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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물꽃 Feb 12. 2024

요가_04

한계를 설정하는 법

요가가 명상의 일환으로 시작된 운동이라 그런지 요가에서 떠오르는 생각을 내 삶에 적용시키곤 한다. 생각을 비우기 위한 운동에서 생각을 떠올린다는 것부터가 이미 집중에 실패한 걸 수도 있지만 전혀 연관이 없을 것 같은 무언가에서 삶의 자세를 배운다는 건 매력적인 일이다.


요가를 시작하고 한동안은 초보자를 배려하는 선생님의 말을 좋아했다. 욕부리지 말고 할 수 있을 만큼만 하라는 말은 언제나 더 잘하고 싶어 안간힘을 쓰고 무리하는 나를 토닥이는 것 같았다. 요가를 할 때에도 구부릴 수 있는 것보다 애를 써서 허리를 접으려고 했고 몸이 좋지 않은 날에도 근력운동을 과하게 하느라 탈이 나기도 했다. 선생님의 말을 듣고 믿으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에 집중했다. 지금의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주며 현재에 머무는 법을 배워갔다.


하지만 난 할 수 있는 만큼 한다는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의미를 오해한 채로 나는 그 태도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적용했다. 할 수 있을 만큼만 하자는 마음 가짐은 자연스레 더 편한 길을 찾게 만들었다. 그동안 해왔던 대로 내가 알고 있는 정도로만 허리를 숙인다든지 이보다 더 힘을 주면 아플 거 같다는 두려움에 내가 할 수 있는 한계를 미리 단정 짓곤 했다. 


제대로 부딪힐 수 있었던 건 선생님 덕분이었다. 자세를 잘못 잡으면 늘 달려와서 수정해주던 선생님이 여지없이 내게 붙었다. 거울을 보고 다른 사람이 하는 정도로 쉽게 자세를 취하면 선생님은 내 몸을 접어 더 어려운 자세로 만들었다. 버틸 수 있을 만큼의 힘을 쓰고 있으면 더 할 수 있다며 내 몸을 친히 바로잡아 근육이 팽팽해지도록 고쳐줬다. 안될 거 같은데? 하다가도 그 자세를 만들어주면 겁을 먹었던 것과 달리 덜덜 떨면서도 꿋꿋이 버텨냈다. 


할 수 있는 만큼을 안다는 건 참 어려운 일 같다. 그거야말로 나를 제대로 알고 있다는 뜻 아닐까. 스스로를 너무 얕잡아보면 쉬운 정도로 한계를 설정해 더 발전하지 못할 것이다. 반대로 너무 무리하게 높게 잡아둔다면 따라가기에 버거워 미래를 따라가느라 허덕이는 것으로 현재의 삶을 힘겹게만 보낼 것이다. 더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나를 알고 그 정도를 설정한다는 건 분명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그러고 보면 지금 내가 시험을 준비하는 것도 내 한계를 제대로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느껴진다. 5년 전 필기시험에 합격하고 역량면접을 보게 됐을 때 난 내 한계를 너무 일찍 단정 지었다. 아직 준비되지 않은 것에 꽂혀 이 시험을 절대로 해나갈 수 없을 거라 생각했고 스스로 겁을 먹은 탓에 친절히 대해주던 면접관들에게도 겁을 먹어버렸다. 오히려 제대로 부딪히고 실패했다면 내 한계를 더 잘 알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종종 떠오르곤 했다.


그때의 기억 때문인지 사실 시험을 다시 준비하면서는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게 기대보다는 불안감이 되어 나를 붙들었다. 하지만 매일 새벽 일어나 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 요즘, 다시 기회가 주어졌다는 감사함을 느끼며 결국은 나를 믿어보는 수밖에 없구나 하고 깨닫는다. 어떤 떨림이 있고 어떤 긴장감속에서도 지금은 내가 어디까지 갈지 한번 확인해보고 싶다는 기대감이 더 나를 채우고 있다.


피곤한 컨디션에도 시험준비를 해야 한다는 강박이나 짜증보다는 좋아하는 일에 도전할 수 있다는 즐거움으로 계속 하게 되는 것부터 달라질 준비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 모쪼록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 사람인지 이제는 정말 피하지 않고 제대로 마주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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