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랄라 Feb 17. 2020

'냠냠' 우리집 토끼는 오빠 바라기

토끼에게 섭섭합니다

섭섭합니다. 분명 제가 열심히 회사에 가서 사료값을 벌어오는데, 저 보다 제 동생(ask. 햇살오빠)을 더 좋아합니다. 햇살이의 이런 태도에 저는 경고를 보냅니다.
흥흥


랄라 동생. 우리 집 막내 햇살이는 이상하게 제 동생을 좋아합니다. 잠깐 시선을 돌리면 오빠 방으로 쪼르르 달려가 문지기를 자처한답니다. 토끼는 기분이 좋을 때 '빙키'라는 것을 한답니다. '파바바박' 온몸을 'ㄴ'자 모양이 되게 만든 후 높게 뛰는 것을 말해요. "나 기분이 정말 정말 좋아요"라는 표현이죠.


햇살이는 유독 오빠 방에 가면 이런 행동을 보인답니다. 어떤 날은 30번이 넘게 빙키를 하기도 해요. 처음에는 동생 방에 깔린 매트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토끼들은 맨바닥보다는 매트 위를 좋아하거든요. 하지만 30번은 과도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랄라를 떠올려 봤습니다. 랄라는 많이 해도 고작 10번 정도였거든요. 빙키는 체력 소모가 심하답니다.


여기에 제가 없을 때면 유독 제 동생 방에 가서 애교를 부린다는 사실도 알게 됐죠. 저렇게 얌전히 오빠 옆을 지키고 있는 사진을 본 후 저는 확신했습니다. '저 녀석이 오빠를 더 좋아하는 군...'


저의 불길한 예감은 기정사실이 되었습니다. 저는 참 섭섭합니다. 사료, 간식값을 벌기 위해 열심히 직장에 나가는데 이런 나의 마음을 몰라주는 기분이었다고 할까요? 그런데 또 생각해보니 그래요. 저는 햇살이 훈육을 위해 혼내기도 하지만, 동생은 그저 '예쁘다' 말해주는 역할을 하니깐요.


그래도 섭섭한 마음을 감출 수는 없습니다.


햇살이가 제 동생 옆을 지키고 있어요. 문지기 햇살이라고 불러야겠어요.
이렇게 일을 하고 있을 때도 옆을 지키고 있는답니다. 참 씩씩해 보이죠?


섭섭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겠죠. 저도 혼내는 사람보다는 '그저 예쁘다' 말해주는 사람이 조금 더 좋긴 하거든요. 그래도 시간이 흐르면서 햇살이가 이런 저의 마음도 알아주지 않을까요? 미워서가 아니라 햇살이를 위해 혼내는 거라고.


토끼 햇살이는 매일매일 쑥쑥 자라고 있습니다. 사고를 칠 때는 혼을 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사랑한다"라는 말을 많이 해줘요. 제가 그렇게 자랐거든요. 저희 엄마는 사랑이 많은 사람이랍니다. 매일 아침 등굣길에 "사랑해"라고 말을 해줬어요. 그 사랑 덕분에 저는 어떤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어요. 말로 표현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죠. 동물도 마찬가지랍니다. "사랑해"라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고 믿어요. 토끼의 눈빛이 어느새 나를 이해하는 눈빛으로 변하고 있으니깐요.


오늘은 사랑하는 반려동물이든 가족이든 "사랑한다" 꼭 말해보세요. 저도 오빠만 좋아하는 ^_^ 햇살이가 얄밉지만 그래도 꼭 "사랑한다" 말할게요. 엄마와 동생에게도요.



    



매거진의 이전글 세상을 떠난 토끼에게 쓰는 편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