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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점직원 Oct 06. 2024

실전 UI/UX -
호카에서 발견한 UX와 브랜드 경험

호카가 발 측정 제품 추천 서비스를 제공 하는 이유는?

요즘 제 취미는 러닝입니다. 러닝 1개월차 런린이인데요. 슬슬 러닝에 익숙해지고 관련 제품을 알아보게 되는 시기죠. 우연히 아웃렛에 갔다가 호카 매장을 발견하고 호카에서 제공하는 발 측정 서비스를 체험한 후 얼떨결에 호카 추천하는 추천 제품을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서점군의 3D 풋 스캐너 체험을 통한 호카의 브랜드 경험과 그것이 어떻게 구매까지 연결되는지 알아보는 호카의 3D 풋스캐너 체험기 및 충동구매기입니다.




호카의 3D 풋스캐너 체험기


호카 매장에는 고객의 발 사이즈를 측정하고 내 발에 맞는 제품을 추천하는 3D 풋스캐너 장비가 구비되어 있습니다. 서비스 체험은 무료이고 과정도 간단해서 3분 정도면 발 측정 서비스를 체험해 볼 수 있습니다.

과정은 이렇습니다.


호카의 3D 풋스캐너 이용방법

1. 용도 및 선호 취향 선택

2. 3D 풋스캐너에 올라가 측정버튼을 눌러 발 측정

3. 발 측정이 완료되면 측정 정보를 화면에 표시

4. 이메일 주소 입력 (스킵 가능)

5. 내 발에 맞는 추천 제품 표시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는 부분을 제외하면 방법도 간단하고 스크린에 상세절차를 친절하게 안내해 누구나 쉽게 발을 측정할 수 있습니다. 발 사이즈 측정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호카 3D 풋스캐너 발 측정 결과

발 길이, 너비(발볼), 높이(발등), 아치유형(평발유무) 총 4가지 항목에 대해 측정 결과를 제공하는데요. 발 측정 결과에 따른 호카의 추천 제품 화면은 아래와 같습니다.


호카의 측정결과에 따른 제품 추천 화면

측정 첫 화면에서 어떤 용도의 제품이 필요한지 어떤 취향이 좋은지를 선택할 수 있는데요. 용도와 취향, 발 측정 데이터를 종합하여 나에게 맞는 제품을 추천받을 수 있습니다. 발 측정 결과와 추천 제품은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면 이메일로도 결과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특이할 것 없는 발 사이즈 측정 및 제품 추천 체험기지만 체험 과정에서 호카의 브랜드 경험 및 상품 구매까지 연결되는 사소한 디테일이 곳곳에 숨어 있었습니다. 서점군은 왜 얼떨결에 호카 신발을 구매하게 된 것일까요?




신경 쓴 듯 신경 쓰지 않는 무심한 배려


사실 3D 풋스캐닝을 이용한 발 실측과 제품 추천 서비스를 호카만 제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러닝화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멀티숍이나 뉴발란스, 아식스 매장에서도 호카와 유사한 3D 풋스캐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죠. 심지어 아식스에서는 호카보다 더 전문적이고 디테일한 실측 및 분석결과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해 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카의 풋스캐닝 서비스가 인상 깊었던 이유는 접근성, 그리고 셀프서비스에 있습니다.


뉴발란스에도 호카와 동일한 풋스캐닝 서비스가 있지만 전 매장이 아닌 강남, 홍대 두 곳의 플래그십 매장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아식스 역시 분석 자체는 훨씬 전문적이고 세세하지만 일부 매장 (서울의 경우 강남 직영점)에서만 서비스가 가능하고 러닝붐으로 인해 한 달 전부터 예약을 해야 할 정도로 경쟁 역시 치열하죠.


호카는 전 매장에서 풋 스캐닝 서비스를 제공하고 서비스 이용이 셀프입니다. 이게 별 차이가 아닌 것 같아 보여도 실제 고객 입장에서는 큰 차이를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뉴발란스와 아식스는 매장 자체는 많지만 발 측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매장이 많지 않아 고객이 이 사실을 인지하기 어렵습니다. 러닝화에 관심이 있어서 발 측정 서비스를 알고 있다고 해도 치열한 예약 과정을 거쳐야 하죠. 호카는 매장수 자체는 적지만 (서울 5개 매장) 모든 매장에서 발 측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별도의 예약이 필요 없어 대기 시간을 포함하더라도 넉넉히 30분 정도면 내 발에 맞는 제품을 추천받을 수 있습니다.


