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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JIN Apr 04. 2022

로컬 스타트업의 수평적 조직문화의 현실

스타트업, 수평적 조직문화의 한계

내가 로컬 스타트업에 처음 입사했을때, 이사님이 회사 조직문화에 대해 이야기해주셨다. 


우리 회사는 '홀라크라시'라는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고,


홀라크라시란 권한과 의사결정이 상위 계층에 속하지 않고 조직 전체에 걸쳐 분배되어 있는 새로운 조직구조이다. 즉, 의사 전달이 상하 위계질서에 의하지 않고 구성원 모두가 동등한 위치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제도다.


전통적인 업무 방식에서 벗어나

수직적인 의사소통이 아닌 수평적 의사소통을 하고,

권한이 보스에게 집중되지 않고 개별적으로 분산되고,

관리자 중심이 아닌 업무 중심의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며

조직이 경직되지 않고 구성원의 권한, 책임이 중요해지며 스스로 진화하는 조직.

구성원 모두가 조직 내에서 공평하고, 함께 일하는 조직.


말만 들으면 정말 좋아보인다. 


나도 처음에는 '우와~!! 이런 조직문화가 있다고?' 신기했고, 내가 진짜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구나라는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나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고, 업무 환경도 자유로워 초반에는 좋기만 했다. 근데 일을 하다보니 이 제도와 문화가 마냥 좋지만은 않다라는 생각이 들기시작했다. 모든 조직에 적합한, 절대적으로 좋은 조직문화는 없을 것. 어떤 일을 하는 조직인지, 어떤 사람들이 모인 조직이냐에 따라 해당 조직문화가 적합하고 적합하지 않음이 달라질 것이다. 




 홀라크라시 제도는 미국 최대의 온라인 신발업체이자 고객감동 서비스로 잘 알려진 자포스(Zappos)회사에서 선택한 조직문화제도로 유명해졌다. 자포스는 온라인 신발 판매를 주력으로 하기 때문에 콜센터에 수많은 문의 전화가 들어온다. 자포스의 상담원들에게는 상당한 권한과 책임이 주어지는데, 그들의 자의적인 판단과 응대를 통해 다양한 고객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자포스에서는 홀라크라시 제도 도입이 효과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우리 회사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우선, 홀라크라시에서 말하는대로 우리회사는 직원들에게 상당한 권한과 책임이 주어진다. 구체적인 업무의 지시를 주기보다 큰 덩어리를 주면 그 덩어리를 어떻게 쪼개고 어떤 모양으로 만들지는 직원의 몫이다. 이는 누군가에게는 '놀이의 판'을 깔아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뭘 어떻게 하라는거야?'라고 해석될 수 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면, '회사 앞 마당을 꾸며보세요.' 라고 대표님이 직원에게 지시를 했을 때, 전자는 마당을 어떻게 꾸밀지 스스로 구상해보고, 어떤 식물을 심을지, 테이블과 의자는 어떻게 놓을지 등을 찾아보며 좋아할 것이다. 하지만 후자는 구체적인 지시도 없이 뭘 어떻게 하라는건지 하며 불만을 가지며 지시자에게 이렇게 해도되냐 저렇게 해도되냐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할 것이다.

 이 상황에서 지시를 한 사람은 해당 업무를 맡은 직원이 자신의 취향에 맞게, 알아서 해주길 원했던 것. 하지만 일을 대하는 성향과 태도가 달라서 누군가는 이런 애매한 지시에 불만을 가지고 답답한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건 누가 잘못된 것이 아닌, 서로 달라서 생기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직원들에게 상당한 권한과 책임을 주기위한 전제는 직원들 개개인이 자신의 일을 충실하게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한명의 사람이 한명 분량의 일을 하지 못한다면? 그리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려는 의지, 일을 더 잘 하기위한 의지가 없다면? 이런 권한과 책임 그들에게 너무나도 큰 부담일 것이다. 회사에는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이런 조직문화가 잘 맞는 사람이 있고 안맞는 사람이 있는 법. 그래서 무조건 좋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이다.



홀라크라시에서 말하는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한 몇 가지 요소(?)들이 있는데 그 중 먼저 거버넌스 회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대게 회사에서는 팀장님, 보스들만 이야기하다 회의실에서 나오면 '그래서 뭐?' 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 결론은 뭔지 모르는채 시간만 소모되는 회의가 자주 일어난다. 이는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거 같다. 근데 홀라크라시에서의 거버넌스 회의는 직원 개인들이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고 또 자유롭게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의사 표현이 권리로 보장되기 때문이다. 일을 하다보면 생기는 갈등(내적/외적)을 홀라크라시 책에서는 '긴장'이라는 용어로 표현하고 있는데, 그런 긴장상황을 서로 공유하고 함께 해결해 나가고자 한다. 즉 거버넌스 회의는 한명씩 돌아가면서 어떤 일을 하고있고, 그 속에 긴장상황은 어떤 것이었는지 이야기하는 시간이다. 

