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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독서모임 시스템 만들기

시스템 만들기 1(기간, 인원수, 미션)

by 쉼표구름

지난 몇 년 동안 여러 온라인 모임을 기획해서 운영해 보았다.

'이런 모임 한 번 만들어 볼까?'

불현듯 떠오른 아이디어를 너무 참신하지 않냐며

친구한테 전화해서 호들갑 떨기도 하고,

꾸준하게 운영해서 남들처럼 수익화에도 도전해 봐야지 당찬 포부를 내 세우기도 했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만든 기획이나

꾸준하게 운영하겠다는 다짐으로도

지속 가능한 운영을 장담할 수는 없었다.

어떤 모임은 딱 한 번 모집해서 운영하고선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기도 했다.


이런 경력이 있는 나로선

프롬미 북클럽을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진득하게 운영해 오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엇이 달라서 그랬을까?

천천히 돌아보니 나름대로 시스템을 만들려고 노력했다는 점을 발견했다.



달리 이야기하자면

모임을 운영하는 내가 가진 '그릇'의 크기를 파악했고,

그릇에 담을 '음식'의 종류와 양을 정해두었다.

처음에 몇 번은 허둥대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정착되어 갔다.




독서 모임 운영 방식을 시스템화시키려고 노력했던 이유는 오래 하고 싶어서다.

책을 좋아하는데 혼자 읽으니 뭔가 허전했다.

같은 책을 읽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은데

나의 상황과 맞지 않는 독서 모임에 억지로 나를 끼워 맞추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의 상황과 맞아떨어지는 엄마들을 대상으로 모임을 만들기로 했던 것이다.



나는 에너지 총량이 남들보다 작아서 쉽게 지친다.

이런 내가 리더로 오래 활동하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시간과 과한 에너지를 운영하는데 들이지 않아야 한다.



게다가 나는 독서 모임을 운영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멤버들과 함께 읽고 쓰며 성장하는 한 명의 구성원으로서 활동하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운영 시스템을 단순하면서도 나에게 맞게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했다.



시스템은 모임을 이끄는 사람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참여하는 사람들의 혼란을 줄이고, 모임에 무리 없이 적응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독서 모임 운영에서 책 선정과 토론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운영자뿐 아니라 참가자에게 독서 모임 운영 방식을 쉽게 인지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시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오늘 소개할 독서 모임 시스템 만들기 첫 번째는 모집 단계다.




1. 모임 인원수 정하기


독서 모임을 운영할 시 몇 명의 모임원들과 함께할 것인지 미리 정해 놓는 것을 추천한다.

이렇게 해두면, 리더가 감당할 수 있는 인원수 이상을 모집하여 무리하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

운영자가 무리하면 쉽게 지치게 되고, 모임의 퀄리티가 떨어지고, 모임 분위기를 다운시킬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나를 포함해 10명이라는 인원 제한을 두기로 했다.

10명 이하의 소수가 모이면 서로 더 돈독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겠지만,

독서 토론을 하려고 모이는 날에 사정이 생겨 참석하지 못하는 인원이 2명 이상만 되어도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어렵다.



10명 정도가 되면 한두 명 참석이 어렵더라도 커버가 가능하다.

반대로 10명 이상이 되면, 내가 감당하기 어려울 거란 생각이 들었다.

운영자로서 독서 모임을 함께 하는 멤버를 기억하고 챙겨야 하는데, 10명이 넘어가면 그러기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인원이 많으면 독서 모임 단톡방의 글이 늘어나게 될 텐데 혹여나 느낄지도 모를 피로도를 미연에 방지하고 싶기도 했다.




2. 모임 기간 정하기


다음은 모임 기간을 정해보자.

모임 기간을 정하는 방식은 대게 2가지로 나뉜다.

먼저, 책을 먼저 정해 두고 기간을 정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 일명 벽돌책이라 불리는 어마어마한 분량을 자랑하는 책을 선정했다면,

그 책을 효율적으로 읽을 수 있는 기간을 고려해서 정해야 한다.

