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물꽃 Feb 09. 2024

일상_01

필기시험 준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불태웠던 자소서가 감사하게도 합격했다. 서류 합격 다음에는 필기 전형이 기다리고 있어 지금은 상식 공부와 작문 연습을 하고 있다. 약 5년 만에 다시 준비해보는 언론고시는 예전만큼 간절한 마음에 불안해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재회에 대한 반가움도 있다. 준비하는 내내 떨어질까 두려워하며 고통스럽게 준비하던 예전과 달리 이번엔 조금 더 여유를 갖고 전형 하나하나를 즐겨보려 한다.


아무래도 매일 같이 글을 쓰고 또 공부하고 있으니 트라우마 연재를 조금 보류하려 한다. 아마도 약 2주간..? 안 그래도 길어지는 연재 탓에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가 자책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조금 더 성의껏 잘 이어보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연재를 완료하면 읽기 편하게 글을 더 다듬어보려고도 한다. 읽어주시는 분들께는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시험 이야기를 조금 더 이어가자면 역시 난 성취에 엄청 연연하는 사람이다. 무언가를 성취하고 이뤄내려는 목표가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기 위함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누군가에게 알리기 위해서라기보다 내가 나를 인정하려면 어떤 성취들이 필요하기도 한 것 같다. 


이번 달엔 특히나 일을 시작해 볼 마음이 들어 여기저기 이력서를 제출했지만 연락이 없어 사실 자신감이 조금 내려간 상태였다. 내가 잘못된 게 아니라 그 회사랑 안 맞았을 뿐이라며 위로하긴 했어도 내심 마음고생을 했나 보다. 가장 기대하고 바랬던 드라마 pd 자소서가 합격한 걸 보니 모든 걸 보상받은 것처럼 기뻤다. 무엇보다 연출을 하고 싶어 그 길로 살아온 내 행적이 인정받는 거 같아 감사했다. 누군가의 인정이 스스로를 인정하게 되는 바탕이 됐다. 내가 나를 믿는 게 우선이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신뢰를 쌓을 수 있어 다행이다.


다른 일상을 말해보자면 요즘 일본 드라마들에 꽂혀있다. 최근 봤던 드라마는 콩트가 시작된다, 브러쉬 업 라이프, 언 내츄럴이다. 모두 반복되는 일상을 보여주는 거 같지만 각자가 처한 문제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가는 이야기가 매력적이다. 사실 세 드라마를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기에는 어려울 만큼 개별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는데 웨이브를 구독 중이라면 정말 모두 추천한다. 


한동안은 드라마를 피한 적이 있다. 언론고시를 준비하다보면 시험을 위해서라도 드라마 모니터링을 하게 되는데 재밌어서 보는 게 아니라 봐야 해서 보다 보니 쉽지 않았다. 제작사에서 일할 때에도 일의 연장선으로 보다 보니 아무 감흥 없이 배속으로 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제작팀으로 현장에서 일할 때는 시간이 없어서 보지 못했고 끝난 후에는 드라마 현장을 떠올리고 싶지 않아 한동안 피했었다. 


그랬던 내가 재미있는 드라마를 보고 있자니 다시 마음이 설렌다. 헤어졌다가 다시 사귀기를 반복하는 연인처럼 드라마와 내가 그런 사이 같다. 꼴도 보기 싫을 만큼 질렸다 싶다가도 또 똑같은 매력에 다시 찾게 된다. 좋은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가슴 안쪽에서부터 저런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차오른다. 하고 싶은 게 뭔지 알고 있다는 건 길을 잃고 헤매다가도 결국은 다시 돌아올 곳이 있다는 의미 같다. 


아무래도 시험이 있는 다음 주 까지는 시험에 집중해보려고 한다. 브런치 연재도 중단하고 싶지는 않아서 이어가려고 하는데 시험이 끝날 때까지는 조금 더 가벼운 일상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자소서를 준비하면서도 브런치 연재하며 힘을 냈듯이 필기시험도 일상 이야기를 이어가며 잘 준비해보려고 한다. 모쪼록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준비해나가길!

작가의 이전글 후각_0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