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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안기행 Jan 15. 2019

남해의 진경을 담아낸 그림

대현동, 이화여자대학교

#지안기행

#남해다랭이마을


커피를 마시다보면 같은 품종이라도, 해발고도가 높은 지역에서 자라난 원두가 주는 깊고 숙성된 맛이있다. 나에게는 블루마운틴이 그러한 원두다. '티피카'라는 품종의 원두가 블루산맥에서 재배된 커피, 블루마운틴.


일반적인 티피카 품종의 원두는 커피잔을 내려놓을 때쯤 느껴지는 슬몃한 짠맛이 매력적이다. 블루산맥의 최고봉에서 재배된 티피카는 여기에 부드럽고 과하지 않은 산미를 더해, 농밀한 다크 초콜릿맛을 낸다. 산전수전 다 겪은 숙성된 맛을 보여준다.


근처에 일이 있어, 이대 박물관에 들렸다. 이호신 화백의 마을진경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전라도부터 시작하여 남해다랭이 마을까지, 화백이 몇 달씩 기거하며 재해석한 마을의 진경과 동네사람들의 모습이 걸려있었다.

남해 다랭이 마을에서 눈길이 멈췄다.


다랭이마을이 지금처럼 유명세를 타기 이전에 그리셨던 그림인 듯 싶었다. 남해의 거친 산세가 그대로 표현되어 있었다. 척박한 산을 일궈 논을 만든 사람들. 이곳이 고향인 남편의 이야기를 빌리면, 사람들은 저 논을 만들기 위해 여수까지 배를 몰고 가서 거름을 실어왔다고 했다. 낭만적으로 감상하기엔, 그들의 삶의 무게가 무거웠고 억척스러웠다.


자연이 같은 품종의 커피를 다르게 길러내듯이, 자연은 사람과 마을도 지역색을 담아 길러낸다. 척박한 남해는 언뜻보면 참 무뚝뚝한 동네다. 사람들 고집도 엄청 세다. 물자도 부족해서, 유명한 음식이 고작 멸치쌈밥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게 이 동네의 매력이라는 것이다. 무뚝뚝하고 다소 거칠지만 정이 깊고, 진정성이 있다. 화려하진 않아도 주어진 것을 활용해서 자족할 줄 안다. 고작 멸치쌈밥이라고 생각했지만, 멸치가 이렇게 부드럽고 담백할 수 있었나 싶게 맛있었다. 척박한 땅에서 살아남는 법이 담긴 땅, 그것이 남해였고, 화백의 그림은 그런 남해의 모습을 잘 담아내고 있었다.


최근에는 남해도 유명세를 많이 타고, 관광지화 되며 슬몃 그 매력을 잃어간다. 척박한 땅에서 피어오른 간절한 아름다움이, 이 동네의 매력을 모르는 사람들의 손에 의해 사라진 경우도 종종 보인다 .


화백의 눈으로 본 남해의 매력이 많은 사람들에게 잘 전달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이 만들고 인간은 거들뿐. 그 거친 매력을 아는 사람들에 의해, 이곳의 아름다움이 잘 유지되기를 바랬다. 이번 구정에는 남해에 다녀와야겠다.


#자연이만들고인간은거들뿐

#잘거드는인간이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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