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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셈케이 Mar 28. 2024

08 '굳이'를 해내는 순간



 우리는 가급적 효율적이고 편한 선택들을 하려 한다. 개인의 삶에도 관계 속에서도 본인 기준에 납득이 가지 않으면 행동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돌아가는 것 같고 더 나은 방법이 있을 것 같을 때 우리는 이런 생각을 한다.


 굳이?



 유튜브 한 영상에서 10년을 사귄 커플이 쇼츠에 등장했다. 라면을 후후 불어 먹던 남자친구는 한입 먹더니 여자친구에게 말했다.

 "우리 옥상 올라가서 먹을래?"

 조금만 시간을 지체해도 금방 불어버리는 면보다 그가 옥상에 올라가 낭만 있게 라면을 먹고 싶어 한다는 마음을 간파한 여자친구는 곧이어 답했다.

 "좋아. 그러자!"

 그렇게 옥상에 올라와 라면을 마저 먹던 그는 그녀에게 말했다.

 "내가 너 때문에 산다. 진짜."

 "허허허"


 평소에 알던 사람들도 아니고 챙겨보던 유튜버들도 아니었다. 짧은 영상이 끝나고 화면이 어두워지자 활짝 웃고 있는 낯선 내 얼굴이 보였다.



 연애를 하다 보면 더 나아가 사람과의 관계를 맺을때 되려 과감한 부분은 배려가 쉬운데 자잘한 노력들 앞에서는 물음표가 붙는다. 그렇게까지 해야 해? 라며 말이다. 옥상으로 올라가 라면을 먹자는 그에게 그냥 여기서 먹자고 말해도 이상한 답은 아니었을 텐데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러자고 말하는 그녀의 모습이 참 예뻤다. 그녀는 한입도 미처 먹지 못한 상태였음에도. 그리고 옥상으로 올라가 고맙다는 말 대신 더 달콤한 말로 포옹해 주는 그의 답에 10년이라는 시간이 그냥 보내진 시간이 아니구나 싶었다.


 사랑을 한다는 것은 시간의 누적만이 다가 아니다. 상대가 좋아하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기꺼이 함께해 줄 의지가 필요로 한다. 가령 술 한잔을 하면 코인노래방에서 애창곡 2곡을 꼭 불러야 하는 연인과 그 시간을 함께 해준다거나 10월의 마지막 날을 좋아하는 연인을 위해 잊지 않고 '오늘 자기가 좋아하는 10월의 마지막 날이네.'라고 말해준다거나. 나이가 더해갈수록 관계와 감정을 바라보는 관점이 참 많이 달라졌다. 눈에 보이는 것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 옮겨갔고 충동적인 감정보다 군불같이 오래 유지되는 감정에 더 큰 무게를 싣게 됐다. 그래서 쉬워지기도 어려워지기도 했다.



 영상 속 여자친구가 너무 귀여워 동료에게 영상을 공유하자 그녀는 이런 말을 했다.

 "저렇게 서로를 이해하기까지 얼마나 노력했을까?"

 동시에 함께 웃음이 터졌다. 달달한 영상을 보면서 그저 감동만 받기엔 너무 많은 걸 겪고 알아버린 우리였다. 보기 좋은 커플을 보며 대단하다 여기는 이유는 그 무수한 다름을 받아들이고 인정해 비로소 만들어낸 둘만의 세상이 말해주는 위대함을 알기에. 그제야 영상이 끝난 뒤 히죽 웃고 있는 내 미소의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나도 그런 찰나들을 사랑이라 여겨왔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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