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의 비즈니스 - "on your mark" 인터뷰
취직하고 싶어도
취직하지 못하는 시대.
일하고 싶어도
일하지 못하는 현재.
불안한 미래
불편한 지금.
잠시 멈춰 주변을 둘러본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하나 둘 취직한 친구들이 늘어난다. 그리고 어느새 모두가 일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왜 인지 비슷한 레퍼토리를 읊는다.
일이 재미없다.
관두고 싶다.
돈은 많이 준다.
돈도 조금 준다.
상사는 씹어야 제맛.
오늘도 야근.
불행에 관한 etc.
결국 땅이 꺼질듯한 한숨을 푹 쉰 채 이야기는 마무리되고 주말 밤을 끝으로 마주하기 싫은 월요일과 만나기 위해 침대에 누워 가십거리를 찾아보다 잠이 드는 이야기. 반복과 지루함의 연속이었다.
반대로 차이점은
급을 나누는 데 사용되는 것 같았다.
회사의 위치
보너스 급여 여부
출퇴근 시간
맛집의 개수 같은것들 뿐
생각에 잠긴다. 이러한 불편한 동기부여 뿐인게 우리가 하는 일을 실체인 걸까? / 우리가 하고 싶어 했던 일의 본질은 무엇일까? / 취직하고 싶었는데 퇴사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 하기 싫어도 참고 무거운 현실을 직시해야만 하는 것일까. 어렵다.
다시 숨을 고른 뒤 다른 주변으로 시선을 돌려본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작은 시작을 한 친구들을 발견한다. 그들은 시대를 대표하는 기업인도, 유명인사도 아니다. 유망한 직종에서 일하고 있는 것 또한 아니다.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찾아 실행 중인 친구들 일뿐이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향한다. 끌린다. 그렇게 일과 행복에 관한 본질적인 궁금증을 토대로 대화를 시도한다.
이번 주제
내 친구의 비즈니스.
서울 강서구 화곡역
대로변 뒤 좁은 골목
5평 남짓.
좌석 20석 남짓
돈 못 벌어도 즐겁다는
개업한 지 1년이 된 로스터리 카페.
"On your mark”와의 인터뷰다.
1. 커피일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로스터리 커피에서 직원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 보람과 재미를 느끼고 있었지만 부모님은 번듯한? 기업에 취직하기를 바라셨다.그렇게 기대에 부응하려 애쓴 듯 취직한 회사에서는 오히려 적응은 커녕 왜 이곳에 있는지 조차 모를 정도로 공허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작년 봄. 개인 사업장을 알아보던 친형의 제안으로 작은 공간을 따로 만들어 어설프지만 오롯이 나만의 커피숖을 선물 받는 계기를 갖게 되었고 그게 나의 시작이었다.
2. 일을 직접 꾸려가 보니 어떤가?
-직원에서 갑자기 고속 승진한 사장이라는 계급의 무게는 생각보다 더 무겁다는 것을 시작도 전에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적응력이 강한 성격 탓인지 빠르게 흡수하고있다. 매일 10시에 출근해 새벽 2시쯤 퇴근하지만 그럼에도 보람차다.
3. 그 무거운 순간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인가?
-매일 아침 커피의 향과 맛을 시향, 시음한다. 그때 원두의 상태가 생각만큼의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으면 기분이 급속도로 냉각된다. 그렇기에 일관된 원두의 향과 맛을 살리기 위한 연구를 매일같이 지속하지만 쉽지가 않다. 하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서 힘내고 있다.
4. 그렇다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을 통제해야 할 때. 예를 들어 내가 가진 커피 한잔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모든 도구들은 중고이거나 저가의 제품들이다. 그렇기에 미세한 차이가 매일 같이 발생한다. 그 차이를 잡아서 통제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균일된 맛을 손님에게 내놓기 위해 나는 통제하지 못하는 것들을 통제한다.
아마 고가의 하이엔드 장비를 사용한다면 그런 사소한 것들의 균일된 맛를 유지하는 것이 한결 쉽겠지만 반대로 그런 장비가 없기 때문에 예민한 상태를 관찰하고 그것을 통해 작은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리고 그것이 나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5. 좋은 마인드다. 그렇다면 요즘의 고민이 있는가?
-사실 돈벌이가 좋지 않다. 사장이란 허울뿐인 타이틀을 갖고 있을 뿐. 주변에선 예술을 하지 말고 장사를 하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장사를 하는 사람들을 꿰뚫어 보자면 말만 번지르르할 뿐 커피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면서 척하느라 바쁜 해쉬태그뿐이라 혼돈스러울 뿐이다
분명 그들은 돈을 잘 벌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지금의 상황으로도 감사하며 하는 일이 즐겁기 때문에, 돈은 없지만 행복하다. 인턴의 자세로 모든 것을 배우고 흡수하려 노력한다.
