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상언 Mar 20. 2023

노마만리 김종원영화도서관

책방 노마만리 이야기 22.

3월이 되었다. 달이 바뀌자 갑자기 날이 따뜻해졌다. 겨울철에는 히터를 켜도 따뜻한 기운이 돌지 않던 책방이 히터를 틀지 않았는데도 포근했다. 최고 기온이 20도를 상회하던 며칠 동안은 실내 공기가 답답하게 느껴져 창을 열어 환기를 시키기도 했다.


날이 따뜻해지자 중정의 폴딩 도어도 열어젖혔다. 겨우내 닫혀있던 중정을 개방하니 노마만리의 실내 분위기도 확연히 달라졌다. 닫아두었던 문을 열고 마른 중정에 물을 뿌렸을 뿐인데 확실히 겨울이 지나간 것과 같았다.


노마만리의 개나리와 붉은 색 서양난

낚시터 사장님께서는 책방에 꽂아두면 봄 분위기가 날 것 같다는 말과 함께 막 꽃을 틔운 개나리를 한 아름 꺾어 선물로 주셨다. 낚시터 사장님이 주신 개나리는 중정의 연못에 꽂아두었다. 뿌리가 돋아나면 뒤뜰에 옮겨 심어둘 생각이다.


날이 따뜻해지면서 손님이 눈에 띄게 늘었다. 카메라를 들고 책방 이곳저곳을 찍어 인스타나 블로그에 정성 스래 올리는 사람들도 요 며칠 보였다. 2월 말부터 조금씩 증가하기 시작한 매출은 정상영업을 시작한 3월이 되자 지난가을과 비슷한 수준으로까지 올라왔다. 아마도 올해는 작년보다 훨씬 나은 한 해가 될 것 같다.


화장실을 시작으로 봄맞이 청소를 시작했다. 이곳저곳 묵은 먼지를 털어내면서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고 있다. 봄맞이 준비를 하는 것은 책방만이 아니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 역시 봄철을 맞아 빈 밭에 거름을 뿌리고 트랙터를 밭을 갈아 작물을 심을 준비를 하고 있다. 책방 앞 수박밭에도 거름이 뿌려졌다. 지난 몇 주 동안 퇴비냄새가 온 동네를 뒤덮었다. 날이 더워 창문을 열거나 중정의 폴딩도어를 열면 퇴비 냄새가 책방 안으로 스멀스멀 번져나갔다. 책방을 찾은 손님들은 코를 막고 책방 안으로 들어왔고 투덜거리듯 퇴비냄새에 대해 한 마디씩 했다. 마을을 진동하던 냄새는 봄비가 내린 후에 사그라진 상태이다.

김종원영화도서관 기념 전시물

봄비와 함께 꽃샘추위가 찾아왔다. 다시 겨울로 돌아간 것 것처럼 히터를 틀었고 유독 공기가 찬 1층 카운터를 지키고 있는 나는 점퍼를 입고 찬 손을 비비며 일을 보고 있다. 다행히 추위는 하루가 다르게 사라지는 듯 해 봄기운을 느끼려 잠시 닫았던 중정의 폴딩 도어를 다시 열었다. 그 사이 2층에 있는 겨울을 버텨낸 화초가 꽃망울을 터트렸다. 봄의 전령과 같은 붉은 꽃송이를 보고 있으니 여간 기특한 것이 아니다.


2월 말에 노마만리 3층 도서관을 “김종원영화도서관”이라는 이름의 작은 도서관으로 등록 신청을 했다. 천안중앙도서관 직원들이 실사를 다녀 간 후 등록증이 우편으로 배달되어 왔다. 현재 도서관 등록을 기념해 2층 전시공간에서 “김종원영화도서관 특별전”을 준비 중이다. 김종원 선생님의 애장 자료를 비롯해 내가 가진 희귀 자료들을 공개하는 전시이다. 이번에 소개되는 희귀 자료로는 일본축음기회사에서 촬영한 우리 국악인들이 촬영된 가장 오랜 사진을 비롯해 김사량의 노마만리 초판, 조선도서관협회 문서철, 대구일일신문 유일본, 김종원 선생님께서 소장하시던 노만의 한국영화사 등이 소개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전시공간의 작은방에 김종원영화도서관의 중요 장서인 “이길성문고”의 책 중에 지인들이 서명해 이길성 선생에게 전해 준 책들을 모아 “이길성과 친구들”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작은 전시를 꾸밀 생각이다. 책을 펼치면 나오는 저자들이 정성스럽게 적어 준 서명과 메모들은 이길성 문고의 가치를 보다 돋보이게 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책방 노마만리의 겨울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