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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민 Dec 31. 2023

2018.12.31.~2023.12.31

12월 31일은 묘하다.

 2018년 12월 31일. 시간이 꽤 흘렀지만 지금도 나는 2018년의 마지막 날을 잊을 수 없다. 내 체력과 정신력을 모두 갈아 넣었던 일터에서의 마지막 날이기도 했고 그날은 드물게 부산에 눈이 내렸다. 한 해의 마지막 날에 실직을 하루 앞두고 눈이 내리는 부산 하늘을 보고 있자니 의미 부여하기 참 좋았다.


 당시 내가 근무했던 회사의 대표는 연말이면 기분대로 조직을 대거 개편하고 사람들을 갈아치우곤 했다. 나는 마케팅 팀의 팀장이었는데 대표는 마케팅팀을 해체하겠다는 결정을 내렸고 그에 따라 나와 마케팅 팀원은 12월 31일을 마지막으로 퇴사를 하게 되었다. 대표로부터 내가 받은 마지막 업무는 회사의 발전전략을 짜오라는 것이었다. 지금은 정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지만 여느 연인과의 이별과 마찬가지로 당시엔 회사에 정이 많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내가 없는 이 조직이 미래에 더 성장했으면 하는 생각으로 마지막 일을 마무리했던 기억이다. 회사든 연인이든 차인 사람의 입장에서는 미련이 더 남기 마련이다.


 2023년 12월 31일. 그동안 나는 여러 직무를 경험하고, 많은 사람을 만났고, 여러 회사를 거친 끝에, 부산에서 서울로 일자리도 옮겨왔다. 많이 성장했지만 아직도 부족한 것이 많다. 내년엔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갑진년 새해에는 일도, 놀이도, 사랑도, 세상에 많은 사람들과의 연대도 더 잘 해내고 싶다.    


 올 한 해 나와 함께한 모든 사람들에게 고맙고, 지금 이 순간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쓸 수 있는 것에 감사하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 올 한 해 고생 많으셨고, 내년에는 더 행복한 한 해가 되셨으면 좋겠다.


 12.31이라는 숫자는 연말을 표현하기에 좋은 것 같다. 
 일. 이. 삼. 그리고 다시 일
 12월 31일은 마지막이자 시작을 표현하기에 참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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