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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폴로 Jun 08. 2022

당신을 싫어하는 당신에게

 얼마 전, 한 학생이 금방 울 듯한 표정으로 저를 찾아왔습니다.

"가끔은 제가 너무 싫어서 숨도 쉬기 싫을 때가 있어요."

긴 시간 얘기를 듣는 동안 수 차례 이 말을 건네주고 싶었습니다. (실제론 들어줄 따름이었습니다.)

'그건 잘못된 생각이야. 너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저 또한 숨 쉬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가 있었습니다. 특별히 몸이 아파서 그런 것도, 상황이 날 묶은 탓도 아닙니다.


 저는 제 20대를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우울감과 싸워야 했습니다. 나 자신이 아무런 쓸모도 없다 느껴졌습니다. 나보다 탁월해 보이는 사람들과 나를 동일 선상에 세워놓고는 연거푸 나를 향해 채찍질을 해댔습니다. 나의 정체감은 그랬습니다.  내가 주목하는 누군가보다 우위를 점해야만 했습니다. 마음에 수 없이 상처를 내야 비로소 조금 진정이 됐습니다. 수 없이 심리학과 성격 관련된 책들을 읽고 자기 분석도 해 보았지만, 돌아오는 건 자기 함몰이었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 것 같아?"

"(이거 과제인데) 내가 잘하는 게 뭔 것 같아?"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난 게 뭐라고 생각해?"

"나에 대한 인상을 좀 말해주라"


  지금은 특별히 우울감이나 낮은 자존감 때문에 자주 힘들어하지 않습니다. 그 시점이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히 꼬집어내기 어렵지만요. 아마도 나를 전적으로 믿어주는 를 만난 것, 절대자에게 끊임없이 감정을 쏟아낸 것, 굳이 남과 비교하지 않아도 가치 있는 나만의 장점을 발견한 게 그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욥기'라는 책엔 남 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다 일순간에 집도 건강도 가족도 다 잃어버린 욥이라는 남자가 나옵니다. 무너진 집 터 위에서 문둥병 걸린 자신의 살갗을 기왓장으로 벅벅 긇습니다. 상실의 현실을 안고 존재론적인 고민을 하며 괴로워할 때 세 명의 친구가 주인공을 찾아옵니다. 위로의 몇 마디와 함께 친구들이 욥에게 건네준 선물은 ''이었습니다. 욥은 자신의 의를 주장하며 친구들의 말을 부정합니다. 친구들의 '선의'는 욥에게 저항과 원망을 불러일으킨 트리거가 됐습니다.


 아무리 옳고 좋은 말도 함께 울어줌이 없인 비수로 돌아올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반면, 말없이 옆을 지켜주며 고통을 함께 해주는 마음의 몸짓이, 무너진 한 사람을 서서히 세우는 기적임을 꽤나 경험했습니다.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에게 최고의 선물은 (멋진 글귀가 아닌) 헤아려줄 수 있는 존재의 함께 함이었습니다.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억한 마음을 오롯이 쏟아내도 들어줄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나의 현재는 미래의 누군가를 안아줄 수 있는 잠재적인 보석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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