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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언 Aug 24. 2021

<마음의 고향>과 <빨치산의 처녀>를 만든 윤룡규

북한영화 이야기 27.

남한에서 활동하다가 여러 복합적인 이유로 북한을 선택한 영화인들을 월북영화인이라 말한다. 그중에는 남북한의 영화계에서 크게 활동한 사람들도 꽤 있다. 이중 윤룡규는 남한과 북한에서 모두에서 뛰어난 영화를 만들었던 영화감독이다.      



<어랑천>의 편집본을 검토하는 윤용규

일제강점기 때 일본에서 영화 공부를 한 그는 일본의 유명한 감독 도요타 시로 밑에서 조연출을 했으며 그곳에서 문화영화 감독으로 데뷔했다. 일제 말기에 조선으로 건너와 조선영화제작주식회사에 입사하여 활약했는데 하루야마 준(春山潤)이라는 일본식 이름을 썼다. 광복 후에는 서울에서 영화 활동을 했으며 6.25 전쟁 때 북한으로 가서 1950년대 북한을 대표하는 영화감독으로 활약했다.     


<마음의 고향>의 최은희


6.25 전쟁 이전 남한에서 만든 영화로는 1949년 작 <마음의 고향>이 대표적이다. 함세덕의 희곡 <동승>이 원작인 이 작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절에 맡겨진 아이가 절에 공양하러 오는 미망인을 엄마라고 생각하고 좋아하게 된다. 그 여인도 이 아이를 양자로 삼으려 한다. 아이는 미망인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새를 잡게 되고, 살생을 하게 된 걸 안 주지 스님은 죄를 씻어야 한다는 이유로 아이가 양자로 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 작품은 산사의 아름다움을 적절하게 보여주는 영상미와 과장되지 않은 배우의 연기에 바탕한 절제된 연출로 호평을 받으며 1940년대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한국영화 100선을 꼽는다면 반드시 들어가는 영화이며 아마도 베스트 10을 꼽을 때도 평론가에 따라서는 이 작품을 꼽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영화에는 우리가 잘 아는 영화배우 최은희가 미망인으로 출연한다. 그 외 동승 역을 맡은 아역 유민을 비롯해 주지스님 역의 변기종, 미망인의 시어머니 역을 맡은 석금성, 동승의 어머니 역을 맡은 김선영 등 당대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하여 세련된 연기를 펼쳤다.     


1950년 서울특별시에서 뽑은 문화상을 수여받을 정도로 그 성과를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잊힌 영화이기도 했다. 한국전쟁이 터지고 월북 작가, 예술인들의 창작한 작품들의 공개가 금지되자 이 작품 역시 1988년 해금 전까지 상영될 수 없던 영화였다. 영화감독 윤룡규뿐만 아니라 어머니 역을 맡은 김선영, 그리고 남승민, 최운봉 등 영화에 출연한 주요 배우들이 전쟁 중에 북한으로 갔기 때문이었다. 제작자 이강수가 프랑스로 이민을 가면서도 필름을 프랑스까지 들고 갈 정도로 애정을 가지고 있었고 그의 애착 때문에 해금 이후 이 필름을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다.      


어랑천


북한에서의 윤룡규의 활동도 대단했다. 6.25 전쟁 중 만들어진 5편의 작품 중 <소년 빨치산>(1951), <향토를 지키는 사람들>(1952) 2편이 그가 만든 작품이었다. 그 외에 전쟁 이후 제작된 <빨치산의 처녀>(1954)나 <신혼부부>(1955), <춘향전>(1958) 등을 비롯해 다수의 영화를 만들어내면서 북한영화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있었다. 특히 그가 만들었던 <소년 빨치산>(1951)은 카를로비바리 영화제에서 자유를 위한 투쟁상을 수여받았고, <춘향전>은 모스크바영화제에서 촬영상을 받았을 정도로 북한영화를 해외에 알리는데도 일익을 담당했다.      


1950년대 북한영화를 이끌었던 윤룡규는 1960년대 후반까지 많은 수의 영화를 연출했다. 대표작으로는 6.25 전쟁을 배경으로 인민군과 북한 주민들의 협력을 소재로 한 <어랑천>(1957), 이북명의 소설 『질소비료공장』을 각색한 <단결의 노래>(1959), 천리마 시대 노동영웅을 소재로 한 <녀성 영웅 광부>(1960) 등을 연출하였다. 하지만 1960년대 후반 숙청당하였으며 1970년대 복권되어 조선영화촬영소에 복귀 <춘향전>(1980)을 비롯한 몇 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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