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후닭 Aug 09. 2022

교실에서 오지랖은 어디까지?

한국어 강사의 푸념 2

7월은 아픈 학생들로 귀국도 많이 하고 한국 생활이 힘들어서 우울하고 자주 울었다는 얘기도 들었다. 두 학교에서 3명이 수업을 포기하고 4명이 우울하다고 말했다. 얘기를 잘 들어주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쉽다. 한 학생은 선생님이 외국어를 할 수 있으니까 한번 얘기를 했으면 좋았겠다고 말을 전했다.



한국에 귀국하고 모든 생각에 자기 검열을 많이 해왔다. 누군가에게 얘기를 해주는 것들이 오해가 생길 수 있고 누가 이랬더라, 저랬더라 하는 얘기를 듣는 것에 지치기도 했기에 사람 반응에 예민했다. 운 좋게 일을 시작하고서도 비슷했다. 학교 하나는 부담임이고 다른 학교는 신생아 수준인 신입이니까 오지랖 부리지 말자고 다짐했고 굳이 내 생각을 얘기하진 않았다. 다들 알아서 잘하니까 나만 잘하자고. 그런데도 한국이 싫어서가 아니라 한국 생활이 힘들고 아파서 고향으로 돌아가고 우울하다고 하니까 생각이 많아진다. 왠지 나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 같아. 교실 안에서 친구처럼 잘 얘기하고 최대한 쉽게 가르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다. 



어디까지 오지랖을 부려야 하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개인 생활에 깊게 관여하고 싶지는 않다. 사실 유학할 때까지는 오지랖이 심했다. 누가 힘들다고 하면 굳이 나서서 얘기를 들어주고 내 경험을 얘기해줬다. 근데 조언이라고 해준 말들이 누군가에겐 잘못됐을 수도 있고 내 말이 와전되어 관계를 의심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몇 사람 빼고 감정 소모가 크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고민을 들으면 말하는 사람의 감정이 나한테도 그대로 전해진다. 가르치는 일이 적성에 맞다고 생각했는데 타인에게 무관심한 것 같다. 아까 집에서도 방에 그냥 들어오지 말라고 했더니 냉정하다고 하고. 사람들이랑 교감하는 거 가끔 못 해 먹겠다. 라포 형성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어디까지 형성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삶의 경험이 더 쌓이면 알려나. 확실한 건 나잇값은 못하는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달달함은 짧은 맛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