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마치고 돌아가는 길,
손톱달이 눈앞에 바짝 다가왔습니다.
사진으로 찍으니 조그마한 손톱에 불과합니다만.
커다란 보름달이 눈에 꽉 찬 것 못지않게 손톱달은 눈앞에 떠 있습니다.
가던 걸음 멈추고 바라보니 어째 손톱달이 점점 작아집니다.
세상과 풍경을 바라볼 때,
마치 내 가슴에 이 모든 것을 품은 듯합니다.
가만 생각해보면 내가 품은 게 아니라 되려 그 풍경의 미미한 존재일 뿐인데.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라고 해도 할 말이 없는.
달을 품은 것인지,
내가 달에 안긴 것인지 이제는 헷갈립니다.
주체로서의 나는 이 세상의 주인인 듯합니다.
한 번 살다가 떠날 인생의 주인이니 오죽하겠습니까.
모든 일을 바라보고 판단할 때 내가 주인일 수밖에 없겠죠.
그 주인이라는 게 곧 오만과 독선의 고집을 뜻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죠.
이 세상에 나란 존재는 유일하다는 것을 각성하는 게 참 어렵습니다.
주관과 오만의 경계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니까요.
“작가님은 이렇게 시끄럽고 엉망인 세상에서 뭐가 가장 필요한 것 같아요?”
카페 주인장은 세상이 엉망진창이라고 분통을 터뜨리더니 곧장 이렇게 물었습니다.
참 어려운 질문이죠.
그 질문을 듣는 순간 떠오르는 건 ‘연대’였습니다.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고,
타인의 관점을 공감할 수 있고,
서로의 부족한 것을 채워줄 수 있는.
내가 사람을 품은 게 아니라 그들에게 안긴 것임을 깨달을 때,
이 세상은 의견이 달라도 증오하지는 않겠죠.
다투고 싸우는 게 인간의 삶이고,
논쟁하고 떠드는 게 민주주의입니다.
시끄러운 게 문제는 아니죠.
시끄러워야 되고, 그 시끌벅적한 가운데에서 답을 함께 찾는 것이죠.
밤하늘에 떠 있는 손톱달을 품지 말고,
내가 저 달에 안긴 채 겸허를 떠올립니다.
겸허할 때 연대가 가능할 테니까요.
#감성 #감성사진 #색감 #색감사진 #하늘 #가을 #밤 #달 #초승달 #손톱달 #연대 #color #fall #autumn #nigjt #moon #crescent #crescentmoon #with #글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