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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젤리나 Sep 13. 2020

왜 이탈리아? 왜 워킹홀리데이?

밀라노 생존일대기


정신없던 한 주를 보내고 나니 이제야 브런치에 어떤 글을 쓰면 좋을까 고민하게 되었다.
그러다 지난 ‘18년 상반기 워홀 통신원을 마무리할 때 썼던 글을 현재 기준으로 정리하면 좋겠다 싶어 오랜만에 과거의 나의 글을 마주해보았다.

이미 프롤로그에서 적었던 내용이 일부 들어가 있지만, 2년 전 워홀 중이었을 때 썼던 글이라 최근에 썼던 글보다 당시 내 감정과 느낌이 활어처럼 더 생생해서 최대한 살렸다.




1. 여행의 첫인상과 느낌이 제일 좋았어서

 

2017년 1월 7일부터 2월 25일까지 생애 첫 혼자 유럽여행을 떠났다. 그때 나는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이렇게 4개국을 여행했었고 당시 방문했던 이탈리아의 도시는 로마와 피렌체였다. 그때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 도착해서 숙소로 향할 때부터 그 전 여행지였던 파리 대비 밝은 로마의 모습과 맑은 날씨에 완전 넋을 놓아버렸다.


특히 콜로세움 역에 나오자마자 나를 반갑게 맞이했던 콜로세움과의 첫 만남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었다. 그 거대한 크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를... 이것이 그 텔레비전과 책에서 보던 콜로세움이라며 그렇게 이탈리아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이전 여행지였던 프랑스 파리에서 여행할 때는 당시 비바람을 동반한 흐린 날씨가 계속 이어져 기분이 우울했었다. 거기에 초보 여행자였던 나는 나 자신이 여행할 때 어떤 성향인지 전혀 몰랐었기 때문에 파리에서의 여행은 오직 시행착오뿐이었다. 그렇게 파리에서의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깨달음을 안고 로마에 도착하니 그때부터는 여행의 ‘참’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역시 인생에서 뭐든 첫 이미지와 타이밍빨이라는 게 존재한다.


콜로세움 사진 또 붙였어요 이번에도


2. 아쉬울 게 없어서, 아쉽고 싶지 않아서 


2016년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일을 겪고 난 이후,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 지에 대한 생각을 진지하게 하기 시작했었다. 그때의 나를 돌이켜보면 마치 게임 플레이하며 모았던 경험치를 가져다 캐릭터의 스텟 자체를 크게 올린 일종의 ‘강화’ 상태였던 것 같다. 그러면서 어디선가 없던 용기와 도전의식도 생겼고, 아쉬울 것도 잃을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이 달라진 상태에서 직장 동료들과 친구들을 보니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모습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여기서 말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입으로 늘 불평불만과 한숨을 내뿜지만 그걸 조금이라도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도 노력도 없다는 것이다.


물론 꼭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탈출하는 것 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YOLO(You only live once)든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든 뭐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찾아보면 어떠한 길이 보이리라 생각하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도 평소에 불평불만 자주 하고 한숨도 자주 내뿜는다.


그런데 어떤 것도 하지 않으면서 늘 불만을 토로하는 그런 자신이 잘 살고 있는 것이라 착각하며, 새로운 방법을 찾으며 개선하려는 타인에 대해 함부로 평하고 비난하는 자들을 겪으니 저들처럼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어떤 이에게는 ‘내일’이란 시간이 다시 오지 않기에 그 무엇보다도 가장 절실한데, 왜 저들은 그런 귀중한 시간을 남에 대한 비난만 하며 하찮게 보내는 것일까 생각했다. 내 귀중한 시간을 그들처럼 아쉽게 날리고 싶지 않았다. 


내가 많이 좋아하는 문구. 이렇게 살고자 하는 내 모토이기도 하다.


3. 다른 비자보다 훨씬 쉽고 저렴해서


첫 번째는 ‘이탈리아’란 나라를 선택한 이유였고,

두 번째가 모든 선택 전반에 깔린 내 태도의 변화였다면, 세 번째는 좀 더 실질적인 이유다.


이탈리아 유학비자는 서류 준비가 워킹홀리데이 비자에 비해 조금 복잡하고 챙겨야 할 것도 많은 데다가 대사관에서 인터뷰까지 보는 걸로 알고 있다. 그리고 유학비자는 현지 어학원을 등록한 기간만큼 비자기간이 정해지는 것이다 보니, 어학원 비용이란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부모님의 재정적 도움이 추가로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에 비해 워킹홀리데이 비자는 비자 신청 시 제출해야 할 서류가 더 간편하고, 어학원은 필수가 아니기 때문에 굳이 한국에서부터 미리 등록까지 할 필요가 전혀 없다. (어학원은 개인의 선택사항)

다만, 필수 제출 서류 중에 ‘재정보증’ 서류가 있는데, 그 기준이 1년 체류 기준으로 최소 11,000유로 이상이 있어야 하는 점이 학생들의 경우 부담이 될 수 있다. (Small Tip) 그래서 이 금액은 서류 발급을 위해 가족 분들께 잠시 빌려 자신의 통장에 입금시켜놨다가, 서류 발급 후 다음 날 다시 계좌이체시키면 되니 사전에 미리 조율해서 해결할 수가 있다.


참고로 현재 유럽 워킹홀리데이 협정국은 이탈리아 포함하여 총 15개국이 있다. (이탈리아, 영국, 아일랜드, 오스트리아, 덴마크, 독일, 벨기에, 스웨덴, 스페인, 포르투갈, 폴란드, 헝가리, 프랑스, 체코, 네덜란드)  


멋있던 그라피티. '문화없인 미래가 없다.'


4. 아무리 생각해도 나에겐 정답이어서


정말이다. 진짜다.

당시 2018년에도 그랬지만, 코로나 19로 이탈리아 전체 봉쇄령까지 겪고 난 2020년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여전히 나에겐 정답이다. 당시 냉정하게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나에게 워킹홀리데이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었다. 평소 질 것 같은 게임은 아예 참여하지 않거나 피하는 사람으로서, 워홀을 승패라는 관점으로 굳이 따져가며 생각했을 때 확률적으로 이길 확률이 높은 게임이라 생각했다.


왜냐하면 내 회사 경력(물류회사; 포워딩)이 국제무역이 종료되지 않는 한 해외에서 어느 정도는 매칭 시킬 수 있는 분야이기도 했고, 감사하게도 퇴사 직후부터 이탈리아 출국 직전까지 전 직장 동료 분들의 추천으로 여러 곳에서 이직 제의와 더불어 재입사 제의까지 받았었다. 그래서 내가 어디를 가든 굶어 죽지는 않겠구나 하는 자신감에 이탈리아에 가더라도 왠지 잘 풀릴 것 같은 생각이 감히 강하게 들었다.   


또한 최악의 경우 워홀 기간 중 내 경력을 못 살리고 이탈리아어만 배우다가 한국에 돌아가더라도, 포워딩 회사들은 늘 언제나 사람(특히 경력직)을 많이 구하고 뽑기 때문에 공백 기간에 대한 페널티가 있다 한들 언제든 일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그리고 길다면 긴 인간의 삶이란 시간에서 1년이라는 시간은 절대적으로도 상대적으로도 길지가 않다.


그 짧은 1년을 타지에서 하고 싶은 것 원 없이 시도해보고 견문을 넓히는 게,

장기적으로 이 시간이 내 인생에 빛과 소금이 되어줄 거라는 절대적 믿음이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워홀은 정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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