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후닭 Aug 12. 2022

데자뷰를 느낀 순간들

찰나 같아서 애매하지만… 그래도 믿고 싶은 순간


텍스트로 표현이 되는구나




엊그제 약속을 파투 낸 친구에게 섭섭함을 느꼈다. 저번 글에 썼던 그 친구다. 난 좋으니까 약속을 만드는데 걘 날 그만큼 생각하지 않는 걸까. 저녁엔 짝 선생님과의 통화로 이 바닥을 기대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어 강사는 연예인 같다. 아무리 잘해도 다음 방송에 날 가차 없이 안 부를 수 있다.



기대하는 게 하나도 없는데도 사람도 일도 괜히 섭섭하네요. 그 순간에 내가 좋아하는 카페가 다시 열었다. 1달가량 치료하시고 여시는 구나. 갑작스러운 공지라 놀랐지만 타이밍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카페는 걔가 알려준 곳이다. 처음 왔을 때 좋기도 했지만 와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데자뷰 같은 느낌. (데자뷰가 더 입에 붙는다) 그 뒤로 종종 와서 일도 하고 쉬었다. 디저트가 맛있기도 한데 편안하다. 이상할 정도로 편안해. 여기 오면 별 것 안 해도 쉰 것 같고 머리에 꽉 찬 화도 가라앉는다. 차분해지면서 이성적으로 변한다. 왜 그럴까? 걔가 추천해줘서? 여기 터가 좋아서? 디저트가 맛있어서? 모르겠네.



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기대하지 말라고 말한다. 걔에 대해서도, 일에 대해서도. 나도 알아. 애매한 것만 교류했다는 . 근데 이상하게 직감이 생각난다. 처음 한국어 강사 면접 보러  열고 들어갈  느낀 정신적인 맑음. 긴장해서 실수했는데도 되겠다는 느낌. 칠판에 판서할 때마다  일을 겪어본  같았다. 학생들과 얘기할 때마다 이미 해본  같은 데자뷰. 다른 학교에서는 그런 느낌이 없었다. 그래서 2학기까지만 일할  있다는 메일을 받았나?



걔도 마찬가지다. 2년 만에 만났을 때 느낀 이상함. 서로 말없이 마주치기만 했던 찰나 같은 5초. 짧은 순간에 뭔지 모를 게 지나간 감정들. 느리게 흘러가는 데자뷰 같은 느낌. 아, 이건 데자뷰라고 말할 수 없나. 그럼 이건 뭐지.



아무튼, 사소하고 작은 느낌들을 무시하고 싶지 않다.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여운이 크게 남는다. 무슨 감정인지 알고 싶지만 파헤칠 힘이 없어서 흘러가는 대로 살면서 타이밍을 기다릴 뿐…. 누구에게 털어놓기도 애매하다. 제대로 말할 수 없어서 이상하게 생각할 게 분명하다. 답답하니까 그냥 끄적이기만 한다. 그래도 이런저런 일 겪다 보니까 내가 느끼는 것들이 이유가 있긴 한 것 같다. 모스크바에서도 그랬으니까. 그러니까 더 믿고 싶어 져. 기대하진 말되 막연한 믿음은 갖자.



매거진의 이전글 교실에서 오지랖은 어디까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