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행동은 어떤 결과를 가져다줄까?
진로상담을 할 때 학생들에게 늘 강조하는 것은 '작은 행동'의 중요성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작은 행동이라는 건 사람마다 그 기준이 다를 수 있지만, 나의 경우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본다던가, 부모님과 이야기를 해본다던가 등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는 것을 작은 행동이라 부르고 있다. 작은 행동이 힘들 경우에는 내담자가 당장 이번 주에 해볼 수 있을만한 행동을 최대한 작게 쪼개보기도 한다. 예를 들면, 부모님과 진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생각을 해본다던가.
작은 행동을 강조하는 것은 학생들이 스스로 나비 효과를 일으키기를 원해서이다.
나비효과는 중국 앞바다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지구 반대편에서 폭풍이 일어나듯이, 무심코 한 작은 행동이 큰 변화를 일으킨다는 현상을 말한다.
작은 행동은 나비 효과를 일으킬만한 작은 시작점을 제공할 수 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심리학에 관심이 생겼지만, 생각만으로 끝난다면 그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구글링으로 심리학에 입문하기 좋은 책을 검색해 본다던가, 심리학 개념을 소개하는 유튜브 영상을 보는 등의 행동은 후속 행동(예: '심리학 중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분야가 뭘까?'를 더 생각해 보기)을 해볼 만한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다.
실제로 나는 정신질환(강박증, 우울증 등)에 관심이 많았는데, 도서관에서 우연히 임상심리사와 관련한 책을 보고 심리학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도서관에서 임상심리사에 관한 책을 훑어보고, 집에 와서 심리학 입문 추천서 리스트를 보고 책들을 주문했던 것이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집에 돌아와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면, 나는 심리학과 관련 없는 길을 걸었을 것이다.
학생들이 평소하고 있는 행동(아르바이트, 강의 등)도 나비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시작점을 제공할 수 있다. 해오고 있는 활동들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그중 특히 재밌었다거나 기억에 남는 일들을 살펴보는 것도 좋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내담자가 다양한 삶의 경험을 풍부하게 드러내고, 그 경험으로부터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다. 모든 경험은 내담자를 이루는 작은 요소들이 된다.
그러나 더 좋은 것은 내담자의 관심사를 둘러싼 작은 행동을 살펴보는 것이다. 즐겨 보는 유튜브 채널은 무엇인지, 유튜브에 자주 뜨는 알고리즘 영상은 무엇인지, 취미는 무엇인지 물어보는 것은 진로상담 초기에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대화거리를 제공한다. 실제로, 즐겨 보는 유튜브 채널은 미국의 직업심리학자 사비카스(Savickas)가 제시한 관심사를 파악하기 위한 인터뷰 질문에 해당한다. 관심사를 살펴보고 이후에 이러한 관심을 더 깊이 있게 해 나가기 위해 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은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이 좋다.
내담자 중에는 새로운 무언가를 해보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나비 효과나 계획된 우연 이론에 대해 이야기해 준다. 계획된 우연 이론이란, 적극적인 행동이 진로에 도움이 되는 우연적인 기회를 만든다는 내용으로 미국의 심리학자 크럼볼츠(Krumboltz)가 제시한 이론이다. 내담자가 무심코 한 행동에서 변화를 만들어냈던 기억을 함께 살펴보며, 이것을 이론과 연결하여 설명하는 것이 좋다. 내담자의 이러한 예외 경험(도전해 본 경험)은 자신이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인식하도록 돕는다. 만약, 도전해 본 경험이 없다면 작은 행동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최대한 쉽게 시도해 볼 수 있는 행동을 잘게 나누는 것이 좋다.
내담자가 작은 행동을 시도한다면 그것을 적극적으로 칭찬하고 격려하자.
진로상담은 결국 내담자가 진로와 관련한 자신의 특성(흥미, 적성)을 이해하는 것을 돕고, 작은 행동을 시도해 보도록 격려하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관심사와 관련한 작은 행동은 이후 내담자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는 경험이 될 수 있다.
즉, '직업인으로서 인식하는 나'인 진로정체성(vocational identity)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