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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천-퇴사

by 홍작자

요새 김부장 드라마를 보면서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나도 김부장 드라마처럼 모 이동통신회사에 다녔었고, 영업팀에 속해서 실적의 노예로 하루하루 살아나갔다.

근무를 하는동안 지점장이 두 번 정도 바뀌었고, 마지막 지점장은 부산에서 올라온 곧 임원을 달기위해 강남지점으로 넘어온 인간이었다.


나는 지점장 부임 첫 날부터 눈밖에 났고, 한 번 눈밖에 나면 내가 실적을 내든말든 그 사투리 지점장이 나를 좋아할리가 없다. 결국 조직개편이 일어났고 나만 좌천을 당했다. 드라마랑 비슷하다. 그냥 전혀 관련도 없는 곳으로 나를 발령낸다고 이미 얘기했고, 나는 그곳을 갈 마음이 없었다.


그나마 친하던 동기 점장이 나를 데리고 간다고 사투리 지점장에게 부탁해서 지점에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이미 마음은 떠났다. 몇 달 지나지 않아서 나는 자발적으로 회사를 그만뒀고, 실업급여 따위는 받을 수가 없었다. 추후에 사투리 지점장은 부산에서 실적, 서울에서 실적 및 사바사바를 토대로 임원을 달았다.


회사에서는 실력과 실적으로 승진시키지 않는다. 그냥 줄이다.

그 줄이 썩은 동앗줄인지 승진의 날개를 달아줄 줄인지는 알 수가 없다.

그 곳에서 일하면서 본사에 있다가 좌천돼서 영업을 한 번도 안해본 50대 부장들이 수없이 온 것도 봤다. 그들도 꾸역꾸역 버텨냈다.


왜? 아파트 대출금과 자녀의 학자금이 아직 무궁무진하게 남았으니까...

지금은 명예퇴직이라고 그나마 위로금이라도 주지만, 그때는 그런것도 없었다.

그냥 벼랑끝으로 내몰고 자발적 퇴사를 이끌뿐이다. 어차피 회사라는 조직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늘 인원감축이니까...


모든 회사가 다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정년까지 잘 다니고 퇴직하고 연금받으면서 잘 사는 부장도 있을 것이고, 임원을 달아서 더 높이 올라간 누군가도 있을 것이며, 또 대기업의 경력과 경험을 토대로 창업이든 사업이든 자영업을 해서 돈을 다 날리거나 돈을 더 벌거나 한 것도 각자의 몫이다.


그래도 좌천-퇴사로 이어지는 대기업의 프로세스는 당해본 사람만이 느낄 수가 있다.


김부장 드라마는 너무 현실적이고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서 자꾸 되새김질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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