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과 궁합이 잘 맞는 공연장 고르기
공연의 메카로 알려진 대학로에 위치한 소극장만 1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 온 외국 아티스트들을 데리고 주로 대학로 투어를 해주곤 했는데, 극장 개수를 이야기할 때마다 백이면 백 놀란 표정을 짓곤 했다.
"네, 이것도 극장, 저것도 극장, 저 뒤편 건물도 극장, 저 건너편도 극장, 도로 건너 건물도 극장입니다!"
이렇게 설명하면 "에? 정말입니까? 혹시 한국은 연극 공화국입니까?"라고 묻기도 하고, "연극에 대한 대중들의 사랑이 이만큼 깊다는 거로군요. 부럽습니다!" 하며 시기 어린 시선을 보내는 이도 있었다.
극장의 개수가 많다는 것이 곧 시설의 질과 작품성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지역이 가지는 상징성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고 본다. 물론 대학로 외 곳곳의 지역에도 공연장이 있지만, 공연을 보러 간다고 할 때 바로 대학로를 떠올리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작품에 맞는 공연장 찾기
지역 곳곳에 공연장의 숫자가 많다고는 하지만, 그 공연장이 모두 같은 조건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규모와 위치, 대관료, 용도, 기술 보유 장비 등등이 다르다. 어떠한 작품을 올리기로 결정했을 때, 그 작품에 맞는 공연장을 찾는 과정은 그래서 필요하다.
작품에 어울리는 옷, 딱 맞는 공연장 찾기
사람마다 어울리는 옷이 제각각 다르듯이, 작품에 어울리는 극장도 따로 있다. 소극장 규모로 올려야 하는 작품을 대극장에서 올린다고 가정해보자. 너무 큰 옷을 입으면 헐렁거리다 못해 흘러내리거나 벗겨질 수도 있다. 무대도 간소한 데다 출연진도 적어 소극장에서 공연했다면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묘사나 관객들의 집중력이 강화될 수도 있었을 텐데, 대극장으로 가는 순간 무대는 텅 비어 보이고, 관객들이 배우들의 감정선을 따라잡는 것도 어려워질 수 있다.
반대로 큰돈을 투입해 만든 화려한 무대와 수많은 캐스트들이 출연하는 대극장용 공연을 소극장으로 가져가게 될 때에는 무대도 축소되어야 하며 배우들의 동선도 제안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작품의 규모에 잘 맞는 공연장을 선택할 때, 작품과 공연장의 시너지도 커진다.
대관은 미리미리!
공연장마다 대관 신청을 받는 기간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공연에 임박해서 공연장을 대관하려고 하는 경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공연장이 대관 신청을 받는 기간은 실 사용 기간 1년 전에 진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염두에 둔 공연장이 있다면, 미리 대관 신청 기간을 확인하고 잊지 않도록 해야 한다. 대관 이후에는 계약 과정에 따라 계약금을 언제 어떻게 납부해야 할지가 결정된다.
예산에 맞는 장소 선정
공공기관 혹은 민간에서 운영하는 공연장에 관해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공연장은 민간에서 운영하는 공연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관료가 저렴한 편이다. 때문에 선정을 두고 공연단체들의 경쟁이 치열한 편이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특성상 최대한 여러 단체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장기로 공연하기는 어렵다. 또 상업적인 성격의 공연보다는 뛰어난 예술성이나 작품성을 담보한 공연, 그 기관이 진행하는 축제의 성격에 맞는 작품들로 선정된다는 특징이 있다.
접근성이 좋고, 관객 대기공간과 주차공간까지 충분한 곳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주로 집을 구할 때, 지하철역에서 몇 분 거리인지를 따져보는 것처럼 공연장을 구할 때도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하철역이나 버스 정류장에서 가깝고, 상대적으로 찾아오기 쉬운 곳에 위치할수록 지연 관객의 숫자가 현격하게 줄어든다. 또 대학로에는 주차공간이 많지 않은 만큼 주차공간까지 넉넉한 곳이라면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을 갖춘 셈이다. 그러나 총제작비에서 대관비로 사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극장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공연장을 찾기란 사실 쉽지 않다. 때문에 공연장이 갖춰야 할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지 않다고 할 경우에는 이런 지점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과 고민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다른 공연장에 비해 찾기 어려운 곳에 위치해 있는 경우, 공연장의 약도를 홍보물에 잘 그려두어야 하며 오는 길목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건물의 이름을 명기해두는 것이 효과적이다. 극장에 주차공간이 별도로 없는 경우에는 대학로 인근 공공 주차장을 별도로 안내해두면, 관객들의 불편과 혼선을 줄일 수 있다.
