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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모임 이름 정하는 방법

독서 모임 기획 2

by 쉼표구름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꽃이라는 시를 한 번쯤 들어 보았을 것이다. 아이가 생기면 태명을 지어주고, 어떤 사람은 자동차에도 이름을 붙여준다. '이름'을 붙이는 것은 애정을 표현하는 동시에 존재를 만들어주는 일이다.




독서 모임에도 이름을 붙여주면 나에게로 와 꽃이 되었던 어떤 이름처럼 존재감이 생기고, 아끼는 마음까지 생겨난다. 독서 모임 이름을 정할 때는 이전에 정해 두었던 독서 모임의 방향, 목표, 모임원의 색깔을 고려하는 게 좋은데, 영 감이 잡히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은 뭐라고 이름을 붙여 두었는지 찾아본다.




기발하고 통통 튀고, 직관적이며 아름답기까지 한 각양각색의 독서 모임 이름이 있다. 재치 만점인 독서 모임명을 발견하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독서모임의 목적이나 특색을 담아 줄임말로 구성한 모임명도 많이 보였다.




여성 독서 모임, 엄마 독서 모임, 직장인 독서 모임과 같이 모임원을 특정하여 붙여 직관적으로 부르기도 한다. 지역명을 붙이는 경우도 있다. 인천 독서 모임, 부산 독서 모임 이런 식이다.




모임원을 광범위하게 특정하거나 자신감 넘치게 지역명만을 이름 붙인 독서모임의 경우를 잘 살펴보니 지자체나 도서관에서 지원을 받아 오프라인에서 운영되고 있었다. 이 경우에는 이름에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다. 이름과 관계없이 독서 모임을 선택하게 된다.




하지만 내가 소개하는 독서모임은 온라인 독서 모임이다. 온라인 독서 모임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독서 모임 이름 정하기 과정을 피할 수 없다. 왜냐하면 오프라인 모임보다 더 광범위한 공간이라 선택의 폭 또한 넓기 때문이다.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은 내가 운영하는 독서 모임이 선택될 가능성 또한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이름이 눈에 띈다면 선택받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그렇다고 특이하고 기발한 이름을 지으려고 무리할 필요는 없다. 모임의 성격 잘 반영하기, 쉽게 기억할 수 있으며 부르기 쉽게 만들기, 현재 운영되는 독서모임 이름과 중복되지 않는 이름이면 오케이다.




내가 독서 모임 이름을 짓기 위해 가장 먼저 떠올렸던 것은, 모임을 통해 멤버들이 가져갔으면 하고 생각해 두었던 가치였다. 엄마들이 독서를 통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을 발견해 내기를 바랐다. 내 안에 숨겨진 내가 정말 원하는 꿈과 욕망을 깨닫게 돕고 싶었다.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여 엄마라는 역할을 잠시 걷어낸 뒤 보이는 나의 참모습대로 성장해 나갔으면 했던 것이다.




'나다운 성장'을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해 나갔으면 좋겠다. 그런 가치를 어떻게 하면 독서 모임 이름으로 담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이렇게 짓게 되었다. 나로부터 시작되는 독서와 성장이라는 뜻을 담아 '프롬미 북클럽'을 만들었다. 줄여서 '프북'이라고 부른다.




'프북'이라는 단 2글자로 줄여 부를 수 있어서 발음하기도 좋고, 기억하기도 좋다. 블로그에 새롭게 정한 독서 모임 이름을 공개하자, 예쁘게 잘 지었다며 칭찬도 받았다.




혹시나 이미 사용하고 있으면 곤란하기에 검색도 해 보았다. '프롬미'라는 용어 자체가 아무도 쓰지 않는 독창적인 단어는 아니지만, 독서 모임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지는 않은 것 같았다. 모임의 성격을 담으면서 쉽게 기억할 수 있고, 부르기 쉽게 만들기, 현재 운영되는 다른 독서모임과의 중복을 피하기 등 세 가지 요건에 부합하는 이름이다.




독서 모임 이름을 짓는데 약간의 수고를 들이더라도 고민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무언가에 마음 쓰는 일은 이름을 지어주는 일부터 시작되지 않던가. 아이를 낳고서도 그렇고, 애완동물을 기르거나 새로 뽑은 차에도 이름을 붙여주면 더 애정을 가지고 돌보게 되니 말이다. 독서 모임을 더 잘 이끌고 싶다는 욕심과 책임감이 생긴 것도 프롬미 북클럽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나서부터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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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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