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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솔 Apr 17. 2018

봄의 시간

봄보다 부지런해져야 하는 이유


비 내리는 외갓집 풍경, 2018


지난 주말, 꽤 많은 양의 비가 쏟아졌다. 가뭄을 해소시켜줄 봄비인데 마냥 반갑지만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우중 고사리 수확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오래된 밤나무를 베어내고 그 자리에 고사리를 심은지 7년 정도 됐다. 매년 봄이 되면 흙을 뚫고 굵은 싹이 올라온다. 고사리는 잎이 피면 먹을 수 없게 되므로 봄철 내내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이 날도 그랬다. 비를 흠뻑 머금은 고사리가 햇빛을 받아 잎을 피워내기 전에 비를 뚫고서라도 고사리를 수확해야만 했다.


고사리를 수확하는 과정은 무척 고된 중노동이다. 외할아버지의 밤산은 평지가 거의 없고 가파르기 때문에 더욱 힘들다. 이 날은 쌀쌀한 데다 비까지 와서 고사리 수확을 하셨던 어른들 모두 몸살이 나셨다. 식탁 위에 오르는 모든 것들이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우리 고사리는 푸른 청고사리와 검은 먹고사리가 섞여있다.





할머니와 둘이서 바지런히 티끌을 가려냈다.

고사리에 집중하시는 할머니의 뒷모습. 셔터를 누르지 않을 수 없었다.





고사리를 삶는 것은 언제나 큰삼촌의 몫이다. 보이는 것은 오늘 수확의 일부. 이렇게 삶아진 고사리는 햇볕이나 건조기에 말려 보관한다.


봄이 가까워지면 우리 고사리를 맛 본 지인들로부터 예약 주문이 들어온다. 가족끼리 먹으려고 짓는 농사라 양이 많지 않은데 매년 찾아주시는 분들이 계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이른 봄이 지나가고, 순채(筍菜)철이 시작됐다. 하지만 올봄엔 쌉싸름한 싹들을 넉넉하게 맛보지 못할 것 같다. 혹독했던 지난겨울, 두릅나무와 엄나무들이 살을 에는 추위를 견뎌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사리를 수확하러 산에 간 김에 얼마 나지 않은 어린 두릅을 꺾어왔다. 





두릅 초회

팔팔 끓인 물에 소금을 조금 넣고 20-30초 정도 데친다.
초장과 함께 곁들여낸다.

- 초간단 초장 양념 : 고추장 2 숟갈, 설탕 1 숟갈, 식초 1 숟갈



두릅 튀김
두릅을 잘 손질한다.
비닐팩에 튀김가루 1숟가락을 넣어 두릅을 넣고 흔들어서 겉면에 튀김가루를 골고루 묻힌다.
튀김가루와 전분 1숟가락을 섞고 차가운 물을 넣어 섞는다. (농도는 주르륵 흐를 정도로 가볍게 한다.)
180도의 온도에서 노릇하게 튀겨낸다.





두릅 손질법은 간단하다. 나무 부분을 제거하고 밑동 부분에 칼집을 낸 뒤 두릅을 감싸고 있는 껍질을 뗀다. 가시가 있다면 칼등으로 살살 긁어내면 된다. 굵은 두릅은 반으로 가른다.





투박하고 귀여운 할머니의 무쇠칼. 오일장에서 사 온 것이다. 할아버지께서 항상 숫돌로 날을 세워주신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외갓집의 소소하지만 값진 것들.


엄마는 두릅을 데치고 나는 튀김을 하고. 할머니의 낡은 부엌이 그의 딸과 손녀가 요리하는 소리로 채워진다.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튀김소리





봄맛은 다채롭다. 화려한 요리가 아니기에 더욱 그리운 요리들.



봄의 시간은 바삐 흘러간다. 얼마 전, 이제 막 고개를 내민 어린 머위순을 따다 무침을 해 먹었는데 이제는 너무 커버려서 쌈을 싸 먹어야 할 정도다. 조금 더 기다리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옻순도 나오겠구나. 새로운 봄을 맛보며 다음 주자를 기다리는 재미가 있다. 차례차례 쏟아져 나오는 봄의 맛을 즐기려면 봄보다 더 부지런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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