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학보]'꿈을 JOB자' 인터뷰
안녕하세요? 올웨이즈 어웨이크 김연정입니다. 제가 본격적으로 블로그나 브런치에 문화예술기획자로 일한 경험을 에세이로 남기기 시작한 것이 코로나 때인데요.
그래서 브런치북으로 <공연과 함께한 모든 순간>, <무대 위에는 없는 이야기>, <상연되지 못한 이야기>들을 썼어요.
그때 예술경영 전공을 희망하는 학생들, 공연기획자나 축제기획자를 꿈꾸는 학생들로부터 굉장히 많은 메일을 받았거든요.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요즘도 간혹 학생들에게 직업 관련해서 문의 메일을 받곤 해요.
그런데 얼마 전 동덕여대학보사에서 인터뷰 요청을 받았습니다. 바로 동덕여대학보 8면의 '꿈을 JOB자'라는 섹션인데요. 자칭 '덕업일치 문화예술기획자'로서 학생들과 예비 기획자를 대상으로 교육을 많이 해온 만큼 제게는 더욱 특별한 요청으로 다가왔습니다.
동덕여대학보 8면의 ‘꿈을 job자’는 다양한 직종에서 영향력을 가진 분들을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 꼭지라고 합니다. 저는 그리 영향력 있는 인물은 아니지만, 혹시라도 이 분야에 관심 가진 분들에게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에 인터뷰를 수락하게 되었어요.
인터뷰 기사 분량상 제가 보낸 서면 인터뷰 답변서의 전문이 수록되지 못했기 때문에 전문을 브런치를 통해 소개합니다. 공연기획자나 축제기획자, 문화예술기획자를 꿈꾸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문화예술기획자 김연정입니다. 공연기획자로 시작해서 축제·교육 등 콘텐츠 기획부터 홍보·운영·국제교류까지 문화예술 전반을 아우르는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외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전개해 왔습니다. 현직의 경험을 살려 네이버 공연/전시/예술 분야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는 한편, 강의 및 컨설팅도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2. 문화예술기획사 ‘올웨이즈 어웨이크’(Always Awake)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올웨이즈 어웨이크(Always Awake)’는 ‘항상 깨어있는 문화예술기획’을 지향하며 창립한 회사입니다. 예술가와 공간,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잇는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기획, 홍보, 운영함으로써 감동과 사유의 시간을 만들고, 국제교류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의 문화예술을 해외에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3. 문화예술기획자는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지 궁금합니다.
문화예술기획자는 공연, 축제, 행사 등 문화예술 프로젝트의 기획부터 준비·홍보·현장 운영까지 프로젝트의 전 영역을 총괄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4. 문화예술기획자가 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려서부터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했고, 학창 시절 글쓰기로 상을 받은 적이 많았기 때문에 제가 가진 최고의 재능은 '글쓰기 능력'이라는 판단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잘하는 것'을 직업으로 선택해야 한다고 믿었기에 글쓰기와 연결된 직업을 찾았고, 잡지사 기자라는 직업으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취재와 인터뷰는 즐거웠지만,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즐겁지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들과 협업을 통해 생생하게 살아있는 결과물을 완성해 내는 공연에 끌렸고, 한국 문화를 널리 알리는 것에 관심이 있었기에 해외 투어를 활발히 하고 있던 극단에 지원해 공연기획자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는 공연뿐 아니라, 축제, 국제교류, 교육, 콘텐츠 제작 및 홍보로 활동 영역을 넓혀왔습니다.
5. 문화예술기획자로서 새로운 출발을 하시고 자리 잡으시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어려서부터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았기에 고등학교 시절에는 교내 합창부로 활동했고, 대학 시절에는 ‘글패’라는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한편, 서예도 배웠습니다. 그러나 취미로 문화예술을 즐기는 것과 업으로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임이 분명합니다.
문화예술기획의 'ㅁ'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 업계에 뛰어들어 '맨땅에 헤딩'하는 자세로 일을 해왔습니다. 특히 공연이나 축제는 라이브로 진행되는 장르적인 특성 때문에 변수를 자주 맞닥트리게 됩니다. 처음 이 분야에서 일할 때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조금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주변에서 제게 ‘산전수전공중전 다 겪은 기획자’라고들 말하는데, 다양한 경험을 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경력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순발력과 노하우도 축적이 된 것 같습니다.
