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7월
“왜 서 시인이 6개월 전까지 살고 있었다는 요양병원 주소를 알려줬을까요?”
“그 사람은 목적 없이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에요. 분명 노리는 게 있을 거예요.”
“자신들이 찾을 수 없으니 우리에게 정보를 주고 찾기를 바라는 것 아닐까요?”
“그럴 가능성도 있어요.”
“연오랑을 아느냐고 물었으니 그쪽도 정체를 모른다는 뜻이네요.”
“삼대목은 서리하 시인의 시가 처음으로 올라온 곳이고 연오랑의 글은 서리하 시인의 글과 비슷한 느낌을 주니까 그들도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소모는 노인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나요?” 유미가 물었다.
“네. 알면서도 모른 체했을 수도 있어요. 그는 아주 교활한 사람이에요.”
소모는 노인 이야기만 나오면 오영미는 과민하게 반응했다.
“김민철 교수 죽음에 대해서도 물었지만 모르고 있는 듯했어요.”
“언어 왜곡 숙청단에 대해서는요? 숙청단은 오연식이 운영하는 단체일지도 몰라요. 제가 오연식에게 숙청단을 이용해 장만수를 죽이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부인하지 않았어요.”
“숙청단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지만 유미 씨에게 전언을 남겼어요.”
“어떤 말을?”
“조직에 가까이 오면 다칠 수 있다는.”
약속이나 한 듯이 한동안 모두 입을 열지 않았다.
“서 시인이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요양병원 주소를 보여주실 수 있나요?” 침묵을 깨며 유미가 말했다.
“왜요?”
“찾아가 보려고요.”
“안 돼요. 너무 위험해요.”
“그래도 유일한 단서인데 찾아보기는 해야 하지 않을까요?”
“제가 다른 사람 시켜 알아볼게요. 일본에 지인이 있어요.”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비서가 들어와 말했다. “최원근이라는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오영미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모시고 들어와요.”
최원근? 어디선가 들은 이름인데 기억이 나지 않았다. 사장실로 손님이 들어오자 오영미가 깍듯이 인사를 했다. 반백에 얼굴이 갸름하고 지적으로 보이는 중년 남자였다.
“인사드리세요. 삼대목을 운영하는 최원근 대표님이세요.”
영미와 원석이 인사를 드리고 악수를 나눴다.
“정유미 씨는 삼대목에서 자주 봐 낯설지 않네요.” 최원근이 웃으며 말했다.
“사이트에서 소란 피워 죄송합니다.” 유미가 삼대목에서 장만수와 다툰 일을 사과했다.
“아니에요. 도움이 됐어요. 그 일로 우리가 감시받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손님이 오셨으니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인사하고 나가려는 원석을 최원근이 잡았다. “두 분이 알아야 할 이야기가 있어요. 잠시 시간을 내주세요.”
원석과 유미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문제가 생겼습니다. 검찰에서 우리를 언어 왜곡 숙청단으로 판단해 수사에 착수했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피의자 명단에 정유미, 박원석 씨도 포함돼 있다고 합니다.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증거가 있나요? 장만수가 살해됐을 때 우리 알리바이는 오영미 사장님이 증언했잖아요.” 유미가 발끈해서 물었다.
“없는 증거도 만들어 내는 놈들입니다. 일을 벌인 이상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
“무엇 때문에 이러는 겁니까?” 오영미가 물었다.
“저들은 경찰, 검찰에도 자기 사람을 두고 있습니다. 숙청단에 쏠린 대중의 관심을 우리에게 돌리는 한편 수사를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를 입수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설령 누명을 벗는다 해다 수사 중이나 이후에 우리의 행동은 제약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완전히 노출되니까요.”
“대책은요? 대응할 방법이 없나요?”
“있습니다. 그 일을 의논하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최원근은 그동안 자신과 윤세오가 운영해 온 ‘서리하 실종 진상조사위원회’의 활동 내용과 지금까지 알아낸 사실을 언론에 밝히겠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공격이 최상의 방어입니다. 서리하 시인이 세오녀의 비단을 찾기 위해 일본에 갔고 혐한 출판사에서 일한 것은 위장 근무였다고 알립시다.”
최원근의 계획을 듣고 있는 오영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언어 왜곡 숙청단도 친일 조직이 위장한 단체라고 언론에 흘립시다. 겉으로는 친일파를 처단하는 것 같지만 폭력을 사용함으로써 대중의 반감을 일으켜 반일 운동을 약화하려는 조직이라고 공격하는 겁니다.”
“너무 위험한 계획이에요.” 오영미가 최원근의 말을 자르며 끼어들었다. “만약 그들이 위기에 몰리면 서 시인을 해칠 수 있어요. 증거가 없으니 오히려 우리가 역공을 당할 수도 있고요.”
“그럼, 어떡하자는 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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