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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에이 Dec 12. 2019

84. 아레카 야자, 이건 뭐야?

도시에서 자라고 땅을 가까이해본 적 없는 나는 땅에서 란 것들을 모른다는 걸 쭉 부끄럽게 생각해왔었다. 하지만 땅에서 나고 자란 것들은 책이나 인터넷으로 익힐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림이나 사진으로 본 것을 실물로 알아보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후와 환경에 의해 조금씩 변형되면 알아볼 수 없는 것들이 그들이었다. 그래서 계속 그들을 알려고 뭔가 시도하며 산 것 같다. 지금도 이러고 있지 않나.

그 시도 중 하나가 20대에 회사 책상 위에 화분을 하나 키우자는 것이었다. 키우면 변형된 모습을 봐도 알아볼 것 같았다. 그때 내 책상 위에 올려두고 키운 화분이 아레카 야자였다. 전자파와 공기 정화에 좋다는 이유가 선택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데리고 올 땐 작은 화분에 풍성하고 고운 모습이었는데. 녀석은 내 책상 위에서 점점 망가져갔다. 세 달만에 사망선고를 받고, 그 화분은 버려졌다.

그리고, 얼마 전 서천의 카페에 갔을 때 실내에 있던 커다란 화분을 보고 이건 뭐야? 하며 사진을 찍었다.
아레카 야자란다.

키웠어도 죽였기 때문일까. 나는 여전히 그 아이를 알아보지 못했다. 이건 내가 보던 것보다 훨씬 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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