5-1. 비전공자로 이 일을 시작하시며 힘들거나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이를 어떻게 극복하셨는지도 듣고 싶습니다.
저는 영어영문학과를 전공했고, 주위에 문화예술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선배나 사수가 없었기 때문에 모든 것을 하나하나 스스로 체득해야 했습니다. 사업 제작비를 지원받기 위해 지원서를 쓰는 방법부터 홍보마케팅, 티켓 판매 사이트 오픈, 현장 운영 방법까지 하나하나 직접 수행하면서 익혔습니다. 그리고 틈틈이 여러 기관에서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하면서 현직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의 조언과 노하우를 습득하려고 노력했습니다.
6. 공연 및 행사 기획은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되나요.
타깃을 고려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프로그램을 선보일 일정과 장소를 결정합니다.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예산을 확보하고, 함께 할 예술가와 스태프를 모으고, 프로그램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장소 대관계약, 예술가 및 스태프 계약 이후 프로젝트를 더 널리 알리기 위해 홍보전략을 수립하고, 홍보물 및 보도자료를 배포합니다. 티켓 판매를 오픈하고, SNS 운영을 통해 티켓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프로젝트 실행 전에 리허설 및 사전 시뮬레이션을 통해 준비 상황을 최종적으로 점검하고, 현장에서 관객들을 만나기 위해 준비를 합니다. 공연이나 행사 당일에는 현장에서 관객을 맞이하고, 관객들의 컴플레인에 응대합니다. 프로젝트가 종료되면 정산하고, 예술가 및 스태프에게 사례비를 입금하고 결과보고서를 작성하면서 프로젝트의 결과를 객관적으로 분석합니다.
7. 문화예술기획자가 갖춰야 할 능력이나 자질, 성향에는 어떤 것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기획은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한정된 시간과 자원을 토대로 실현 가능한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천에 옮기는 활동입니다. 따라서 기획은 모든 일의 시작인 동시에 곧, 근간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저는 강의할 때마다 ‘기획자 마인드’를 강조합니다. 어떤 분야에서 일하건 간에 결국은 콘텐츠나 제품, 서비스를 판매하는 일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오랜 세월 물건이나 콘텐츠를 구매하는 소비자로 살아왔으므로 판매자나 마케터의 마인드를 습득하기 어렵습니다. 일상생활에서도 계속해서 ‘나라면 이 콘텐츠를 어떻게 판매할 것인가?’라는 시뮬레이션을 습관화하시길 바랍니다. 또 다른 사람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간보다 자신만의 콘텐츠를 제작해 SNS에 선보이는 시간을 압도적으로 늘리시라고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국제교류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외국어 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문화예술기획자는 하나의 결과물을 위하여 다양한 예술가 및 스태프와 협업하며 일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소통 능력과 리더십이 뛰어난 분들이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7-1. 대표님께선 이러한 능력이나 자질을 갖추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저는 국제교류에 큰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영어영문학과를 전공한 것과 별개로 일본어와 중국어를 독학으로 익혀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현재는 프랑스어를 독학하고 있습니다. 어학연수나 유학의 경험이 없어 어느 외국어도 완벽한 수준은 아니지만, 일을 할 때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구사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또 현업에서 활동하는 것과 별개로 제 블로그와 브런치에 꾸준히 글과 콘텐츠를 만들어 업로드하며 대중들의 반응을 체크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기획자로서 감을 잃지 않기 위함입니다.
8. 문화예술 기획 관련 분야의 전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처음 한국 공연팀과 투어를 갔을 때만 해도 한국은 전혀 알려지지 않은 나라였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K-POP 및 한국 문화의 인기로 한국이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의 문화예술 콘텐츠를 해외에 더 많이 알리고, 판매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9. 문화예술기획자로 일하시며 가장 보람을 느끼셨던 때는 언제인가요.
관객이나 참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의 환희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이 큽니다. 갈수록 삭막해지는 세상이지만, 앞으로도 문화예술을 통해 많은 분에게 기쁨과 감동, 치유의 순간을 선물해 드리고 싶습니다.
9-1. 반대로 힘들거나 어려웠을 때가 있다면요.
