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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솔 Nov 12. 2024

인식의 한계를 넘어서려면

 

  결핍은 끊임없이 나를 괴롭혔다. 잘 살고 있는 듯하다가도, 괜찮아 보이다가도, 아무 문제없어 보이다가도, 어느 순간 다시 괴롭히며 나를 끌어내렸다.


  결핍을 채우려 애썼지만, 내면의 구멍은 쉽게 메워지지 않았다. 깊은 우울에 삼켜지기도 했다. 결핍은 고통이 되었고, 나는 그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쳤다. 하지만 채울 수 없는 결핍을 메우려 할수록 고통은 선명해질 뿐이다.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은 때때로 불안의 모습이 되어 나를 덮쳤다.

  그러나, '내가 가진 결핍으로 괴롭다'는 것은 '온전히 살고자 하는 내 열망과 노력'의 다른 모습이기도 한 것이다. 온전히 살고자 하는 의지가 내게 있었다. 내 인식이 그쪽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것은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하는 시작이었다. 달라진 인식은 달라진 나를 만든다. 온전히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이며, 어떤 모습으로 실현하고 싶은지, 왜 그런지, 과연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지와 같은 것들에 대한 고찰이 열렸다. 기존의 것과 다른 방법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으며, 방법을 아는 것은 서서히 내 불안을 잠재우고 근원적인 결핍과 마주하게 했다. 허공을 걷는 듯한, 더듬거리는 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었지만, 계속 걸었다. 멈추지 않았다.

  결핍을 완벽하게 메울 수 있는 것은 없음을 인정하게 되었고,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를 보듬어주게 되었으며,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결핍의 고통과 공존하기로 했다. 그리고 현재의 나에서 다시 시작했다. 마치 다시 사는 듯한, 다시 태어난 듯한 느낌이었다. 갑자기 내가 보는 모든 것이 새로운 것이 되어 지각됐다. 달라진 색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다시 바라보고 정립하가 시작했다.



  고통으로 무너진 나의 이면에는 다시 일어설 힘이 숨겨져 있었다. 걷어내고 걷어내어 그 힘을 알아차리고 일어서기까지 시간이 걸렸고 수많은 노력과 좌절을 반복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안의 힘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내가 보지 못하고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해서 그 힘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내가 가진 힘을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더욱 명확해졌고, 선명해질수록 의지는 강해졌다. 그리고 그 의지는 나의 힘을 더욱 키웠다.


  내 인식이 전하지 못하면 나 자신도 전할 수 없다. 한쪽에 치우친 인식은 온전하지 않다. 동전의 앞면과 더불어 뒷면을 보는 눈, 떠오른 생각을 걷어내어 본질을 보는 눈은 내 인식의 한계를 넘어서게 한다. 이를 일상에서 실천하기 위해 나는 깨어 있기로 결심했다. 외부의 자극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깊이 관찰하며 이면을 볼 수 있는 힘을 기르고자 하기 위함이다. 나아가, 전체를 조망하여 나 자신에게 납득이 가는, 나 자신을 설득할 수 있는 선택을 하기 위함이다. 설령, 그 선택이 잘못되었다 해도 다시 바라보고 선택하기 위함이다. 그로써 맞이하는 평정심, 그 평정심을 점차 확장해 나가겠다.


정신이 깨어있기 위해 나는 사고하고 표현한다.


  이제 내가 겪은 고통은 의미를 지니며 나와 공존한다.

매일매일이 설렌다. 아니, 설렌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매일이 빛이다. 비로소 고통이 있는 인생이 아름답다.



세상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말하지만

이것은 동시에 아름답지 못한 것이 된다.

세상 사람들이 선하다고 말하지만

이것은 동시에 선하지 못한 것이 된다.

있는 것 때문에

없는 것이 생기고,

복잡함 때문에

단순함이 살아난다.

높은 곳이 있어

낮은 곳이 생기고

시끄러움이 있어

조용함이 돋보인다.

한정된 것이 있으니

무한한 것도 있다.

현재가 있어

과거로 이어진다.

그러므로 성인은

행하지 않으면서 일을 이루고

말하지 않으면서도 가르친다.

성인은 모든 것을 자기 내면에서

하나로 만들었다.

만들어내면서도 가지지 아니하고

삶을 완성하면서도

성공을 고집하지 않는다.

성인은 고집하지 않으니

잃을 것도 없도다.


도덕경 2장, 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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