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의 비밀
신을 존재케 하는 것은 이성이 아니라 신앙이다. 따라서 이성을 통해 신의 현존을 증명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신을 통해 이성의 부재를 증명하게 될 것이다. 화폐 또한 그렇다. - p.21 line 5~8
화폐에 눈을 빼앗기면 화폐를 볼 수가 없다. 맑스는 왕이 왕인 이유를 왕에서 찾으려 하지 말고, 그가 신하의 눈에 왕으로 보인다는 사실에서 찾으라고 말한 적이 있다. - p.23 line 10~12
마술사에게 속는 이유는 우리가 엉뚱한 곳을 보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곳에 비밀이 있다. 화폐 역시 그렇다. 화폐로 사용되는 사물은 마술사의 소도구처럼 정작 화폐적인 것을 보지 못하게 한다. - p.27 line 15~18
다음으로 화폐의 발생을 경제적 현상에 국한해서 논의할 수 없다는 것도 분명하다. 마르셀 모스는 원시 사회의 경제적 급부체계를 ‘총체적인 사회 현상’(phenomene social total)이라고 불렀는데, 그것은 경제적 급부체계에 “종교제도, 법제도, 도덕제도, 경제제도 등이 한꺼번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비록 그 구체적 양상은 다르지만 우리는 근대 화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말을 할 수 있다. 그것은 경제적 현상임과 동시에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현상이다. 이 책에서 자세히 살펴볼 근대 화폐의 형성과정에서 이 점은 더욱 잘 드러날 것이다. 그것은 근대 주권이 형성되는 과정이자, 근대 시장이 형성되는 과정이며, 근대 사회가 형성되는 과정이고, 부에 관한 과학적 담론이 형성되는 과정이다. - p.32 line 5 ~ p.33 line 2
화폐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은 화폐로 사용된 사물이 아니라, 그것을 화폐로 만들어준 요소들의 작용에서 찾아야 한다. - p.39 line 2~4
우리는 아무런 목적성도 존재하지 않는 발생지로부터 출발해서 온갖 우연적 사건들이 개입하는 시간을 따라 구성적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 p.46 line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