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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연정 Feb 17. 2020

남들 하는 건 다 해야한다는 강박 내려놓기

[N잡러의 잡다이어리] 셀프 홍보,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걸로!

"페이스북으로 연락하자!"

몇 년 전 공연팀과 해외 투어를 다닐 때 만났던 페스티벌의 직원이나 외국 아티스트들이 헤어질 때 했던 말이다. 당시만 해도 메신저 앱이 활성화되어 있던 시기가 아니었기에 서로의 소식을 가장 빨리 알고, 신속하게 연락하기에 페이스북만한 것이 없었다. 그러나 굳이 페이스북을 만들 필요성을 못 느꼈던 나는 이메일을 통해 안부를 묻곤 했다. 그 뒤로도 네트워킹 파티나 미팅 자리에 갈 때면, 페이스북에 대해 묻는 이들이 꽤 많았다. 회사에서 일할 때는 페이스북을 왜 하지 않느냐면서 지적도 받았다. 셀프 홍보에도 좋고, 인맥 확장에도 필수적인데 도대체 왜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였다. 


나는 싸이월드가 활발하던 시기에도 가입은 했지만, 싸이월드를 통해 적극적으로 친구들과 소통했던 기억은 없다. 미니룸을 꾸미는 것 정도에나 흥미가 있었을 뿐, 그다지 공유할 이야기나 이미지가 없었던 탓인지 로그인에 소원해지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저장용 드라이브에 그치고 말았다. 


처음 그 흐름을 놓쳐버린 탓일까? 플랫폼의 유행이 바뀌는 와중에도 어느 한곳에도 안정적으로 정착해본 기억이 없다. SNS를 사적으로 쓰기보다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만든 계정들을 관리하는 데에만 오랜 시간을 쏟았다. 유일하게 열심히 했던 것이 블로그였는데, 그 마저도 네이버 메인에 오르고 방문객이 늘어나던 시절에 놓아버리고 말았다. 어떤 포스팅을 해야 많은 이들이 유입된다는 것을 깨달았을 시점에는 이미 내가 쓰고 싶은 글이 아니라, '이걸 쓰면 적당히 화제가 되겠구나!' 하는 포스팅에 치중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회의감으로 접은 그 블로그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게 되었고, 새로운 계정의 블로그를 만들었다. 지금의 블로그에는 주로 나의 경력과 내가 했던 프로젝트, 작성한 기사들만을 올린다.


요즘에는 친구나 지인들을 만나면,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왜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요즘 업무 제안은 이메일이 아니라 DM이 대세라면서. 

프리랜서로 살아남으려면, 요즘 트렌드가 무엇인지 알고 있어야 할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나와 같이 일하고 싶어하는 이들을 찾아나서야 한다.  '모두가 하는 것을 하지 않으면, 뒤쳐지고 말 것'이라는 생각에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하기도 했지만, 어느 쪽도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내려놓게 되었다. 


사진을 잘 찍지도 못할 뿐더러 사생활을 재미있게 풀어내는 재주는 더더욱 없고, 내 작업물을 간단한 이미지로나 함축적인 언어로 풀어내는 것에는 정말이지 자신이 없다. 그나마 꾸준히 하고 있는 것이 블로그인데 그마저도 이웃수나 방문객수, 공감수가 현격하게 저조한 편이다. 방문자들의 흥미를 끌만한 포스팅 대신에 온통 일 이야기만 가득한 까닭이다. 한때는 어떻게 하면 더 붐업을 시킬 수 있을까 고민했으나, 결국 숫자는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비록 많지는 않지만, 타인으로부터의 업무 제안은 주로 블로그를 통해 들어온다. 이런 제안들을 하나둘씩 소화해나가면서 '다 해야지!'의 강박관념에서 탈피할 수 있었다. 내가 가장 편하고, 잘 할 수 있는 방식, 그것을 어떤 하나의 플랫폼에 꾸준히 녹여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기 때문이다. 잘 하지도 못하거니와 즐기지도 못하는 것들을 다 하려고 하다보면, 결국은 중도에 멈출 수밖에 없게 된다.


꾸준히 열심히 하면, 그 결과물은 쌓이기 마련이다. 플랫폼에 고스란히 쌓인 축적물들은 '나'라는 사람을 가장 분명히 말해주는 지표가 된다. 누군가는 그것을 흐뭇하게 바라봐주고, '이 사람과 꼭 같이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무수히 스쳐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보다는 적더라도 나를 꼭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찾아주는 것은 그래서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 지금 당장 구체적인 지표가 숫자로 나타나지 않는다 할지라도 꾸준함을 가장 큰 무기로 나아가야할 이유가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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