그와 반대로 기간을 정해두고, 그 기간에 무리가 되지 않는 분량의 책을 선택하는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기간을 한 달로 먼저 정했다.

총 4주 동안 2주에 한 권씩 책을 읽는 것이다.

그렇지만 융통성도 때때로 요구된다.

2024년 2월에는 설날 연휴가 끼어 있었다.

그래서 그때는 한 달이지만, 책 한 권을 배정했다.



먼저 기간을 정해두면 그 기간 일정에 맞출 수 있는 책 분량을 고를 수 있다.

처음부터 너무 두꺼운 책이나 이해하기 어려운 책은 선정대상에서 배제되기 때문에 도서 선정 시 어려움 하나를 더는 셈이다.




3. 하루에 읽을 책 분량 나누기


내가 참여했던 독서 모임들은 책의 분량을 따로 정해주지 않는 모임이 대다수였다.

각자가 알아서 기한안에 책을 읽으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책 분량을 나누기로 결정했다.

매일 비슷한 분량으로 나누되, 문맥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수준을 고려했다.



이렇게 하기로 마음먹었던 이유는 사람들이 독서 모임에 참여하는 이유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독서 모임을 통해 꾸준하게 책을 읽기를 바란다.



매일 꾸준하게 독서를 하는 것이 이미 습관이 된 사람들은 책 한 권을 끝까지 읽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독서에 의지를 스스로 발휘하는 게 쉽지 않다.

바쁜 일정 속에서 독서는 우선순위가 뒤로 밀리기 쉽다.



독서 습관을 기르기 위해 의지를 발휘하는 것이 어렵다면 환경을 세팅하는 것이 방법이 아닐까.

그렇기에 독서 습관을 기르는 첫걸음으로 오늘 읽을 분량을 정해 놓아 책을 읽을 수밖에 없는 장치를 해 둔 것이다.



실제로 책 분량을 나눠 읽는 것에 대해 멤버들께 많은 칭찬과 감사 인사를 받았다.

2주라는 시간이 흐르고 나면, 나도 모르게 어느새 한 권을 모두 읽었구나.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어떤 독서 모임이든 분량을 정해 두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자유롭게 읽고 싶은 만큼 읽기를 지향하는 모임도 있다.

다만 우리 모임처럼 독서 습관을 처음 기르는 분들을 위한 것이라면 분량을 나눠 보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4. 독서 중 미션 정하기


내가 운영하는 독서 모임에서는 매일 같은 분량을 읽으면서 함께 해야 하는 미션이 한 가지 있다.

매일 정해진 분량만큼 읽은 뒤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문장 하나를 골라 노트에 적는 것이다.



문장 필사에만 그치지 않는다.

문장을 적은 바로 아래에 왜 이 문장이 끌렸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하면서 소감을 적는다.

이렇게 작성한 노트를 타임스탬프 앱으로 촬영한 뒤 단톡방에 올리는 게 미션이다.

읽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매일 자신의 생각을 적는 것은 쓰기의 활동도 겸하는 셈이다.


글을 쓰고 싶다는 바람을 가진 사람들이 생각보다 꽤 많다.

그렇지만 백지를 두고 망설이지 않고 글을 쓰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필사와 함께 쓰는 것은 도전해 볼 만하다.



읽기만큼 중요한 것이 읽으면서 느낀 점을 짧게라도 적어보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이 미션을 우리 독서 모임의 '한 끗'이라고 명하고 싶다.



이처럼 책을 읽고 토론하는 방식에 우리만의 '한 끗'을 더해보면 어떨까?

우리만의 특색 있는 독서 모임 운영방식이 만들어질 수 있다.



모임원 수, 모임 기간, 책 분량 정하기, 우리 모임만의 '한 끗' 미션 정하기 등 모집 전 시스템을 구축해 놓자.

지속 가능한 독서 모임 운영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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