최소 한 달 전부터 예약이 필요한 전문성 높은 발 측정 서비스 vs 전문성은 조금 떨어지지만 지금 당장 체험 가능한 측정 서비스. 여러분이라면 어떤 서비스를 선택하실 건가요?

셀프서비스도 호카의 접근성을 높이는 비결 중 하나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맨투맨 접객에 부담을 느낍니다. (특히 MBTI가 I로 시작하는 경우) 한 달 전부터 예약해 30분 동안 발 사이즈 측정과 전문 상담을 받고 나에게 맞는 제품을 추천받았는데 구매하지 않고 나올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죠. 점원이 보여준 성의가 미안해서든 여기까지 오느라 쓴 시간과 돈이 아까워서든 말이죠.


셀프서비스는 이런 부담을 줄여줍니다. 호카의 풋 스캐닝 서비스는 일체 점원의 개입이 없습니다. 기계도 구석에 있고 기계 근처에는 점원이 상주해있지 않습니다. 서비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셀프이고 추천 상품에 대한 관심이 생겼을 때 점원을 찾아가서 상품 시착 및 상담을 요청하면 됩니다.


여러분이 초보 러너라고 가정해 보죠. 나는 내일부터 가볍게 신고 뛸 러닝화가 필요한 거지 10km 하프마라톤을 뛸 수 있는 러닝화가 필요한 게 아닙니다. 수십 가지 데이터를 종합해 나에게 맞는 신발을 추천하는 건 내가 10km 마라톤을 뛸 수 있을 때 얘기지 초보러너에게 필요한 건 뛰었을 때 불편하지 않은 신발입니다. 그 정도는 호카의 셀프 측정 서비스만으로 충분하죠. 높은 접근성, 셀프서비스, 맞춤 제품 추천까지 호카의 매장 경험은 초보 러너를 고려해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게 다른 러닝화 전문 브랜드와 호카의 차이점이고 호카의 인기비결 중 하나죠. 누구에게나 초보시절은 있으니까요.




오케스트라 같이 잘 짜인 호카의 구매 경험


서점군이 호카 매장을 지나치는 순간부터 구매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다시 한번 살펴봅시다.

1. 아웃렛에 들렀다가 호카 매장 발견
2. 평소 관심 있던 브랜드라 매장 방문
3. 매장에서 풋 스캐닝 서비스 발견
4. 궁금한 마음에 셀프 풋 스캐닝 서비스 체험
5. 추천 제품을 안내받고 궁금한 마음에 점원에게 시착 요청
6. 구름 위를 둥둥 떠다니는듯한 착용감에 감동
7. 구매 결심

저는 물건을 살 때 굉장히 신중한 스타일입니다. 물건을 살 때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 이상 고민하고 심사숙고해서 구매여부를 결정하는 스타일이라 어지간하면 충동구매할 일이 거의 없죠. 그게 10만 원이 넘어가는 물건이면 더더욱 그렇고요. 매장에서 처음 신어본 브랜드의 신발을 인터넷 최저가를 비교해보지 않고 그 자리에서 바로 구매한다? 살면서 처음 있는 일입니다. 살면서 처음 있는 일을 가능하게 했던 건 호카의 구매경험이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했기 때문입니다.


내겐 너무 화려한 호카...

저는 호카란 브랜드를 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저는 신발을 주로 검정이나 흰색으로만 구매해 화려한 색상의 호카는 제 취향이 아니었고 가격도 상당히 비쌌던 데다가 그때는 러닝을 하던 시절도 아니어서 호카라는 브랜드의 존재는 알고는 있었지만 관심밖의 브랜드였죠. 호카에 대한 저의 이미지는 사람들이 저렇게 열광하는 걸 보니 내가 모르는 장점이 있는 것 같긴 한데 뭔지는 모르겠고 일단 내 취향은 아니다였습니다.


호카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가 바뀌게 된 계기는 러닝을 시작하면서부터였습니다. 언제부턴가 주위사람들이 러닝을 시작하고 하나둘씩 못생기고 화려한 호카 신발을 구매하기 시작하는데 공통점으로 하는 말이 착용감이 정말 예술이다였습니다. 그때부터 호카에 대한 제 이미지는 착용감이 기가 막히게 좋으니까 사람들이 저렇게 열광하는구나. 나도 기회가 되면 한번 신어봐야겠다로 바뀌게 되었죠.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던 와중 아웃렛에서 우연하게 호카 매장을 발견하여 궁금한 마음에 매장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웃렛에서는 가격이 얼마나 하는지 한번 보자 정도의 생각이었습니다. 적극적인 구매는커녕 시착을 해보고 싶은 마음조차 없었습니다. 전 I 니까요.


