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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진한 Jan 05. 2023

다시 1학년 되는 거야?

언어라는 게 잠깐 사이에 생겨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제법 긴 세월 쓰였던 말이 사라지는 모습을 목격하는 일은 묘한 느낌을 준다. 


나는 96학번인데 78년 1월 생이라, 이른바 '빠른 78'에 해당한다. 3월에 시작하는 학제 때문에 생긴 것으로 짐작되는 '빠른 ㅇㅇ' 문제는 이런저런 서열(?) 문제와 함께 사소한 갈등을 유발하기도 했다. 같은 해에 태어난 친구들만으로 같은 학년이 만들어진 게 2003년에 태어난 세대부터라 하니, 아마 조금 더 지나면 '빠른 ㅇㅇ'이 뭔지 묻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질 것이 분명하다.


또한 나이도 올해 6월부터 '만 나이'로 통일된다고 하니, 일단 '우리 나이(또는 '한국 나이')'라는 말이 소멸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사실 태아도 엄연히 생명인지라 태어나자마자 한 살이 되는 '우리 나이'는 분명 의미가 있는 개념이다. 하지만 이런 셈법을 가진 나라가 많지 않고, 나이를 말할 때 거듭 말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인지라 이해가 가는 결정이기도 하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 '만 나이'라는 말도 불필요해질 것이다.


아무튼 지금 나는 '우리 나이'로 마흔여섯인데 '빠른 78'이라 친구들은 마흔일곱인 경우가 많다. '만 나이'로 통일되는 게 6월부터라, 6월엔 마흔다섯이 되는 셈이니 뭐 기분은 나쁘지 않다. 다만, 작년 내내 스스로를 여덟 살로 인식하던 우리 딸은 일단 자기가 아홉 살이 되었다며 좋아했는데, 올 6월에 일곱 살이 되었다가 석 달 후 생일이 지나면 여덟 살이 된다고 하니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눈치이다. "그럼 나 2학년 다니다가, 6월에 다시 유치원 갔다가, 생일 지나면 1학년 되는 거야?"하고 묻는 것으로 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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