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선한 얼굴에 선생님의 썰렁한 농담에도 희미한 미소를 지어주던 K군. 성실하다 못해 조용하다보니 그의 존재도 잊고 말 정도로 모범적이던 그가 어느 날인가 자리에 보이지 않았다. “애들아. OO 학교 안왔니?” “네” "왜 안왔니?” “몰라요. 아버지도 OO가 아침에 학교에 간다고 나갔대요." 늘 자리를 지키던 K이기에 부모도, 담임도 친구들도 당황했다. ‘별일 없겠지... 별일 없어야 하는데...’ 다행히 다음날 K군은 등교했고 결석사유는 이랬다. 그가 겸연쩍게 머리를 긁으면서 하던 말이... 그 날 등굣길에 갑자기 등산이 하고 싶었더랬다... "그래 잘했다...다음엔 말하고 가라" 무슨 말을 더 어떻게 할지... 우리는 그의 마음을 어쩌면 절반의 반도 모르고 있지 않았을까. 며칠 후, 복도에 서있는 K의 뒷모습을 만났다. 방과 후 텅 빈 복도에서 까치발을 하고 밖을 보는 K군.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나는 그의 이름을 반갑게 부르는 대신 조용히 카메라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