 너무나도 만연하고, 고착화된 문제들, 그중에서도 누군가의 생명이 결부된 문제들을 마주할 때면 나는 얼마나 작고 힘없는 존재인가 싶어 힘이 빠진다. 강아지를 데려오는 일이 이렇게 큰 충격과, 많은 고민과, 자괴감을 동반할 줄은 몰랐다. 


펫 샵과 불법 번식장들이 판을 치는 와중에 더 경악스러운 사실은 강아지를 키우다가 버리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는 것. 유기견 관련 SNS 계정들은 끊임없이 "반려동물을 버리는 행위는 가족을 버리는 행위와 같다"라고 외치고 있다. 물론 백 번 천 번 동의하지만, 과연 반려동물을 버리는 사람들은 애초에 그 동물들을 가족이라고 생각하기나 했을까 싶어 씁쓸하다. 동물을 유기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도 정말 많은 경우, 가해자들은 본인의 행동이 불러일으킨 파장과 상처에 대해 깊이 공감하지 않는 것 같다. 여러 유기견 센터 웹사이트들을 들여다보면 버려진 개들이 하나같이 너무 예쁘고 소중해서 더 기가 안 찬다. 안락사 날짜가 코앞으로 다가왔다거나, 강아지가 아픈데 병원에 데려가 줄 사람이 없다거나 하는 긴급한 도움 요청 메시지들을 보면 너무 막막해서 발만 동동 구르게 된다. 기껏 해봐야 우리는 매일 수백 마리씩 구조되는 유기견들 중에서 한 두 마리를 데려다 키울 수 있을 텐데, 사랑받고 싶고, 살고 싶어 하는 수많은 아이들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건 벌써부터 생각만으로도 미안하고 고통스럽다. 그렇기에 더더욱 우리와 연이 닿는 강아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가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 그나저나, 나와 남편이 이미 사람에게 상처를 받은 한 영혼을 보듬어줄 수 있는 그릇이 되는 걸까. 아.


유기견들을 좋은 가정에 입양 보내는 일을 하는 훌륭한 기관들의 사이트와 앱을 밤낮으로 보면서 남편과 의견이 일치했던 부분은, 품종견이든 믹스견이든 상관없다는 것. 그렇게 전문 브리더를 통해 분양받는 옵션은 자연스럽게 제외되었다. 옛날부터 어른들이 강아지는 믹스견이 제일 예쁘다고 하시던 걸 그저 흘려들었는데, 관심을 갖고 자세히 보니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아이들은 대부분 시고르자브종이다. 분명 사람마다 다른 선호와 의견을 갖고 있을 텐데, 남편과 나는 수더분한 시고르자브종의 매력에 함께 퐁당 빠져있어 다행(?)이다. 우리가 유기견을 반려견으로 안아줄 수 있는 그날까지, 파...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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