늘 쉽지는 않았지만,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가파르던 때였습니다. 주로 공연이나 축제, 행사, 교육으로 관객들을 대면으로 만나왔기 때문에 당시에 준비하던 프로젝트를 중단하거나 미뤄야만 했습니다. 사태가 어느 정도 안정화된 이후에도 국제교류 프로젝트는 진행하기 어려웠고요. 이때만큼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있었던 시기는 없었기에 다시 돌아봐도 고통스러운데요. 그러나 온라인으로 회의하고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색다른 시도를 했던 것 또한 새로운 경험이 되었습니다. 위기 속에서 강해졌다고나 할까요.
10. 대표님께선 공연기획, 축제기획 등 다양한 행사 분야에서 활동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각 문화예술 행사 별 차이점이 있을까요.
기간이나 장소, 프로그램의 내용,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달라지겠지만, 일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더 많은 관객에게 좋은 프로그램을 선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점에서 같습니다.
10-1. 최근 공연기획 트렌드는 무엇인가요.
AR·VR 등을 활용한 기술 융복합 공연이 늘어나고 있고, 보다 다양한 관객들을 포용하기 위해 공연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공연 제작 과정에서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재활용이 가능한 무대를 디자인하는 등 친환경을 고려한 프로젝트들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11. 특히 기억에 남는 공연이나 행사, 클라이언트 등이 있다면 관련된 에피소드를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한불 합작 공연 <철의 대성당>입니다. 프랑스의 댄스 컴퍼니 오스모시스와 함께 만든 첫 번째 작품으로 산업노동자를 소재로 한 거리예술 작품이었습니다. 실제 산업노동자로 일한 경험이 있는 분을 섭외해 공연에 출연하게 하였고, 크레인과 나무빔, 화약 등을 사용해 산업현장의 생생함을 그대로 묘사하고자 했습니다. 프로젝트 준비 전부터 오랜 리서치와 준비 기간을 거쳤고, 한국과 프랑스, 독일을 오가며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2013년 샬롱 거리극 축제, 과천한마당축제에 공식 초청되었으며, 2015년에는 안산국제거리극축제, 2019년에는 울산프롬나드페스티벌에서 공식 초청되어 관객들을 만났습니다. 거리예술의 장점은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과 현장에서 얼굴을 마주 보고 소통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당시 공연을 보고 소감과 후기를 전해주셨던 관객 여러분들의 모습은 평생 잊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12. 문화예술 행사에 대한 관심이 급부상하며 관련 직업에 대한 수요도 증가했다고 느껴지는데요. 해당 분야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추천하시는 활동 등이 있을까요.
티켓비의 부담 때문에 많은 공연이나 전시를 관람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도 있겠습니다만, 찾아보면 지자체에서 개최하는 무료 축제나 행사도 많이 있습니다. 되도록 많은 공연이나 전시를 관람하며 시야를 넓히라고 조언드리고 싶고요. 축제에서 모집하는 자원봉사자나 인턴으로 일하면서 실질적인 경험을 쌓기를 추천드립니다.
더불어 각종 기관(문화재단, 청년센터)에서 진행하는 ‘문화예술기획자 양성과정’이나 ‘축제기획자 양성과정’ 등의 프로그램도 참여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13. 문화예술기획자, 문화예술기획사 대표로서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실무능력과 트렌드를 읽는 능력, 체력을 유지하며 다정한 사람으로 최대한 오래 현장에서 실무자로 일하는 것이 꿈입니다. 이제까지 새롭고도 어려운 프로젝트에 계속해서 도전해 왔는데요. 앞으로도 변함없이 도전하면서 ‘항상 깨어있는 문화예술기획자’로 현장에 남고 싶습니다.
13-1. 계획 중인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하반기에 용역으로 축제기획학교 운영을 앞두고 있습니다. 또 내년에 한·불 교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14. 마지막으로 동덕여대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꿈을 이루는 과정은 쉽지 않고, 저처럼 꿈의 방향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어떤 직업이든 쉽고 편한 것은 절대 없습니다. 그 나름의 어려움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러나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다른 누구의 의견보다는 자기 생각과 기호, 취향에 귀 기울이세요.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개성과 장점을 부러트리지 말고, 키우고 성장시켜서 세상에 과감히 꺼내놓으세요. 남들에게 보이는 결과에 집착하기보다 과정의 소중함을 알고, 다채로운 경험을 하면서 삶의 깊이를 더해가시길 바라봅니다. 여러분의 꿈을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