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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emeetskun Apr 23. 2021

완전히 객관적인 평가는 없다

교육상품 형성평가 수업

이번 포스팅에는 'cuturally responsive, contextually relevant evaluation'에 대해 정리해두려고 한다. 한국어로는 '문화적으로 호응하고, 맥락적으로 적절한 평가'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다. 교육상품 형성평가 수업에서는 한 학기 내내 잊을만하면 이 주제를 짚고 또 짚어왔다. '너무 당연한 얘기 아니야? 평가가 문화적으로 호응하고, 맥락적으로 적절하면 좋지'와 같은 생각이 들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어려운 과제라고 여겨진다. 


모름지기 제대로 된 평가란 누가 봐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도록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명확한 지표들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거라고 생각해왔다. 물론 큰 그림에서는 여전히 유효한 생각이지만, 이번 주 수업을 들으면서 '좋은 평가'의 정의가 더 확대되었다. 이번 수업의 핵심 내용은 '문화적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고 오롯이 객관적인 평가란 존재하지 않는다'이고, 진정 정확하고 설득력 있는 평가란 그 평가의 대상과 주체의 고유한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과정에서 도출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문화'란, 사람들 간 공유되고 있는 경험들을 아우른다. 언어, 가치, 관습, 믿음, 세계관, 의사소통 방식, 배움의 방식 같은 것들 말이다. 문화적으로 중요한 요소들은 인종, 민족, 종교, 사회 계층, 언어, 혈통, 장애, 성적 지향, 연령, 성별, 지리적 요인 및 사회경제적 상황을 포함하나 이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이러한 문화는 모든 평가의 기반이 된다. 즉, 평가의 모든 단계 - 평가 문항 디자인, 데이터 수집, 분석 및 해석 - 에 문화가 영향을 미친다. 


어떤 상품이나 프로그램을 평가하기 위해 당신을 인터뷰한다고 가정해보자. 평가자가 당신에게 질문을 할 때 사용하는 언어나 제스처, 말투, 민감한 내용을 다루는 방식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편안하다면 아마 답변을 할 때도 더 솔직하고, 정확하고, 질문자를 존중하는 자세로 임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질문자가 당신이나 당신이 속한 공동체 (회사, 가족, 국가 등)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부족하다고 여겨진다면 어떨까.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정성스럽게 답변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지 않을까. 문화의 영향을 아예 받지 않는 교육 시스템도, 사회 시스템도, 법도 없다. 우리의 가치관은 교육적이든, 정치적이든, 법적이든 우리의 사회활동 전반에 반영된다. 평가자들의 책임은 그들 자신의 문화적 선호도를 인식하고, 그것이 자신들의 평가 활동에 어떤 부당한 영향도 미치지 않도록 제한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culturally responsive, contextually relevant 평가의 목적은 무엇일까. 바로 평가 대상들의 관심사, 니즈, 그리고 선호가 프로그램/전시/상품에 충분히 대변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최대한의 이해당사자들을 평가과정에 참여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문화에 대한 평가자들의 자세는 단순히 특정 지식이나 기술 습득을 통해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평생에 걸쳐 길러지는 센스라고 볼 수 있다. 평가자들은 끊임없는 자기반성을 통해 자신의 선입견을 점검해야 하고, 평가 대상들의 생각과 표현에 적극적으로 귀 기울여야 한다. 이렇듯 바람직한 평가를 위해 실천해야 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문화적 정체성의 복잡성을 이해한다.

권력의 역학관계를 인식한다 (평가 대상들 간, 평가자들 간, 혹은 평가자와 평가 대상 간)

사회적 관계 안의 편견을 인지하고 제거한다.

문화적으로 일관된 인식론, 이론 및 방법들을 사용한다.

자가평가와 능동적 청취를 계속한다. 


교육상품 평가에 대해 생각하는 내내 답답했다. 나와 같은 국적, 성별, 연령, 언어를 가진 사람들이 '나와 같은' 문화를 가졌다고 할 수 있을까? 그 문화라는 것은 깊이 파고들수록 무수히 잘게 쪼개진다. 나는 그렇게 나 자신의 문화와 내가 속한 조직의 문화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데, 다른 누구의 문화를 감히 이해하고 그에 맞는 평가를 수행할 수 있다는 말인가. 수업 후반부에 20분간 소규모 토론을 할 때 같은 그룹에 배정된 친구에게 이 얘기했더니 생각보다 간단하게 나의 고민을 정리해주었다. 그 친구의 말에 의하면 평가자들은 평가 대상을 선택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모든 평가 대상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열린 마음으로 모든 다름을 존중하고, 평가과정이 언제든 나의 예상 또는 기대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결코 완벽할 수 없으니 귀와 마음을 잘 열어두어야 한다. 맞는 말!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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