예상 수익에 대한 고려 필요
공연장을 대관할 때는 지출도 고려해야 하지만, 예상 수익에 대한 분석도 필요하다. 시야가 가려져 무대가 잘 보이지 않는 '시야장애석'이나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따로 빼놓은 '유보석'을 제외하고, 실 판매하는 객석의 숫자를 세고, 고객 1인당 평균 매입액(객단가)에 따라 예상 수익을 도출하게 된다. 때문에 기획사가 원하는 예상 수익에 근접할 수 있는 객석 숫자를 갖고 있는 공연장을 대관하는 것도 중요하다. 제작비와 규모 대비 실제로 판매할 수 있는 객석의 숫자가 현저하게 적다면, 대관을 진지하게 고려해보아야 한다.
실내가 아닌 야외에서 공연할 때!
실내 공연장은 공연장의 크기와 객석 숫자, 분장실과 화장실 위치 및 개수 등등을 파악하기 쉬우나, 야외에서 공연이 진행되는 경우에는 이러한 것들을 확인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공연장을 목적으로 한 곳이 아니라 거리, 도로, 운동장, 경기장 등등인 경우에는 더더욱이나 정확한 측정 및 기타 제반사항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공연장이 아닐수록 정확한 측정과 조사가 필요해!
본래 공연장의 용도로 사용되는 곳이 아니라, 거리나 도로 그 외에 시설이나 공원에서 진행되는 경우에는 공연을 용도로 하여 사용 허가를 미리 받아야 한다. 페스티벌은 시나 도에 협조 공문을 발송하여 사용 허가를 받고, 만약에 도로를 통제하는 경우에는 이에 대한 사실도 명시한다.
이후에는 사용 가능한 범위에 대한 측정이 필요하다. 우리 공연이 필요로 하는 최소 넓이가 10m x 10m라고 했을 때, 이 넓이를 충족시키는 공간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내 땅의 땀으로부터> 공연을 할 때도 당시 무대감독님이 직접 줄자를 가지고 가서 공간의 사이즈를 재서 알려주셨다. 또 바닥 재질에 대한 확인도 필요하다. 기울기는 평평한지, 바닥의 재질이 아티스트가 퍼포먼스 하기에 무리를 주지는 않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만약 그렇다면, 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댄스 플로어를 깔 수 있는지 혹은 그 외에 다른 구조물 설치가 가능한지도 확인해야 한다.
휴게 공간 및 장비 보관 장소에 대한 확인 필요
이 외에 옷을 갈아입고 메이크업을 할 수 있는 분장실의 위치, 사용 가능한 화장실의 위치 등을 사전에 명확하게 확인해두어야 리허설을 하고 공연을 할 때 아티스트들의 불편을 줄일 수 있다. 또 공연 중에 사용하는 장비가 도난 혹은 파손의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따로 보관할 수 있는 장소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만약 공연장소에서 가까운 곳에 보관할 수 있는 시설이 따로 있다면, 그 안에 두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그러나 멀리 있는 경우에는 공연장 근처에 텐트를 추가로 설치해 그 안에 보관토록 하고, 시건장치를 하여 여닫을 수 있는 처리를 해준다. 또 야간에는 따로 경비가 순찰토록 하여 도난과 파손의 위험성을 줄인다.
셋업 - 철수를 하며
공연이 끝나 공연장을 나올 때마다 이사를 자주 다니는 이들의 심정을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대 세트와 소품들을 잔뜩 들고 가서 정성스레 설치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것들을 해체하는 심정이 썩 좋지는 않았다. 공연 기간이 짧을수록 아쉬움이 더욱 컸다. 그래서 연극인들이 "나도 공연장 하나 갖고 있었으면..." 하는 소망들을 가지고 있나 보다.
공연은 거의 1년 전에 대관을 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많은 공연단체나 기획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 같다. 공연 취소 및 축소 등으로 인해 힘든 시기이지만, 모두 힘내시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