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구마모토: 도시 전체가 테마파크

by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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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워해도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은 이따금 무력을 안겨 주곤 한다. 지금보다 더 젊은 엄마와 아빠 손을 한쪽씩 잡고 테마파크를 가던 무렵, 동화와 현실은 별 다를 바가 없었다. 우리는 내내 웃었고, 비눗방울이 바람을 타고 떠다녔고, 형형색색 화려한 인형들이 춤을 추며 지나갔고, 어디서든 노래가 흘러나왔으니까. 이제 그 시절은 차이를 좁힐 수도 없이 멀어졌지만, 아쉽다고 해도 특별히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한 치의 틈새도 허락하지 않는 안온함 속 구김 없는 웃음. 순간순간이 치열하게 흩어지는 도시는 이를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효율과 속도에 맞춰 달려 나가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는 일상이다. 계절이 한 장 넘어가는 찰나 들꽃이 피어난 모습이 있다 해도 쉽게 보이지 않는다. 알아차리기 힘들다. 여행의 의미는 이런 현실이 있기에 더 소중하다. 모든 게 새롭다는 감각, 다른 온갖 생각은 멈춰도 되는 기간, 주위를 천천히 들여다보게 만든다. 그때, 만약 그렇게 바라본 도시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시절을 닮았다면 어떨까.


세상이 다시 동화가 된다. 신나는 노래가 흘러나오는 이어폰만 귀에 쏙 넣고 걸으면. 일본 구마모토에서는 그랬다. 마치 도시 전체가 테마파크 같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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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을 돌릴 때마다 구마모토의 마스코트 캐릭터* '구마몬'이 어디서나 푸짐한 몸집으로 손인사를 건넨다. 건물 외벽, 벤치. 편의점···. 어디서든 어떤 형태로든 변신해 앞에 나타난다. 시공간을 넘어 어김없이 눈앞에 다가와 있다는 건, 언제라고 믿고 헤맬 수 있다는 뜻은 아닐까. 시내 어디에 있든 등대처럼 길을 밝히는 구마모토성도 묵묵히 같은 곳에서 여행자를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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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는 지역마다 마스코트 캐릭터인 '유루 캬라(ゆる キャラ)'가 있다. 구마몬을 활용한 상품으로 구마모토가 벌어들인 수익은 1조 4,596억 엔 이상이다.


본격적으로 구마모토를 여행하기 전에는 자유이용권을 끊었다. 구마몬 IC카드가 그 역할을 한다. 두 발만으로는 모두 돌아볼 수 없는 시내 구석구석을 노면 전차가 데려다준다. 출출해질 무렵에는 구마모토가 아니면 만날 수 없는 먹거리를 만나러 떠나면 된다. 구마모토 지역 특산물(예: 연근, 말고기 등)을 활용한 음식을 판매하는 전통 테마 거리 '사쿠라노 바바 조사이엔'과 밤이면 등불이 환하게 켜져 손님을 맞이하는 포장마차 거리 '야타이무라'까지 여행자를 기다린다.


구마모토에서 보낸 하루는 어릴 적 그 시절만 같았다. 현실이 동화와 별 다를 바 없는. 물론 손에는 더이상 부모님 손이 아닌 카메라와 휴대폰만이 들려있었지만.




동화 같은 도시 ‘구마모토’ 여행 노트


PLACE

온 세상이 구마몬인 구마몬 전문 기념품점 ‘구마몬 스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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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모토성 바로 아래 자리한 전통 테마거리 ‘사쿠라노바바 조사이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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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지자체 캐릭터인 구마몬의 성공 과정을 다룬 책 '구마몬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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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흥겨움과 애틋함이 공존하는 '레이니(LANY)의 ILYS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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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구마모토 시내 대표 포장마차 거리, 야타이무라 '말고기와 사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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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솔솔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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