 우리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 거버넌스 회의를 내가 회사에 입사하고 나서 두번(?)정도 했다. 초반에는 바쁘지 않은 상황이었으니까 가능했다. 하지만 하루하루 일을 쳐내기 바쁜 상황속에서 거버넌스 회의? 그럴 시간이 없다. 모든 구성원들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 시간조차 낼 수 없을 만큼 바쁜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프로젝트 별 혹은 1:1로 대화를 하며 업무를 진행하게 된다. 구성원들 개개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서로 긴장상황을 공유하고, 해결하기 위한 의견을 공유한다? 얼마나 이상적인가. 하지만 이것이 지속적으로 가능한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다음으로는 수평적 의사결정이다. 

이 부분은 아주 좋다. 회사 막내인 입장에서는 말이다. 마치 야자타임과 비슷한 결이 아닐까 예상한다. 또한 나의 성향에는 잘 맞을지도. 나는 나의 의견을 피력하고 의견 공유를 통해 결정을 내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성향이다. 그래서 내가 의사결정을 하고 진행하기 까지 힘듦이 없다. 하지만 모든 구성원들이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누군가는 상사가 시키는 일을 하는게 성향에 더 맞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그게 더 편할 수도. 나도 가끔은 누군가 다 지정해줬으면 좋겠고 하라는 대로만 하고 싶은 그럴 때가 있으니까. 

 따라서 수평적 의사결정 또한 조직 내에서 해내기 쉽지 않은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나에게 수평적 조직문화는 어떤가? 나는 잘 맞는 사람인가? 


 현재까지 겪어본 결과 나에게는 정말 잘 맞는 너무나도 원하는 문화다. 가만히 있는것을 잘 못견뎌서 이것저것 찾아서 하고 관심있는 것도 많고 새로운 무언가를 하는 걸(반복적인 일은 정말 싫어한다는 뜻) 좋아한다. 덩어리를 주면 그걸 쪼개고 모양을 만들고 다듬는 일은 잘하는 편이다. 나에겐 우리 회사가 놀이터인 셈이다. 나이가 많다고, 경력이 많다고 해서 복종해야하는 것이 아닌 누구나 프로젝트의 담당자가 될 수 있어 그 프로젝트 만큼은 담당자가 리더인 것이다. 내가 우리회사에서 막내임에도 불구하고 큰 행사의 PM을 맡아보기도 하고, 내 업무에 있어서는 나에게 권한과 책임이 있기에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어느 회사가 사회생활 2년차인 직원에게 이런 기회를 줄까? 나는 회사에서 일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들이 많아서 좋다.  


 회사 사람들에 소위말하는 꼰대가 없어서 다들 친구처럼 지내는 것도 좋다. 우리는 호칭이 모두 'ㅇㅇ님'이다. 대표님도 이사님도 모두 이름으로 부른다. 이런 환경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회사가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가지고 가겠다! 라고 해서일까? 음.. 내 생각엔 수평적인 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있어 가능한거 같기도하다. 즉 상대를 존중할 줄 아는 사람들만 모인 집단이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나와 대표님의 나이차이는 20살. 근데 거의 친구다. 그만큼 서스름없이 대화할 수 있는 사이다. 일을 할 때 대표님께서 나의 의견을 물어보시고 나도 반대로 제안할 수 있고, 아닌거 같으면 아니라고 당당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관계다. 누가보면 예의없다 할지 몰라도, 그게 서로가 일하는 방식이고, 물론 선은 넘지 않기위해 노력한다. 다른 동료분들도 나와 10살 이상 차이나는 분들도 많은데, 그들과도 친구처럼 지내서 우리 회사는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조직이다.  


나는 좋은데,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는 이런 조직문화가 맞지 않는게 보이니 괜히 답답하고, 가끔 같이 일을 할때면 화가나기도한다.




내가 로컬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느낀 건

스타트업이라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진취적이고 일에 열정적이진 않다는 것이다. 

나는 처음에 그런걸 감안하고 사람들이 스타트업에 취업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누군가는 일을 찾아서 하고

누군가는 주어진 일만 하고

누군가는 스스로 결정하고

누군가는 누군가 결정을 해주길 바란다. 

사람들 마다 잘하고 못하는 것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일머리가, 일에 대한 센스가 좋은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다.

누군가는 일을 더 하고 싶어하고

누군가는 일을 더 하기 싫어한다.


따라서 오늘 글의 결론은

수평적인 문화가 있기 위해서는 직원들 개개인이 자신의 일을 알아서 찾아서 하고, 자신의 일을 완벽히 잘 해낸다라는 전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회사에 수평적 조직문화가 맞다고는 말은 못하겠다. 편하면서도 불편한, 그런 조직문화.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며 현재 우리 회사에 맞는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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