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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시소설 18화

내선일체

- 2009년 5월

by allwriting

유미는 장만수를 미행했다. 은색 도요타 렉서스를 타고 다녀 멀리서도 찾기 쉬웠다. 내일 연구소에 출근하고 오후에는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사람을 만났다. 유미가 장만수가 들어간 건물명을 알려주면 원석이 그 건물에서 나오는 아이피를 추적하고 해킹해서 데이터를 수집했다.

“내일 연구소는 댓글부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일 댓글 내용이 바뀌는데 장만수가 이를 지시하는 것 같습니다. 야당을 비난하고 여당을 칭찬하는 내용이 많고 일본과 친일 사관을 옹호하는 작업도 하고 있습니다. 댓글부대 외에 특수팀과 공작소로 불리는 조직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수팀은 야당에 우호적인 블로그, 카페를 공격해 와해시키고 공작소는 가짜 뉴스를 만들어 퍼트리는 곳입니다. 장만수는 여당에 우호적인 단체를 관리하면서 정부 기관과도 협력 체계를 갖추고 있는 듯합니다.”


지금 시대에도 이런 조직이 있다니, 그것도 체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니, 또 그런 조작질이 먹혀들고 있다니. 유미는 화가 났다. 지고의 가치로 여기는 말과 글을 오염시키는 작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혐오감이 일었다.

“이런 일을 하는 조직이라면 언론에 알리고 검찰에 고발해야 하지 않을까요?”

“언론이 그런 일을 하겠어요? 내일 연구소 자체가 언론사와 관계를 맺고 있는데.”

“그렇지 않은 언론도 있잖아요?”

“해킹을 통해 얻은 자료입니다. 우리가 먼저 공격당할 겁니다. 알수록 무서운 조직이란 생각이 듭니다. 유미 씨도 미행을 그만두세요. 우리 일은 서리하 시인을 찾는 거지 댓글부대를 와해시키는 게 아니잖아요.”


유미는 오영미에게 받은 월급으로 옷과 구두를 샀다. 머리도 유행하는 스타일로 바꿨다. 원석에게 부탁해 몰래카메라와 녹음기를 사서 가방에 장착했다.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여자로 보이려고 작은 노트북도 샀다. 한 번에 이렇게 많은 돈을 쓰기는 처음이었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달라진 모습으로 나타난 유미를 보고 원석이 볼멘소리를 했다.

“어때요? 평범한 여자 같아 보여요?”

“옷을 바꿔 입는다고 평범하게 보이지는 않아요.”

“그럼, 어떻게 보이는데요?”

“글 외에는 관심이 없는 신들린 여자처럼 보이네요.”

기분이 나빴지만 받아들이기로 했다.

“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문가에게 화장을 배우고... 그 뭐 에스테틱인가 하는 데 가서 피부 마사지도 받으세요. 기왕 바꿀 거면.”

유미는 그렇게 했다. 그리고 장만수를 뒤쫓았다. 미행을 눈치챌까 봐 처음에는 멀리서 관찰하면서 사진만 찍었다. 찍은 사진을 원석에게 보내면 어떻게 알아내는지 금방 정체를 밝혀냈다. 국회의원, 검찰, 언론사 대표, 연구소장... 어마어마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다. 그럴수록 원석의 걱정은 깊어졌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데요?”


유미도 이유를 몰랐다. 자신은 시인이지 기자가 아니었다. 단지 가슴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분노가 계속 장만수를 쫓게 했다. 장만수가 사람 만날 때 자주 가는 장소를 안 다음부터는 미리 가서 기다렸다가 대화도 녹음했다.

“그러니까, 북한에서 도발할 거라는 뉴스를 내보내 그 사건을 덮자는 거지?”

상대는 전직 국회의원으로 지금은 유튜브를 운영하는 자였다.

“그건 너무 나가는 거 아냐? 근거도 없는데.”

“언제는 근거 가지고 퍼뜨렸습니까?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내용이면 돼요. 사람들은 늘 걱정만 하며 살아서 믿게 돼 있다니까요.”

듣고 있으니 기가 찼다. 하지만 틀린 말도 아니었다. ‘북풍’은 대부분 먹혔다.

“돈은 두 배로 드리겠습니다.”

“알았어. 내일 바로 올릴게. 그건 그렇고 술은 언제 살 거야. 여자애가 보고 싶다고 매일 전화하는데.”

“아, 그래요. 오늘 가죠. 저도 술 생각나는데.”


언론사 편집국장이란 자와는 이런 대화를 했다.

“그 배 침몰한 걸 북한 소행이라고 하면 안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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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영업교육센터장/ IGM 강사, 마케팅본부장/ 13권의 책 출간/회사 문서, 자서전 등 글쓰기 강의/ 세일즈, 마케팅, 협상 강의(문의: hohot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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