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정의 하이엔드 월드(High-End World) 31
어린 시절, 『백설 공주』와 『신데렐라』를 읽으며 자라는 여자 아이들은 언젠가 공주가 되어보는 모습을 꿈꾸곤 한다. 역사 속 귀족의 화려한 생활을 체험해보고자 하는 그 꿈은 어른이 되어서도 문득문득 떠오른다. 과거 영국이 전 세계 최고의 국가로 그 힘을 과시하던 시절, 그 때 영국 귀족의 생활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곳이 스코틀랜드에 있다.현대 골프의 발생지인 영국, 역사 깊은 골프 코스에서 라운딩을 하고 훈련된 전문 강사와 사격, 승마, 사냥개 훈련 등을 경험한다. 고풍스러운 레스토랑에서는 연륜이 묻어나는 세심한 직원의 서비스를 받으며 최고의 식사를 즐긴다. 영국을 대표하는 싱글 몰트 위스키와 애프터눈 티도 빼놓을 수 없다. 바스켓에 예쁘게 준비된 런치 박스와 함께 떠나는 주변 숲으로의 피크닉에는 왠지 레이스과 실크로 치장된 드레스라도 차려 입어야 할 듯하다. 숲 속에 남아있는 수많은 고성의 흔적들이 피크닉을 더욱 특별하게 해준다.
이 특별한 여행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최고의 리조트는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글렌이글스(Gleneagles)호텔이다. 더 리딩 호텔즈 오브 더 월드(The Leading Hotels of the World)에 속해있는 명품 호텔로 850에이커의 광활한 정원에 1924년 문을 연 역사적인 호텔이다.
최근 화제가 되었던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당시는 말 그대로 ‘그랜드 호텔’의 시대였다. 골프 코스를 포함한 최고의 대형 호텔로 만들어진 글렌이글스는 처음 오픈 당시 ‘세계 8대 불가사의’라는 말로 표현되었을 만큼 그 규모과 광활함이 화제가 되었다.
이곳에는 3곳의 18홀 골프 코스가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은 PGA 코스(PGA Centenary Course)이다. 잭니클라우스가 설계했으며 2014년 라이더스 컵(The 2014 Ryder Cup)이 열렸다. 다음은 킹스 코스(The King’s Course)로 1919년 호텔보다 먼저 문을 열었다.
호텔이 아니라도 가까운 거리에 세계 최고의 골프 코스들이 가득하다. '골프의 성지'격인 세인트 앤드류스(St.Andrew’s)나 카누스티(Carnoustie), 킹스반스( Kingsbarns)에서의 라운딩도 가능하다. 골프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스코틀랜드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다.
라운딩 후에는 호텔이 자랑하는 레스토랑에서 여유로운 식사를 즐긴다. 2001년 스코틀랜드 태생의 셰프 앤드류 페어리(Andrew Fairlie)가 문을 연 동명의 레스토랑은 미슐랭 2스타를 보유하고 있다. 스코틀랜드 음식을 기본으로 최고의 프렌치 스타일이 가미된 음식을 낸다. 시그네쳐 디쉬는 위스키로 훈연한 ‘스모크드 랍스터’이다. 메인 레스토랑 스트라턴(The Strathearn)은 처음 문을 열었을 때부터 글렌이글스의 상징이었던 그랜드 홀에서 전통 스코틀랜드 음식을 정중하게 제공한다.
이 호텔이 자랑하는 특별한 액티비티로는 사냥개 학교(The Gundog House)가 있다. 세계 최초의 전문 사냥개 훈련 학교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잘 훈련된 라브라도르, 스파니엘 같은 명품 개를 전문 강사와 함께 조련한다.
승마도 가능하다. 영국 최고의 시설을 갖추었다고 평가되는 승마 학교에서 이곳 역시 전문 강사가 프로그램을 진행하므로 초심자로 즐길 수 있다. 영국 귀족의 스포츠로서 빼놓을 수 없는 것들이다. 2012년 런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게 사격을 배우고 4WD 랜드로버 오프로드 드라이빙과 계곡 낚시도 즐길 수 있다. 두 개의 실내 수영장과 야외 온수 수영장에 짐, 댄스 에어로빅 스튜디오, 테니스 코트와 스팀룸도 훌륭하다.
주변 관광지로는 중세의 스털링 캐슬(Sterling Castle), 블레어 캐슬(Blair Castle), 스콘 팔래스(Scone Palace) 등이 있다. 블레어 캐슬은 아름다운 퍼스쉬어(Perthshire) 고원에 있다. 스콘 팔래스는 스코틀랜드 왕의 성으로 수많은 미스터리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페이머스 그라우즈(The Famous Grouse)나 달휘니(Dalwhinnie) 위스키 양조장을 찾아 전문가와 함께 위스키 투어를 해봐도 좋다. 말 그대로 영국 역사 속에 푹 빠져볼 수 있는 곳, 귀족의 하루를 경험하는 곳이다.
* 이 글은 2015년 8월 26일 중앙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