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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명진 Jun 17. 2019

#25. 보험 보장의 Time Diagram

[한국보험신문 칼럼] 다다익선과 함께 하는 인슈포트라이트

# 해당글은 한국보험신문에도 게재되고 있는 오명진 작가의 '인슈포트라이트' 칼럼입니다.



보험은 보장할 수 있는 기간이 정해져 있다. 짧게는 1일, 길게는 100년이 넘는 시간을 보장하기도 한다. 보험료 예시를 나타낼 때 전체 생애주기 중 중앙연령이라고 할 수 있는 40세를 기준으로 100세만기로 가입한 상품은 보험기간이 60년으로 운영이 되는 것이다. 설계한 담보의 조합에 따라, 가입자의 성별과 연령에 따라, 설정한 보험기간 및 납입기간에 따라 보험료가 달라지기도 한다. 각기 다른 보험가입자가 어떤 상황에서 보험을 가입하고 보장이 시작되었든지 간에 보험사는 경과기간에 따른 책임준비금을 계산하고 적립해 놓아야 할 의무가 있다. 즉, 보험료를 받아서 보험사가 즉시 수익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닌, 책임준비금이라는 부채의 계정에 보험료를 쌓아 놓는 것이다. 이유는 보험가입자가 보험을 가입하고나서 어느 시점에 사고가 발생할지 알 수 없으며, 동시에 여러 명의 가입자가 보험금을 청구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에 대비해 책임준비금을 적립해 놓는 것이다. 따라서, 보험사가 보험료를 계산함에 있어 흔히 말하는 보험사고(암, 교통사고 등)의 발생률에 더하여 중요하게 고려되는 요소가 바로 ‘시간 도표(Time Diagram)’이다. 전체 가입자 중에 몇 명의 가입자가 보험사고가 발생하는지도 중요하지만, 언제 발생하는지에 따른 확률과 통계의 세밀함과 계리적 기법이 필요한 것이다.


보험의 보장효용(보험금 지급사유 발생)은 시간차를 두고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연하게 내일 당장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으며, 수년 혹은 수십년의 시간 이후에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보험을 가입하고나서 수년 간의 시간 동안 보장의 효용을 느끼지 못한 가입자가 보험의 필요성을 더 이상 느끼지 못하는 순간에 찾아온다. 이들이 보험을 해지하고 해지환급금을 받아 든 순간, 왜 납입한 보험료보다 받아가는 환급금이 적은지에 대해 큰 불만을 제기하고 납입한 보험료를 모두 돌려 달라는 민원을 제기하기도 한다.

고객이 납입하는 보험료를 분해해보면 실제 위험보장에 사용되는 위험보험료 이외에 보험사가 보험업을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경비와 설계사의 판매수수료 등의 사업비 즉, 부가보험료가 같이 포함되어 있으며 해당 부분은 고객이 보험을 해지하는 경우 환급이 불가한 금액이기도 하다. 이를 알지 못하는 가입자가 해지시점에서 환급금이 적은 것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보험을 해지하는 시점에서 가입자와 보험사 간에 발생하는 관점의 차이가 매우 크다는 데 있다. 보험계약법 상 ‘해지’의 용어는 ‘장래효’로 정의한다, 즉, 해지하는 시점 이후부터 그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며, 소급해서 처음부터 없던 것으로 하는 ‘소급효’의 ‘무효’또는 ‘취소’와는 엄연히 다른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무효와 취소는 쌍방이 계약을 함에 있어 당사자 일방의 명백한 흠결이 있는 경우에 한해 이뤄지는 것이며, 가입자가 더 이상 보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단순 변심에 의해 그 계약을 중지하고 싶은 해지와는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해지는 그 때까지의 계약은 유효했으나 이 후부터 계약이 종료되었음을 당사자 간에 동의하는 것이다. 즉, 다시 말해 해지 시점까지 가입자는 보험에 대한 보장혜택을 이미 영위하고 있던 것이다. 그 기간동안 보험사고가 발생했다면 보험금도 지급되었을 것이다. 해당 기간동안 보험사가 보장해 준 리스크에 대한 대가로서 이미 경과한 보험료는 보험사의 수익으로 인식되어 가입자에게 돌려주지 않는 것이 맞다.

최근 다소 황당한 서비스가 출시되었다. ‘보험 해지환급금 전액 돌려받기’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고객들의 단순 변심에 의한 ‘해지’인 경우에도, 어떻게든 계약과정에서의 보험사 또는 설계사의 흠결(3대의무 위반 등)을 찾아내 품질보증제도를 활용하여 계약을 무효화하고, 납입한 보험료 원금을 모두 돌려받도록 도와주는 서비스이다. 해당 서비스를 운영하는 법인 또한 보험을 설계하고 판매수수료를 받아 업을 이어가고 있는 보험대리점이라는 점에서 씁쓸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취득한 고객정보를 통해 또 다른 보험영업을 하고 있는 듯하여 걱정이 앞선다. 보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고객이 해지하는 것을 두고 탓할 수는 없다. 다만, 납입한 보험료보다 적어진 해지환급금에 대해 왜 그런 것인지 충분히 안내하고 불만을 해소해 드리는 것이 보험업을 함에 있어 올바른 방향이며, 고객 불만을 증폭시켜 오히려 새로운 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서비스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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