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20명의 응모자 중, Top 10 안에!
9월에 있었던 가장 좋은 일은 제7회 교보손글씨대회에서 상을 타게 된 것이다. 총 8,520점 응모가 되었다고 하는데 그중에서 뽑힌 것은 아무래도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본선에 올랐을 때 블로그에 소식을 올리기도 했지만, 그 외로는 친한 지인 몇 명에게만 소식을 전했었다. 그런데 이야기하자마자 교보 회원도 아닌데 가입해 투표한 친구들, 오랫동안 로그인하지 않아 아이디를 잊어버려 찾느라 고생하고도 기어이 투표해 준 지인들, 또 부모님과 가족 아이디까지 동원해서 투표해 준 친구들이 너무 고마웠다.
특히 부모님. 바쁘다는 핑계로 효도 다운 효도를 해본 적이 없는데, 이번 소식을 듣고 부모님 모두 정말 좋아하셨다. 아버지 친구분들 모두 연세도 많으신데 소식을 듣자마자, 가입하고 투표하느라고 고생을 엄청 하셨단다. 그리고 친척들도 엄청 많이 투표를 해줬다. 상을 탄 것도 기쁘지만, 주변 사람들의 마음이 더 감사하고 고귀해서 오랫동안 간직할 것 같다. 결국에 남는 것은 소중한 사람들이라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준 계기였다. 좋은 일은 오래 기억하고 싶으니까 브런치에 써본다.
1) 본선 응모작에서 인용한 도서 : (제목/지은이/출판사)
언니의 나라에선 누구도 시들지 않기 때문, / 김희준 / 문학동네
2) 문장 선정 사유
올해는 필사를 하면서 더 많은 시를 읽었습니다. 눈으로만 보고 그치는 게 아니라, 입으로 따라 읽고, 손으로 꾹꾹 담아 썼습니다. 그러면서 시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고운 말을 건네고, 보이지 않는 행간을 읽어내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사람. 그리고 나만의 방식으로 삶의 리듬을 낭만적으로 찾아나가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많은 시를 읽었지만, 김희준 시인의 시집은 한 번 읽은 이후에도 책장에 꽂지 않고, 몸에 지니고 다니며 계속 읽었습니다. 슬프고 괴로운 마음이 일렁일 때, 시인의 시는 위로가 되었습니다. 시를 읽으며, 무엇이든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서 과연 시들지 않는 것이 무엇일까 오래 생각했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세상의 모든 존재는 늙거나, 낡거나, 부식됩니다. 그러나 좋은 글만은 그렇지 않습니다. 세월의 깊이와 향기를 더해가며 우리 곁에 남습니다.
비록 김희준 시인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지만, 그녀가 남긴 시는 결코 시들지 않을 것입니다. 섬세한 감수성으로 포착해낸 글은 사람들의 마음에 알알이 맺혔고, 계속해서 회자되는 불멸의 생을 얻었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메마른 감정을 부여잡고 살아가는 모든 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이 문장을 썼습니다. 시인이 꿈꿨던 것도 그런 세상이 아니었을까 생각하면서요. 이 문장이 시인이 구축해낸 환상의 세계를 여는 초대장이 되기를 염원합니다.
3) 수상 소감
코로나로 분주했던 일상이 여백으로 넘실대기 시작했습니다. 물밀 듯이 쏟아지는 쉼표에 마침표를 찍고, 공허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 손글씨를 써 내려갔습니다. 오롯이 나를 위해 시작한 취미생활이었지만, 손글씨를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하면서 많은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제 글씨를 보며 위로를 받았다는 분들, 제 필사 글을 소장하고 싶다며 허락을 구하던 분들, 폰트로 나와도 좋겠다며 응원해주는 분들이 하나둘씩 생겨난 것입니다. 그 글과 마음 덕분에 꾸준히 쓸 수 있었습니다. 아낌없는 칭찬과 열정적인 투표로 제 글씨에 힘을 실어준 많은 분들이 계셨기에 수상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때문에 이 상이 저만을 위한 의미에 그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글씨로 더 많은 것을 베풀고, 성원에 보답하라는 계시처럼 들립니다. 학창 시절에는 깔끔하게 정리한 필기 노트를 다른 친구들에게 빌려주는 것이 기쁨이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며 알게 된 외국인 친구들에게는 한글을 알려주는 것이 보람이었고, 아끼는 지인에게는 예쁘게 쓴 편지를 보내는 것이 행복이었습니다. 현재는 정성스럽게 필사한 좋은 글을 많은 이들과 나누는 것이 삶의 가장 큰 즐거움입니다.
정갈하게 써 내려간 손글씨는 서로의 진심을 잇고, 상처 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고 믿습니다. 부족한 재능이나마 좋은 글과 감성을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축복일 것입니다.
이번 기회를 토대로 문화예술기획자, 그리고 에디터라는 업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한글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세계에 더욱 널리 알릴 수 있는 일을 시작해보고 싶습니다. 또 손글씨의 감성과 미덕을 전하는 온기 있는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 꾸준히 좋은 글을 읽고, 아름다운 손글씨를 써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