그렇게 호카 매장에 들어갔다 풋 스캐닝 서비스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평소 해외 직구로 구매한 신발이 발볼이 좁아서 불편하다던가 운동화를 신고 오래 걸으면 발바닥이 아팠던 경험이 있어 제 족형에 대해 궁금하던 차였는데 무료로 발 사이즈 측정을 해준다니 안 해볼 이유가 없었죠. 대기 인원이 꽤 있었지만 고민하지 않고 긴 대기 끝에 서비스를 체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만약 발 측정 서비스가 셀프가 아니라 점원의 응대와 상담이 필요한 서비스였다면 저는 체험행렬에 동참하지 않았을 겁니다. 구매를 위해 매장에 방문한 것이 아니었고 직원이 맨투맨으로 사이즈를 추천하고 상담을 진행한다면 대기시간이 훨씬 길어졌을 테니까요. 제가 발 사이즈 측정 대기열에 줄을 설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서비스가 셀프서비스였기 때문입니다.


셀프로 발 사이즈 측정을 하니 3D 풋 스캐너가 저에게 적합한 제품을 추천해 줬는데요. 제가 평소 가지고 있던 호카는 화려한 컬러의 신발만 있다는 이미지와 달리 몹시 무난한 그레이 컬러의 신발을 추천해 줬습니다. 내 족형에 맞는 신발 + 무난한 컬러 + 주위 사람들의 착용감에 대한 극찬. 이 3가지 요소가 결합되니 한번 신어나 볼까?라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크게 용기를 내어 (전 I 니까요) 점원에게 시착을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구름 위를 떠 있는 듯한 극강의 착용감을 느끼게 됐죠. 아 이래서 호카 호카 하는구나. 그렇게 홀린 듯 신발을 구매하게 됐습니다.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구매에 이르기까지 호카의 구매경험은 하나의 잘 짜인 각본 같았습니다. 하나만 어긋났어도 저는 호카의 신발을 구매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호카라는 브랜드를 알지 못했다던가

주위사람들의 극찬을 듣고 호카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했다던가

호카 매장에 풋 스캐닝 서비스가 없었다던가

풋 스캐닝 서비스가 셀프가 아니었다던가

추천받은 제품이 화려한 컬러였다던가

추천받은 제품의 착용감이 별로였다던가


이 중 하나라도 어긋났었다면 저는 호카를 구매하지 않았을 겁니다.

우연히 모든 상황이 딱딱 맞아떨어졌던 걸까요? 아닙니다. 몇 가지 우연이 있었을 수 있지만 호카의 매장경험은 우연을 필연으로 만드는 치밀한 설계가 곳곳에 숨어있습니다. 제품추천만 봐도 그렇죠.


대중적인 무채색의 컬러만 추천하는 호카의 제품 추천

호카는 컬러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라 불릴 정도로 화려함이 포인트인 브랜드입니다. 제가 호카 브랜드에 대해 은연중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던 이유도 화려한 컬러때문이었는데요. 호카는 제품 추천 단계에서 같은 제품이라도 화려한 컬러가 아닌 검정, 회색, 흰색 같은 무채색 위주의 신발을 추천해 줍니다. 풋 스캐닝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대부분 초보러너들일 것이고 초보러너들은 화려한 컬러보다는 무난한 검정, 회색, 흰색 같은 컬러를 선호하며 사람들이 호카의 신발을 러닝뿐만 아니라 일상 신발로도 많이 활용한다는 사실을 알고 같은 제품이라도 의도적으로 화려한 컬러대신 무난한 컬러를 추천해 주는 것이죠.


호카의 브랜드 경험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것을 고객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거나 반대로 브랜드 경험이나 마케팅이 좋더라도 제품이 좋지 않다면 고객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는 것. 높은 수준의 품질, 적절한 마케팅 포인트, 고객이 느끼는 매장의 제품과 매장의 경험. 이 모든 것들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졌을 때 훌륭한 브랜드 경험이 됩니다.


UX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상품을 팔고 있더라도 구매경험이 불편하다면 고객의 외면을 받게 됩니다. 반대로 좋은 UI와 고객을 배려한 편의 기능으로 무장해도 제품력 자체가 낮다면 고객의 외면을 받게 되겠죠. 좋은 제품, 제품의 특성을 고려한 세일즈, 고객을 고려한 사용성과 편의기능. 모든 것이 어우러져야 훌륭한 고객 경험, UX가 됩니다.


호카의 훌륭한 브랜드 경험과 고객 경험을 경험한 서점군은 오늘도 호카를 신고 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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