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첫째주
엄마가 아침으로 생일상을 차려주셨다. 소고기 미역국에 소불고기, 소고기 육전까지 소고기 3콤보로 든든한 상이다. 전날에는 엄마랑 사소한 일로 다퉜다. 왜 나이를 먹어도 별 일 아닌걸로 금세 목소리가 커지는 걸까. 생일상 앞에서 죄인이 된 기분이다. 생일이지만 다른 날과 같이 출근했다. 사무실에 사람이 뜸해지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개인으로도, 일에서도, 많은 변화가 생겨서 기분도 내고 활용도 높일 겸 사무실 구조를 완전히 바꿨다. 바뀐 사무실 모습이 마음에 든다. 세로로 긴 공간을 세로로 잘라 사무공간과 휴식 공간이 애매하게 섞여 있었는데, 가로로 키가 큰 캐비넷을 두고 일하는 공간을 분리했다. 중간에 있던 컴퓨터도 벽에 붙도록 옮겼더니 더 넓어 보인다. 일 햇빛이 잘 드는 오늘같은 날에는 넉넉해진 공간이 더 여유로워진다. 조금 일찍 퇴근해서 저녁은 지혜와 솥밥을 먹었다. 뜨거운 솥에 담긴 관자랑 도미를 밥이랑 고루 섞어 간장을 조금 뿌렸다. 귀엽게 올라와 있던 버터 반 조각이 강하고 맛있는 냄새로 올라오면서 양념과 생선 살이 짭짤하게 느껴진다. 중간부터 밥만 퍼먹는 기분이 들어서 샐러드나 개운하고 아삭한 채소류 반찬이 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뜻하고 배부른 한 끼에 좋아하는 아이스 라떼까지 마시니 기분도 넉넉해진다. 환기한 마음으로 돌아와 엄마와 화해했다. 내 얼굴만 봐도 화가 풀리는 엄마랑 화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닌데. 싸울 때는 능숙하게 감정을 대변하며 말을 하다가도, 왜 미안하다는 말은 이리도 꺼내기 어려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