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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솔 Nov 11. 2024

위대한 우연


삶이 내게 할 말이 있었기 때문에 그 일이 내게 일어났다.

새의 선물, 은희경.


  마음이 힘든 시기에 우연히 이 글귀를 접하게 되었는데, 퍽 마음에 들어 내게 담았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내 삶에 예기치 않은 일이 일어날 때마다 이 글귀를 되새기며 곱씹는 횟수가 점점 늘어갔다.


'삶이 내게 할 말이 있기 때문에 이 일이 나에게 일어났을 거야. 그게 뭘까. 삶이 나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나에게 무엇을 알길 바란다고 말하고 있는 걸까. 내가 배워야 하는 게 있나 보다.'


'책임감일까? 꾹꾹 눌러내지 말고 한 번 터뜨려 보라는 걸까? 이해가 안 돼도 넘어가 보라는 걸까? 힘을 빼 보라는 걸까? 계속해 보면서 꾸준함을 기르라는 걸까?'


삶과 대화하면서 살아내면, 시간이 흐르고 문득 알게 될 때가 있다.

'아, 나한테 이거 배우라고 일어난 일이구나.'

그리고 나를 보면, 삶이 내가 배우길 바랐던 것이 이미 채워진 내가 되어있다.


   이러한 경험이 누적되면서 나에게 일어나는 일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마치, 지나온 모든 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존재하는 것처럼 말이다.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은 나를 어디론가 데려간다. 



  지난 주말 새벽에 일본에서 IT 개발자로 일하고 계시는 대호샘의 강의가 있었다. 대가 없이 제공해 주시는 거였다. 주제는 유튜브 알고리즘 관련 내용이었으며 참여는 자율. 나는 유튜브 콘텐츠 제작에 큰 관심이 있지 않기 때문에, 당일 새벽까지도 고민했던 것 같다. 이 강의를 들을까. 혹은 내 시간을 가질까. 읽고 싶던 책도 있고 정리할 것도 있었다.


  그런데, 고민은 왜 할까? 관심이 없는 내용이면, 듣지 않기로 결정하면 되지 않는가. 마음에 무언가 걸린다.

대호샘의 경험이 녹아진 강의라고 했다... 그리고, 주원 교수님께서 함께 하자고 하셨다... 나는 그 강의를 '듣고 싶다'보다 그 강의에 '함께 하고 싶다'였다. 마음에 걸린 그 무언가는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우연히 마주한 상황과 내 마음의 이끌림을 따라 강의에 참여했다. 이 선택은 나에게 여러 가지 값진 선물을 안겨 주었다.

  먼저, 대호 선생님의 강의는 정말 훌륭했다. (이는 단순히 내 느낌 기술이다. 내가 평가할 위치는 아니다.) 잘 모르는 분야인 '유튜브 영상 제작 시 고려해야 하는 알고리즘'에 대해 단 한 시간 만에 핵심을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대호 선생님의 결과물은 기존에 알려진 내용을 찾아 쉽게 알게 되는 방편들과는 다르다. 왜냐하면, 철저한 기획, 고민과 시도, 분석과 수정, 가설 검증을 실천하고 스스로 증명해 낸 진짜 그의 결론이기 때문이다. 이 증명된 결론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다음 확신의 근거가 된다. 나는 이러한 시도 즉, 스스로 증명해 내면서 새로운 일을 해 본 적이 있던가? 나는 열심히만 했었다. 뭔지도 모른 채... 강의를 통해 접한 대호 선생님의 경험은 내가 앞으로 새로운 일을 시도할 때 큰 영감과 용기의 본보기가 될 것이다.

  또한 나눔과 연대의 가치를 체험했다. 장시간의 노력과 노고가 담긴 결과물을 기꺼이 시간을 내어 나누는 것, 그 나눔을 기꺼이 받는 것, 그리고 그 받음이 다시 나눔이 되는 것—이 모든 과정에서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강렬한 연결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이 모든 것들이 얼마나 큰 가치인가! 한 시간 만에? 무료로? 사실 돈 주고도 못 산다. (돈 밖에 비교를 못하다니...)



위대한 우연성이다!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은 나를 어디로 이끌지 모른다. 깨어 있는 정신으로 살고자, 삶에 진실성을 담아 살고자 하는 갈망에 삶은 위대한 우연으로 보답한다. 삶의 위대한 우연성을 믿고, 나를 더 큰 사람으로 만들어 줄 그 힘에 나를 맡겨보자.



인생이란 꼭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그냥 내버려 두면 축제가 될 터이니.

길을 걸어가는 아이가

바람이 불 때마다 날려오는

꽃잎들의 선물을 받아들이듯이

하루하루가 네게 그렇게 되도록 하라.

꽃잎들을 모아 간직해 두는 일 따위에

아이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제 머리카락 속으로 기꺼이 날아들어온

꽃잎들을 아이는 살며시 떼어내고,

사랑스런 젊은 시절을 향해

더욱 새로운 꽃잎을 달라 두 손을 내민다.


나의 축제를 위하여,

소유하지 않는 사랑, 라이너 마리아 릴케.



대호선생님 브런치 스토리: 

AhoPapa

https://brunch.co.kr/@1d931fa6daea473


주원교수님 브런치 스토리: 

지담

https://brunch.co.kr/@fd2810bf17474ff




위대한 우연이 된 새벽 독서 모임 링크

https://guhnyulwon.liveklass.com/

https://cafe.naver.com/joowon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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