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야마/구라시키 여행
인터넷으로 쿠라시키의 바를 검색하다 우연히 재즈바 'Something'을 발견했다. 주인이 너무나 재미있고 독특한 사람이라는데 그렇다면 가봐야지. 쿠라시키 역 주변이라고 했는데 도대체 어디인지 몰라서 돌고돌고 또 돌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역 바로 연 건물 2층에 자리하고 있었다. 소니 클라크의 앨범 <Cool Strutting>이 크게 인쇄되어 있는 벽이 재즈바임을 보여준다. 9시쯤 갔는데, 바 안에 아무도 없다! 게다가 이 분위기, 뭔가 이상해....
자리에 앉았는데 보즈 스캑스의 'We`re all Alone'이 나온다. 뭔가 전통 재즈바는 아닌 것이야.... 진토닉과 진 리키를 시켰는데, 마스터의 칵테일 솜씨는 그냥저냥입니다.
역사가 오래된 것 같다고 물어보니, 이 자리에서 10년째, 대학 졸업하고 바로 1969년 재즈바를 시작해서 지금까지 51년 동안 쿠라시키에서 재즈바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알고 보니 70살을 훌쩍 넘기셨던 것. 자신이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가 재즈의 전성기였고 요즘 젊은 사람들은 재즈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고, 이 바는 주인도 손님도 나이 들어버렸다고 아쉬워했다.
빌 에반스와 오스카 피터슨을 제일 좋아한다는 주인 아저씨는 벽에 붙어 있는 가와시마 타츠로의 사인에 대해 설명해주었고 와타나베 사다오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한국에 온 적이 있는데 대학로의 재즈공연장이 기억에 남는다는 말도 함께.
가끔 라이브 공연도 하며 쿠라시키의 오랜 재즈바로 명맥을 이어가는 'something'. 뭔가 짠하고 쓸쓸하고 그런 기분을 좀더 느껴보려 했는데 아저씨가 하도 담배를 피우시는 탓에, 게다가 담배냄새 싫어하는 우리 두 사람에게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 오래 있지 못하고 나오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