6. 그래도 즐겁다니 멋지다. 즐거운 이유는 무엇인가?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역설적이지만 사실이다. 커피를 직접 볶는 수많은 과정 속에서 볶을 때마 날씨, 계절, 습도, 타이밍 등 다양한 변수가 작용해 커피의 맛에 영향을 주고 작용된다. 정답이라고 생각한 기준도 때론 틀리고 망했다고 생각한 부분에서 성공을 경험하기도 한다.
매일 같이 메모하고 그것들이 쌓여가는 것을 보는 것이 즐거움에 원천이다. 그렇기에 대접한 커피를 먹는 손님의 “커피 맛 괜찮다” 그 한마디가 내겐 참 소중하다.
7. 결국 커피로 예술가가 되고 싶은가?
-아직은 그렇게 거창한 무언가가 되기엔 지식도 지혜도 경험도 부족하고 또 부족하다. 다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의 본질은 맛있는 커피를 대접한다는 기본적인 것에 집중되어 있을 뿐이다.
8. 당신의 신념은 맛있는 커피 한잔을 내놓은 사장이군요?
-그렇다. 커피를 퍼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만든 커피를 먹고 싶은 사람들이 넘칠 때까지 베풀고 베풀다 보면 언젠가 인정받는 날도 오겠지 생각한다. 커피는 결국 기본에 가장 충실해야 한다.
그리고 그 기본은 원두의 질에 의해 판가름이 난다. 결국 원두이며 그것이 가장 기본이다. 그렇기에 “로스터리”를 정말 제대로 만들고 운영하는 예술가가 되고 싶은 목표가 있다. 0.5mm /0.5g처럼 사소한 것에서 출발한 나의 작은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들 때까지 말이다.
9. 여기까지 들으니 “on your mark”에 뜻이 궁금해진다. 뜻이 뭔가?
-커피를 마시고 나면 잔에 입술자국이 남는다. 그 자국을 통해 남겨진 혹은 비워진 그 잔을 매일 체크하겠다는 이유와 가수 넬의 노래 제목에서 빌려왔다.(넬을 참 좋아한다.) 결국 mark는 확인을 통해 발전하고자 하는 디테일에 집중된 의미를 갖고 있다.
10. 좋은 의미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커피는 커피의 맛만 보세요.”라고 말하고 싶다. 브랜드 커피만을 지향하지 말고 , 비싼, 혹은 싼 가격이 아닌 스스로 좋아하는 커피의 맛을 생각하고 찾아보길 권한다.인식된 배경만을 보고 판단하기 전에 당신이 마실 그 한잔의 커피에 맛에 집중한다면 커피를 즐기는 또 다른 세계가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스스로도 정리가 되는 시간이었고 감사하다.
기본에 충실한 과정, 작은 차이를 만드는 자세를 통해 커피 한잔을 대접하고 싶다.
On your mark와의 대화였다.
이 대화는 오랜 친구와의 2시간 남짓. 나름의 의미 있고, 깊은 대화를 통해 얻어낸
첫 인터뷰였다.
누가 시켜서 한 것도 돈이 되는 일도 아닌 이 대화에 응해준 친구에게 감사하며, 스스로 가진 의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얻은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이 글의 논지는 친구의 커피 맛이 정말 좋고 공간이 훌륭하니 많이 방문해달라는 광고성 글을 써 내려간 것은 아니다. 아직도 개선해야 할 부분은 사실 정말로 많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스스로 지키고자 하는 기본과 진정성을 위해 노력하는 자세를 존중 할 뿐이다.
그렇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친구의 모습을 보며 일과 행복의 균형 잡힌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한다.
나아가 이 글을 쓴 이유 또한 우리가 길들여진 삶에 익숙해져 시키는 일만 하며 불평불만을 늘어놓느라 바쁠지 모를 현실을 달리 보는 계기가 되었다.
일과 행복의 본질은 잊은 채 살아가는 지금을 경계하고, 스스로 다름과 차이를 만드순간을 만드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로 작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이해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렇게 정리하는 과정을 쌓아간다. 여전히 복잡하고 어렵지만 한 가지 분명해진 것은
모든 것은 그 안에 담긴 과정 속에서 꽃 피운다는 것.
수동적인 자세가 아닌 능동적인 자세를 취할 때 인간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룩할 수 있다.
썩은 동태 눈이 아닌 빛나는 눈동자를 발견하기 위해 나는 오늘도 향기를 쫒는다.
@wonkey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