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갓집, 그곳.
나의 외갓집은 시골이다. 어린 나는 주말마다 외갓집을 갔고, 방학이 되면 한 달 넘는 기간을 외갓집에서 보내곤 했다. 자연스레 도시에 사는 친구들과는 다른 감성과 추억을 가지고 성장해갔다. 여름엔 외갓집 앞 시냇가에서 송사리와 다슬기를 잡거나 물놀이를 했고, 돌들을 주워다가 소꿉놀이를 했다. 겨울엔 얼어붙은 냇가에서 썰매를 타고, 아궁이에 고구마를 구워 먹곤 했다.
우리 외할머니는 동네에서 요리 솜씨 좋기로 소문나신 분이다. 외갓집의 뒷마당엔 장독대가 있고, 할머니께선 아직도 장과 젓갈을 직접 담그신다. 할아버지께서 농사지으신 것들로 만들어주신 할머니의 요리, 그것은 내게 ‘소울 푸드’였다.
그때의 꼬맹이는 ‘외갓집’이라는 공간 덕에 ‘요리’와 ‘느림’을 좋아하는 서른 살 어른이 됐다. 나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그곳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외갓집, 외갓집이 있는 동네,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나의 소울 푸드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들......
외갓집, 그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