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이 깨어 있기 위해 시작한 독서모임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오늘 아침 불현듯 느낀 건 ‘정신없는 나’였다. 희한하게도 이 생각을 하게 된 것의 시작은 명상 중 호흡을 할 때 두 개의 폐 확장이 균일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면서부터다. 명상을 시작할 때 호흡을 두어 번 크게 들이쉬고 내쉬는데, 흉곽이 왼쪽으로 치우쳐져 확장된다는 것을 인지했다. 오른쪽, 왼쪽의 폐의 확장을 느끼며 호흡해 봤다. 이내 명상을 하려고 앉았는데, 정작 명상은 안 하고 양손을 각각 오른쪽, 왼쪽 갈비뼈에 대고 숨을 들이쉬었다 내쉬었다 하고 있는 내가 보였다.
'내가 명상을 해야 하니까 하고 있었구나!'
명상을 하다가 잡념이 떠오른 적은 많지만, 그것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하고자 하는데 잘 안 되는 게 아니라, 하고자 하지 않던 것이다. 해야 하니까 하고 있었을 뿐이다. 내 마음 깊숙한 곳부터 나를 명상에 쓴 것이 아니다. 나는 명상을 했지만 거기 있지 않았다. 이내 5시에 시작하는 독서모임 시간에 맞추기 위해 서두르는 내가 보였다. 정신이 깨어있길 바랐는데, 지금 내 모습은 정신없는 나였다.
'내가 급하구나. 얼른 해 치우고자 하는 내 몸 만이 부산히 움직이고 있구나. 루틴들을 시간 안에 해내야 한다고 고집부리고 있구나. 알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하려고만 하는구나. 그래서 깨어 있고 싶은데 깨어 있지 않구나….'
이내 명상 중에 집중하지 못하고 했던 ‘딴짓’이 고마워졌다. 덕분에 내가 지금 급하다는 것, 중심이 흔들린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되었으니…. 역시 그냥 일어나는 일은 없구나. 내가 할 일은 늘 그랬듯이 나에게 맞는 정도를 다시 찾아가는 것이다.
스스로가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사람 같지만 자세히… 정말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가 향하는 곳, 그곳을 향하는 나만의 방법, 나만의 속도, 모두 다 나만의 색과 질감과 형태가 있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정말 정말 미세하고 섬세하지만 분명히 빛나고 있어서, 그 빛을 보려면 천천히 가고 자세히 보고 섬세하게 느껴야 한다. 그리고 나만이 할 수 있다. 내가 향하는 곳은 분명히 있다. 내가 할 일은 늘 그랬듯이 나에게 맞는 정도(正道)를 다시 찾아가는 것이다.
숨을 내쉬지 않는 사람은 또한 숨을 들이쉴 수도 없다. 여기서 우리는 들숨은 날숨에 의해 유지되며 그 반대극인 날숨 없이는 이루어지기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 극은 반대 극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